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정의 근원, 쉽게 상처받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
“인간은 사회를 만들고 그 안에서 조직을 형성한다. 우리는 그 조직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인간의 갈등은 필연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인간은 인간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괴로움은 감정의 동물, 인간에게 불가항적인 일이다. “
초등학교 시절, 저는 키가 커서 ‘전봇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어요. 항상 가만히 서있으면 친구들이
“와, 전봇대다!”하고 소리쳤어요. 어느 날, 한 친구에게 물었어요.
"왜 내가 전봇대 같아?"
“너는 얼굴에 표정이 없고 키는 멀대 같이 커서 전봇대 같은데. ”
칭찬인가. 내심 겉은 차가워 보이고 키는 멀대같이 큰 우직한 전봇대 같아 보여서 기분이 좋았어요.
하지만 전 전봇대 보다 오히려 쉽게 흔들리고 잘 고정되지 않는 가느다란 나무 기둥이 더 잘 어울렸어요.
툭하면 울고, 습관적으로 사람 눈을 잘 마주하지 못했어요.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인상이 날카로워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나쁜 말을 못 하고 줏대 없는 성격에 매우 예민한 성격을 가져 인간관계로 인해 '상대방이 날 싫어하면 어떡하지.. '
마음 조리며 아까운 시간을 많이 낭비했습니다.
누군가를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신경이 쓰이고 너무 두려웠어요. 머릿속에서 무한한 생각들의 꼬리 잡기가 시작됐고요. 사람 마음이라는 게 어떻게 되던가요. 나를 무시하고 괴롭히는 사람들과 그 일에 대한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마치 줄줄이 소시지처럼 대롱대롱 늘어나는 건 어쩔 수가 없었어요.
여러분은 인생을 살아가며 누군가에게 무시당하고 인간관계로 힘들어하신 적이 있나요?
분명히 한 번쯤은 경험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2021년, 20살에 군대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일병 3호봉을 달 때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조금은 어리바리한 저는 열심히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어요. 자대로 배치된 이후 어느 날, 처음으로 후임맞후임이 들어왔어요. 그 친구는 키가 190이 넘고 눈은 부리부리한 게 얼굴은 각지게 생겨 수영 선수같이 어깨는 직각으로 쫙 벌어진 거구의 저보다 나이가 3살이 많고 입대일도 1개월도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어요. 처음 들어올 때부터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게 눈이 마주치더니 저를 보고 씩 웃더라고요. 그래도 걱정은 뒤로 미뤄두고 처음 맞이한 후임이라 설레는 마음에 그 친구를 다정하게 챙겨줬어요. 여기가 근무는 힘들지만 사람들이 좋다. PX에서 먹고 싶은 거 다 골라. 청소 구역, 부대 규칙 등 차근차근 하나하나 설명해 줬죠.
그러고 시간이 조금 지나니 저에 대한 무시가 조금씩 시작됐어요. 제게는 누군가의 기강을 잡아 본 경험이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상대는 나이도 많은 사람이었죠.
동생이시니까 제가 커피를 사드리겠다니, 샤워 순서를 기다리는데 뒤늦게 와서는 새치기를 하고 '장유유서 입다'라고 먼저 씻겠다고 하더니. 정말 황당해서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이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반복되는 조롱에 한 번은 한바탕 싸웠습니다. 참다 참다 용기 내 말했어요.\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거다."
"적당히 못하겠습니다. "
"뭐라고?"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계속 실실 쪼개며 말장난을 하고 무시했어요. 선임들이 있는 자리에서도 저에게 같은 태도로 대했어요.
여기저기 불러 다니며 혼이 났습니다. 후임 관리를 개 떡같이 했니. 어쩌니. 쌍욕은 기본이고. 더 한 것도 많이 당했죠. 혹독한 선임들의 훈육 시간이 끝나고 괴로움을 견디기 힘들어 세탁기 여러 대가 시끄럽게 돌아가고 있는 세탁장으로 갔어요. 그곳에 가면 작은 방이 있는데요. 거기서는 소리를 지르던, 벽을 발로 차던 밖에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요. 혹여나 소리가 새어나갈까 꾹꾹 참으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엄마가 보고 싶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가볍게 보일까. 왜 이렇게 마음이 약할까?
아무 말 못 하고 늘 듣고만 있는 제 자신이 한심하고 혐오스러웠어요.
다행히도 제가 상병이 됐을 때, 그 친구는 큰 문제로 사고를 쳐 다른 대대로 넘어갔습니다.
그렇게 전역을 하고 저는 다시 사회로 돌아왔어요. 23살에 인간관계의 숙제는 이제 마스터했다고 생각했고 이것보다 힘든 일은 없을 거라고 이미 전쟁을 한 번 경험해 본 병사처럼 여유 있게 그리고 떳떳하게 세상을 살아갔어요. 하지만 군대와 사회는 별 다를 바가 없었어요. 사람 사는데 다 똑같더라고요.
어느 집단이든 1-2명쯤은 악한 사람이 존재합니다. 주로 앞잡이(주동자) 한 명, 부 축이는 자 한 명.
처음엔 앞잡이가 여기저기 툭툭 찔러보며 반응이 있나 없나 간을 봅니다.
어디 한 번 보자.. 음.. 이 놈은 이런 부분이 부족한가? 아 역시나 부족하네. 오케이. 상황 파악 끝.
