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기분 좋을 때는 이탈리아 사람을 만들고, 기분이 나쁠 때는 프랑스 사람을 만들었다는 농담이 있다. 여러 번 말했지만, 프랑스어 문법은 정말 괴랄하다. 배우다 보면 “문법 만든 사람들이 그날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일부러 꼬아놓은 거야?” 이런 생각이 절로 든다. 가끔은 진짜 대놓고 “언어 배우고 싶다고? 좋아, 한번 개고생 좀 해봐라”라고 일부러 문법을 이렇게 만든 듯하다.
처음에는 영어처럼 단순하게 느껴진다. 왜냐면 프랑스어에도 강세형 인칭대명사 (moi, toi, lui, elle 등)가 있고 이건 영어 목적 대명사(me, you, him, her…)처럼 문장에서 비슷하게 쓰인다.
영어: This book is for me.
불어: Ce livre est pour moi.
“오? 영어랑 비슷하네? 생각보다 별 거 아니잖아?” 하는 착각이 여기서 생긴다.
하지만 진짜 지옥은 이제부터다. 프랑스어에는 영어에 없는 비강세형 인칭대명사가 따로 있고, 얘네는 꼭 동사 앞에 붙어야 한다.
직접목적어: Je le vois. (나는 그를 본다)
간접목적어: Je lui parle. (나는 그에게 말한다)
겨우 단수형에 익숙해졌다 싶을 때, 복수형이 튀어나오면 또 멘탈이 무너진다.
직접목적어 복수: Je les vois. (나는 그들을 본다)
간접목적어 복수: Je leur parle.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정리하자면, 인칭대명사를 공부할 때 이런 단계를 거친다:
“오 영어랑 비슷해서 쉽네!” → “오 지져쓰, 왜 갑자기 복잡해져?” → “아니 이거 한국어 문법 따라하는 거야 뭐야?” → “헷갈려서 암기하기만 하려고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네…”
결론적으로, 이 인칭대명사 체계를 제대로 외우고 실제 문장에서 자연스럽게 쓰기까지 적어도 몇 달은 걸렸다. 그 기간 동안 문장 만들 때마다 “le였나 lui였나, les인가 leur인가…” 하며 머리를 싸매고 씨름해야 했다. 결국 익숙해지긴 했지만, 프랑스어 문법 요소 중에서도 나를 가장 오래 괴롭힌 챕터였다.
큰 열정이나 확고한 목표 없이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런 복잡하고 헷갈리는 문법에 슬슬 불안감이 커져서, 과연 계속할지 말지 고민하는 순간이 오기 쉽다. “슬슬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