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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F A2 시험을 등록하다

어느 정도 프랑스어 기초 수준을 마무리했다 싶을 때, 다음 목표를 정해야 했다. 목표라고 하면... 시험만 한 게 있을까? 물론 시험을 잘 본다고 해서 진짜 그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특히 회화는 확실히 그렇다. 회화는 많은 실전 연습이 필요하니까.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험만큼 듣기, 독해, 쓰기, 말하기 전 부분에 걸쳐 전반적인 실력을 잘 평가하는 것도 없다. 그래서 여러 곳에서 시험을 평가 수단으로 활용하는 거겠지.


공인 프랑스어 시험에는 DELF/DALF, TCF, TEF 등 여러가지가 있다. 고민 끝에 나는 DELF를 선택했다. 프랑스 교육부에서 직접 주관하는 것이고, 무엇보다 합격증에 유효기간이 없기 때문이다. 즉 한번 통과하면 그 합격증이 평생 유효하다. 안그래도 시험비가 20~30만원 하는데, 유효기간이 있어서 2년마다 다시 시험 보기는 정말 싫었다. 돈도 돈이지만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아깝다.


대신 이 시험이 다른 시험에 비해 조금 더 어렵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왕 공부해야 할 거, 난이도가 조금 높은 건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시험만 보고 끝일 것도 아니고, 실제로 회사에서 업무에 대해 커뮤니케이션 시 프랑스어로 진행할 만큼 잘하게 되는 게 최종 목표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국인들이 많이 보는 시험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인이 많이 보는 시험이라는 것은 인터넷 강의 플랫폼에 시험 대비 전용 강의가 있다는 뜻이다. 자격증 시험 대비하면 또 대한민국 아닌가. 시험 대비용 최적화된 교재와 높은 점수 받는 데 필요한 전략과 팁을 매우 잘 설명해주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DELF 등급은 제일 낮은 등급부터 A1, A2, B1, B2다. 그 이후에 DALF라고 C1, C2 등급이 있는데, 이건 고급 수준이라 내가 볼 필요는 없다. 영주권도 B2가 요구사항이기 때문이다. A가 기본이고 B가 중급인 것이다. 당연히 첫 시험은 A2, 즉 기본 등급에서 제일 높은 수준을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기초 강의를 다 들으면 이미 A1 등급은 되는 것 같았다.


montreal_park.png?type=w966 평화로운 몬트리올 일상. 하지만 내 일상은 프랑스어 때문에 평화롭지 못하다.


시험을 정했으니 그에 알맞은 강의를 들어야지. 당연히 시험 대비 인강 패키지가 기존에 듣던 인강 사이트에 잘 마련되어 있었다. 크... 역시 또 한번의 감탄이었다. 그런데 찾아보다 놀란 게, 동아시아에서 우리나라가 은근 프랑스어 시험을 많이 본다는 것이었다! 대체 대한민국 사람이 프랑스어를 쓸 일이 어디 있어서 이렇게 시험을 보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고, 그래서 양질의 인강을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했다.


시험 등록비는 20만원 정도였다. 상당히 비쌌지만... 회사에 알아보니 시험 등록비를 환급해주는 복지가 있었다! 역시 프랑스어 공부만 하겠다면 나름 지원 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 퀘벡 회사들이었다. 물론, 합격하는 조건 하에 환급이다. 합격증을 제출해야 한단다. 허허허 그럼 그렇지… 세상에 공짜는 없지… 그래, 꼭 합격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시험이 11월 말이었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약 4개월이었다. 기초 수업을 들었던 사이트에서 시험 대비 강의를 결제하고, 전용 교재는 한국에서 부모님을 통해 소포로 받았다. 고생길이 뻔하지만, 그래도 연말에 프랑스어 공부에 대한 공식적인 성과를 얻고 싶었다. 살짝 부담스러운 목표이기도 했지만, 부담을 이겨내고 꼭 합격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매일매일이 작은 도전이 될 테지만, 그 도전들을 하나씩 이겨내며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가는 재미(?)도 분명 있을 거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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