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아빠’라는 두 글자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동안 여러 번 아빠가 되어보았습니다. 아빠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 했고, 아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 애썼습니다. 아빠가 이 글을 읽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수백 번도 넘게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상상 속에서 아빠는 사각팬티나 기벽을 다룬 에피소드를 읽고 이게 무슨 망신이냐며 화를 냈습니다. 현실의 아빠도 아마 다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글을 쓰며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이해하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해하려는 진심만은 남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세계도 결국 누군가에게는 삶 그 자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를 헤매듯 저도 아빠의 세계를 헤맸습니다. 그리고 그 헤맴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이 긴 이야기가 아빠에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닿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쓰는 과정을 통해 이미 아빠와 조금 더 가까워졌으니까요. 아빠의 세계가 여전히 낯선 건 사실입니다.하지만 이마저도 괜찮습니다. 낯설다는 건 여전히 궁금하다는 뜻이고, 궁금하다는 건 이야기는 계속된다는 뜻이니까요.
앨리스가 꿈에서 깨어나듯, 저도 꿈같은 여정을 마치고 이제 다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아직도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만 『이상한 나라의 아버지』는 여기서 마칩니다. 그러나 끝이 아닙니다. 앨리스가 꿈을 마음속에 간직했듯 『이상한 나라의 아버지』도 제 안에 오래도록 남을 것입니다.
누군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 사람도 자기만의 '이상한 나라의 누군가'를 떠올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이해할 수 없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그런 누군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