우울

죽음을 생각하고 유서를 쓰세요. 모든 희망을 잃은 당신에게

by 장가모


정말 힘들고 우울의 늪에 빠져 긴 시간을 빠져나오지 못한 시절이 있었어요.

침대에 누워 곰팡이 낀 천장만 하루 종일 쳐다봤었죠.

그러다 책장에서 우연히 어두컴컴한 책 한 권을 발견했어요.


김영민 작가의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작가님은 나근나근하게 말해요. 우리는 살아있는 동시에, 죽어있는 존재라고.

인간에게 죽음은 필연이죠. 우리는 가끔 망각하며 살아가요. 우리 삶이 영원할 것처럼 행동하고요.


아침에 방문을 틀어 잠그고 공동체와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거예요.


죽음을 떠올리면 일어났던 모든 힘든 일,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작은 개미구멍처럼 보여요.

당장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근심걱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부질없겠죠.



첫째, 이미 죽어 있다면 제때 문상을 할 수 있다. 둘째, 죽음이 오는 중이라면, 죽음과 대면하여 놀라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죽음이 아직 오지 않는다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성심껏 선택할 수 있다.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그렇게 얻은 침착함을 가지고 나아갈 세상을 그려보는 거죠.


태어난 이상, 성장할 수밖에 없고, 성장 과정에서 상처는 불가피하다. 제대로 된 성장은 보다 넓은 시야와 거리를 선물하기에, 우리는 상처를 입어도 그 상처를 응시할 수 있게 된다. 상처도 언젠가는 피 흘리기를 그치고 심미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성장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구원의 약속이다.

'상처는 곧 인간의 성장을 말하며 힘듦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말이 쉽죠. 괴로운 것은 어쩔 수 없어요.

책을 읽으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결국에는 일시적으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하지만 근본적인 깊은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어요.

다른 해결책을 찾아 나섰어요.


지금부터 이야기할 부분은 정말 힘들 때 큰 도움을 받은 방법이에요.



죽음을 생각하고 매년 유서를 쓰세요


분명 당황스러우실 거예요. 유서라니요.

유서는 죽기 전에 남기는 마지막 문장 아닌가요.

네 맞아요.

당신에게 묻고 싶어요. 내일 죽는다면 당신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무슨 말을 남길 거예요?


저는 유서를 쓰고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소중한 사람들이 내 곁에 있기에

다시 힘을 내고 살아갈 수 있었어요.

여러분, 열심히 다시 힘내고 살아가 볼래요.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 막무가내로 살아가볼래요.


마지막으로 필리핀행 새벽 비행기 안에서 썼던 유서예요.

비행기가 추락해서 내 삶이 끝난다면 가족에게 남길 말들을 담았어요.


유서, 지금이 내 생애 마지막이 된다면


이런 글은 처음 써본다. 지금이 내 마지막 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쓴다. 무슨 말을 남겨야 할까. 내 존재가 사라진다고? 그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라져? 그게 뭐지 무슨 느낌일까? 매일 아침 눈을 뜨지 못하는 거? 그래 그럼 내가 사라진다면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들이 뭘까.


죽으면 모든 게 무가 된다.

나는 흙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두려움과 불안감, 괴로움도 모두 사라지겠지.


하지만 사랑하는 가족들도 내 눈앞에서 물론 사라진다. 이 사실은 사무치게 슬퍼서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이 맺힌다. 잠시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은 소중한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일지도 모를 말을 남긴다는 사실 자체가 내게는 너무나도 괴로운 일이다.


엄마에게

엄마, 이 말은 꼭 하고 싶었어. 20살이 되고 우리 가족이 너무 힘들었을 때, 어렸을 때 내가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다고 엄마한테 이야기했던 게 생각이 나. 어린 시절에 남들 다 가는 여행 한 번 못 가보고 우리 집은 돈이 없어서 맛있는 거 한 번 못 먹으러 가고. 상처가 될 말을 많이 했었지.


나이가 조금 먹으니 알겠다.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들게 우리를 키웠을지 말이야.


고마워. 전부 다 고마워. 어렸을 때는 몰랐어. 눈앞에 보이는 세상은 모든 게 아름답고 멋진 줄만 알았어.


막막한 미래, 무례한 인간들, 지랄 맞은 사회. 이 세상이 얼마나 각박한지 이제 알겠어.

엄마는 50년이 넘도록 이 지옥에서 어떻게 버틴 거야.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늘 막막했어.


근데 지금 죽어서 너무 아쉬운 것 같아.

언젠가 꼭 나를 쏙 빼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어.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하는 나의 가족.

엄마, 아빠가 알려준 ’소중한 가족‘을 꼭 꾸려 기쁨을 나누고 싶었어.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일상이자 가장 소중한 기쁨 그 행복을.


소중한 얼굴을 오래오래 머릿속에 새기고 싶었어.

새겨도 언젠가는 사라질 얼굴들이지만.


형, 아빠에게

형 아빠, 둘은 참 차가운 부산 남자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란 걸 알고 있어.

성격은 둘 다 뼛속까지 비슷해서 신기할 정도야. 둘은 데칼코마니지. 항상 전자기기와 함께해.

아빠는 노트북, 티브이 형은 컴퓨터.

항상 무심하고 표현이 어려운 사람일 뿐이지 둘은 누구보다 선하고 따뜻한 사람인 걸 나는 분명히 알고 있어.


내가 모질게 대해서 미안해. 인생이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서

늘 대화를 피했던 거야. 나쁜 마음은 없었으니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이 세상에 내가 없어도 우리 가족이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하잖아.

우리 모두 찰나의 짧은 시간을 지구에서 살고 떠나가지만 나의 엄마, 아빠, 형이어서 너무 고마웠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어서 나는 너무너무 기뻤고 너무너무 행복했어.


항상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하고 이 말을 하는 게 너무 부끄럽지만


엄마 아빠 형 사랑해.


사랑하는 당신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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