집요하게 그 부분을 공략하죠. 처음엔 농담처럼 시작하더니 화를 내지 않으면 파고듭니다.
구더기처럼 달라붙어 조금조금씩 피를 쪽쪽 빨아먹죠. 당연하다는 듯 괴롭힙니다.
제가 없는 곳에서 눈에 보이지 않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사전 작업을 칩니다. 선동자는 꼭 옆에 자기편을 두는 법이에요. 늘 붙어 다니고 수군거리죠. 가장 무서운 것은 앞에서 멀쩡한 척 잘 챙겨줍니다. 그러고 뒤에서는 아주 욕을 진절머리 나게 하고 틈만 나면 비난을 하고 동조합니다.
평소에 착하고 정직한 친구가 있었어요. 그 친구와 감자탕을 먹는데 오늘따라 걱정거리가 많아 보이고 자주 머뭇머뭇 거리더라고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친구의 그릇에 큰 뼈다기 하나를 건네줬어요. 갑자기 친구가 젓가락을 내려놓더니 이야기했어요.
“네가 상처받을까 봐. 이야기 안 하려고 했는데…”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는 일을 다 들어버렸어요. 심장이 덜컹 내려앉고 극도의 불안감에 심장 소리가 온몸을 울릴 정도로 잘 느껴졌어요. 눈이 먹먹해지고 손 발이 떨렸어요. 애써 괜찮은 척 대답했어요.
“괜찮아! 사실 전부 알고 있었어. 역시나 그렇구먼...
근데 난 정말 괜찮지만 다른 사람한테는 그런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
목소리는 떨림을 숨길 수 없었어요. 친구를 향한 욱함은 아니었지만 알 수 없는 분노의 감정에
목이 매이고 귀가 뜨거워졌어요. 숨길 수 없는 감정이 드러나 버렸습니다.
늘 예상은 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 조금 있었어요. 또한 직접 들으니 감정을 숨기기가 어려웠어요.
집에 돌아가는 버스는 너무 쓸쓸하고 괴로웠어요.
'도대체 왜 나를 미워할까.'
나는 그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커피도 여러 번 사가고 선의를 베푸는데 왜 나를 싫어할까?
특별한 이유를 떠올려봐도 그들이 그러는 이유란 없었어요. 그냥 제가 마음에 안 드는 걸 거예요.
집 앞에 도착했어요. 집에 들어가면 가족이 환한 미소를 지으면 오늘도 고생했다며 맞이해줄 텐데
비참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엄마에게 카톡을 남겼어요.
“나 친구랑 술 먹으러 왔어. 조금 늦게 들어가.”
집 앞 공원에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봤어요. 그믐달이 더럽게 이쁘더라고요. 땅에 있는 작은 나뭇가지를 던져 힘차게 하늘로 던졌어요. 그날은 눈물을 흘리면 더욱더 비참해질 것 같아 눈물을 훔치지 않고 싶었지만 저항할 수 없었어요. 저는 엄마를 쏙 빼닮아 지나치게 감정에 솔직한 편이에요. 그렇게 뜨거운 물이 송글 송글 한참 흘러내리더니 두 눈이 퉁퉁 부어 눈앞의 시야가 세로로 조금 좁아질 때쯤, 갑자기 엄마 생각이 나더라고요.
엄마가 눈물을 흘리면 저도 옆에서 같이 눈물을 흘리고 반대로 제가 눈물을 흘리면 엄마도 눈물을 늘 흘리던 기억이 났어요. 갑자기 왜 이 생각이 났을까요.
‘모든 게 다 엄마 때문이야. 칫.’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아직 살만 한가보다 하고 안심이 들었어요. 그러고는 공중 화장실로 가 세수를 벅벅 했어요. 그러고는 아무 일이 없는 척 집에 들어가 평소대로 애교 많은 집안의 막내가 되었어요. 엄마가 깎아주는 과일을 먹으며 가족과 대화하니 마음이 조금 괜찮아졌어요.
나를 무시하고 짓밟는 사람을 매일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인간관계는 풀리지 않는 난제인 것 같아요. 저도 한참은 배워 가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여전히 다정함의 힘을 믿습니다.
온기로 가득 찬 말, 무심하고 사소한 배려,
별로 친하지 않은 관계지만 1500원짜리 싸구려 커피 한 잔을 사 와주는 그 작은 행동과 배려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또 작은 미소를 짓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이 이야기가 꼭 하고 싶어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라고요. 어쩌면 당연한 거라고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존재할 수밖에 없어요. 세상에는 악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며 앞으로도 많을 거예요. 마치 과자 부스러기를 짊어지고 행진하는 개미떼처럼 징그럽게 다가올 거예요. 우글우글.
정말 슬픈 것은 그 힘듦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아니요. 한 명 있네요. 오직 ‘나’ 만이 존재합니다. ‘나’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며 견뎌야 할 몫이에요.
그냥 감정을 솔직하게 느껴요. 마음껏 힘들어하고, 눈물을 흘리세요. 괴로워하세요.
하지만 있잖아요. 절대 자신을 의심하지 마요. 낙담하지 말아요. 당신은 그 분야에서 부족한 사람일 뿐입니다. 당신에게는 당신을 비난하는 사람들보다 더 빛을 볼 수 있는 대단한 면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당신은 누구보다도 특별합니다.
사람은 각각 전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고요. 멋지게 빛날 거예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당신이 제 글을 통해 조금의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