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공포증 환자의 마라톤 5km 완주기

by 정희

뜀틀 앞에서 멈추던 나

운동은 나에게 늘 공포였다. 대학에 들어가 가장 좋았던 점은 더 이상 체육 수업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뜀틀은 공포 그 자체였다. 멀리서 달려오다가 그 거대한 장애물 앞에서 멈춰 서기만 해도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런 내가 친구와 함께 5km 마라톤 대회에 나가기로 했다.


평소 다니는 운동 강사에게 이 사실을 말했더니 농담처럼 말했다. "5km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나에겐 결코 쉽지 않은 거리였다. 대회를 한 달 앞두고부터 불안과 긴장이 몰려왔다.


운동 앱의 지시에 따라 며칠간 달려봤다. 곧 발이 아프기 시작했다. 나는 발의 아치가 높아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지 않아 외측 발바닥에 통증이 자주 생긴다. 병원에 가니 운동을 잠시 쉬어야 한다고 했다. 약을 먹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모든 운동을 중단했다.


혼자 나가는 거라면 포기했겠지만, 친구와 함께 하기로 약속했기에 쉽게 그만둘 수 없었다. 며칠 쉬고 다시 뛰어봤지만, 또다시 발이 아팠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아주 천천히, 그러나 끝까지 걸었다.

연습은 최대 3km까지만 해봤는데, 5km를 뛰어야만 했다. 시험공부를 반쯤만 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통증에 대비해 미리 약을 먹고, 신발에는 아치 지지용 깔창을 넣었다.


기록에 욕심내는 선두 그룹 대신 후미 그룹에 섰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뛰었다. 너무 힘든 구간에서는 잠시 걷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뛰었다. 날은 흐렸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드디어 결승점이 눈앞에 들어왔다. 다리는 무겁고 숨은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몇 미터를 친구와 나란히 뛰며 통과했다.


결승선 너머에서 기다리던 스텝들이 박수를 쳤다. "끝까지 완주하셨네요!" 순간 얼굴이 붉어질 만큼 쑥스러웠지만,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다.


5km. 숫자로 보면 짧은 거리지만, 나에게는 커다란 산이었다.

뜀틀 앞에서 멈추던 내가, 결승선을 통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