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었습니다.
처음으로 단어를 이어 문장을 만든 기억은 초등학생이었을 때 일기장을 선물 받았을 때였습니다.
물론 학교라는 곳에서 교육을 받으면 글을 쓰고 읽고 문장을 만드는 법을 배우기는 하죠.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의 생각을 그대로 보이는 곳에 옮겨 다시 읽을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부끄러워서 지우개로 몇 번을 지우면서도 다시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신과의 대화나, 운율이나 형식이 전혀 없는, 시라고 부르기도 부끄럽지만 그래도 생각에서 나온 단어들을 이어 붙인 문장들.
그런 글 쓰는 행동을 사회에 나온 순간부터는 멈췄었습니다.
먹고사는 일을 해야 할 시간도 부족한데, 글을 쓰는 시간을 만드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사치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몸이 망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은 지금, 도피처이자 마지막 동아줄로 잡은 것이 지금 이 글쓰기 입니다만,
이제는 이 글 쓰는 것도 힘듭니다.
많이 어렵습니다.
이야기에 1-1부터 1-4, 2-1부터 2-4까지의 소제가 있다면
머리에 떠오르는 글은 1-1과 2-4일뿐이고, 중간의 글은 까마득합니다.
그래서 1-1과 2-4를 적으면, 갑작스레 1-3이 떠오르고 1-3을 적으면 공황에 빠져 한참을 버벅거리다 글을 멈춥니다.
그러면 어느 날 갑자기 2-2가 떠오릅니다.
그렇게 2-2를 적으면 앞에 적어놓은 글들과 이어 지지를 않아 공중에 떠 버리고, 2-2를 수정하다가 써놓은 글의 9할을 쓰지 못하게 되어 지워버리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이렇게까지는 안 했는데, 라며 자조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남은 게 이거뿐이라 손에서 차마 놓을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대책 없이 넋두리로 라도 남겨보는 것은 제가 고치다 고치다 또 지워버리기 전에, 만들어 놓은 글들에게 빛이라도 쬐여 주고 싶은 마음에 부리는 사치.라고 표현하는 것이 타당할 듯합니다.
자문해 보면 재미있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글을, 지우기 싫어서 보여드리는 행위 밖에 되지 않아 송구합니다만, 글을 쓰는 속도가 느려 겨우 일주일에 한 편을 올리는 것에 많이 죄송스럽지만.
아, 이런 사람도, 이런 글도 있구나.라고, 봐주셨으면 하여 노파심에 긴 글 남겨두고 갑니다.
즐겁고 풍요로운 한가위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