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언어와 환경 속에서 학생들의 노력과 용기에 감동하다.
D+3.0 | 이국적인 긴 야자나무 길을 한동안 따라가자, 눈앞에 멋진 전경이 펼쳐진다.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나의 마음도 설렜다. 이 아침, 우리는 스탠포드 대학에 도착했다. 거리 곳곳, 건물 모퉁이마다 학생들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그리고 마침내 한 교수님의 연구실 문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려던 찰나, 안쪽에서 “Hold on.”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학생들이 먼저 그 말을 알아들었고, 나도 잠시 멈췄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너희들 제법 영어를 듣는구나. 그런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어려울 수 있어. 잘해야 한다.’ 어제 산타클라라 대학에서는 학문적인 주제 중심의 세미나와 대화가 있었던 반면, 오늘은 전공 영어가 아닌 ‘생활 영어’로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그리고 보통 ‘생활' 영어가 ‘전공' 영어 보다 더 어렵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한 노년의 교수님이 애완견을 품에 안은 채 활짝 웃으며 우리를 맞이하셨다. 우리는 교수님과 함께 광활한 캠퍼스를 신기해하며 산책하듯 걸었다. 애완견과 그 목줄을 잡은 노교수님, 젊은 대학생들, 그리고 나, 이 모습 자체가 캠퍼스의 진기한 풍경의 한 부분처럼 자연스러웠다.
교수님은 걸음을 멈출 때마다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스탠포드 대학의 설립자들, 학교의 초기 역사, 로댕의 조각상과 ‘Stone River’에 얽힌 이야기들까지. 우리는 현지 교수님의 해설을 들으며 즐겁게 산책했다. 전공 분야가 아닌 이야기를 영어로 들을 때 학생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 잠시 염려도 되었지만, 다들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이어서 학과 건물 로비의 넓은 소파에 둘러앉아 교수님과 학생들이 자유롭게 묻고 답하는 Q&A 시간이 이어졌다. 교수님은 자신의 학창 시절과 연구 이야기, 그리고 가족 이야기로 대화의 문을 여셨다. 모두 일종의 ‘생활 영어’로 이어지는 대화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학생들은 그의 말을 제법 잘 이해하는 듯했다.
이어서 한 학생이 용기 내어 질문을 던졌고, 교수님은 유쾌하게 대답하셨다. 잠시 정적이 흐르자, 나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고 싶어 애써 할 말을 떠올리는 사이, 또 다른 학생이 새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교수님은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으며 대답하셨고, 모두가 함께 웃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했다. 나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며,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계획했던 이 ‘Q&A 세션’이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즈음, 우리는 준비해온 작은 ‘마음의 선물’을 전했다. 교수님은 눈을 반짝이며 “이건 정말 완벽한 선물이네요!”라고 기뻐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 시간이 진정 완벽했기 때문에, 나의 마음도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기숙사 식당에서 다 함께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 한 학생이 나에게 말했다.“현지 교수님이 직접 캠퍼스를 안내해주시고, 세심히 챙겨주셔서 정말 감동이었어요.”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같은 감동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한번 더 감동한다. 바로, 우리 학생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수차례 “외국 교수님과의 Q&A를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학생들은 진심으로 노력했고, 이번에도 훌륭히 해냈다. 나는 그저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