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서 A2 시험 대비 강의를 결제했다. 그런데 이 강의, 수강을 시작한 시점부터 정해진 기간 안에 시험에 합격하면 강의료 전액 환불을 해준다니, 이건 완전 합격만 하면 공짜로 공부하는 셈 아닌가? 역시 대한민국 최고… 게다가 시험 등록비도 회사에서 환급받을 수 있으니, 결국 필요한 건 내 노력뿐이었다. 노력만 하면 비용은 제로라니. 그래서 나는 “좋아, 열심히 해서 꼭 합격하자!”라는 긍정 마인드로 시험 대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니, A2 수준(초중급)으로 올라가면서 바로 벽에 부딪혔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어휘력이었다. 단어가 부족하니 독해도 힘들고, 듣기도 제대로 안 들리는 것이다. 결국 잠시 멈춰 서서 예전에 사두었던 기초~중급 어휘책을 다시 펼쳤다. 지하철 출퇴근길에 외우고, 회사 점심시간 짬을 내어 외우고, 틈만 나면 단어장을 붙잡았다. 저녁에는 다시 본강으로 돌아와 강의를 들었다.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강의를 1.75배속으로 돌려야 했다. 계산해 보니 그래도 두 번 다 듣기는 불가능했고, 한 번 꼼꼼히 듣고 필요한 부분만 복습하는 전략으로 가야 했다. “이렇게 쫓기듯 공부하는 게 맞나? 너무 대충 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여유는 없었다. 특히 여름에는 가족 방문 일정까지 있어서 공부에 집중할 시간은 더 줄어들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밤에 피곤이 쌓인 상태로 강의 들으면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특히 듣기 훈련은 더욱 고역이었다. 지문을 두세 개만 들어도 머리가 띵해지고, 진짜 두통이 오는 것 같았다. 욕심 같아서는 다섯 개쯤 공부하고 싶었지만 실제로는 두세 개만 해도 체력이 방전되었다. 프랑스어 듣기 자체가 워낙 어렵다 보니, 안 들리는 걸 어떻게든 이해하려고 필사적으로 집중하다 보면 그만큼 체력이 소모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고비. 공부를 시작한 지 2주쯤 지나면 꼭 현타가 찾아왔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회사일 아니면 프랑스어, 회사일 아니면 프랑스어... 정말 일상이 두 가지의 무한 반복처럼 느껴졌다. 그럴 땐 과감하게 이틀 정도는 쉬어야 했다. 그러면 다시 기분이 조금 가벼워지고, 그제야 스트레스도 풀렸다.
그렇게 4개월 동안 꾸역꾸역 어휘 암기 + 강의 수강 + 문제 풀이를 병행했다. 뒤돌아보면 A2 수준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머리가 터질 것처럼 힘들게 느껴졌다. 아마도 내가 지나치게 조급했던 탓일 것이다.
나도 좀 더 유연하고 쿨한 마음 가짐으로 공부하고 싶은데, 막상 시험이 다가오면 늘 긴장을 심하게 하는 편이다. 성격 탓일까? 예전에 ‘편하게 해보자!’ 하고 어떤 시험을 준비했었다가 보기 좋게 떨어진 경험이 몇 번 있어서 그런지, 그 이후로는 늘 잔뜩 긴장하며 준비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이 과정을 돌이켜보면 힘들었지만 분명 값진 시간이었던 것 같다…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며 힘든 프랑스어와의 싸움을 계속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