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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두 번째 난관. 지옥의 동사 변화

프랑스어를 공부하다 처음으로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시점이 바로 동사 변화를 배우고 나서지 않을까 싶다. 프랑스어 동사는 인칭에 따라 모양이 바뀐다. 영어의 동사 변화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완전히 다른 레벨이다. 영어로 '좋아하다'인 like, 프랑스어로는 aimer다. 인칭에 따라 동사 변화가 어떻게 될까?


aimer (좋아하다) 동사 변화

Je aime (나는 좋아한다)

Tu aimes (너는 좋아한다)

Il/Elle aime (그/그녀는 좋아한다)

Nous aimons (우리는 좋아한다)

Vous aimez (당신들은 좋아한다)

Ils/Elles aiment (그들은 좋아한다)


그렇다! 이렇게 프랑스어는 인칭에 따라 동사의 어미가 규칙적으로 변한다. 몇몇 독자는 "영어보다 규칙이 좀 많긴 하네. 그래도 규칙이 있으니까 괜찮지 않나?"라며 내 엄살이 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 규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동사들에 있다는 것이다! 영어의 be동사에 해당하는 être를 보자.


être (~이다/있다) 동사 변화

Je suis (나는 ~이다)

Tu es (너는 ~이다)

Il/Elle est (그/그녀는 ~이다)

Nous sommes (우리는 ~이다)

Vous êtes (당신들은 ~이다)

Ils/Elles sont (그들은 ~이다)


그렇다. 규칙 따윈 온데간데없고 그냥 인칭마다 아예 다른 단어가 된다.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나 싶다. 대체 프랑스 사람들은 왜 이런 짓을 한 거지? 더 웃긴 건 자주 쓰는 동사일수록 예외가 많다는 점이다. 이건 뭐... 배우는 사람을 골탕 먹이려는 속셈이 아니면 대체 뭘까?


몬트리올 할로윈 때 이웃집


대표적인 조동사 pouvoir(영어의 can), 그리고 avoir(영어의 have), aller(영어의 go)를 보자.


pouvoir (할 수 있다) 동사 변화

Je peux

Tu peux

Il/Elle peut

Nous pouvons

Vous pouvez

Ils/Elles peuvent


avoir (갖다) 동사 변화

J'ai

Tu as

Il/Elle a

Nous avons

Vous avez

Ils/Elles ont


aller (가다) 동사 변화

Je vais

Tu vas

Il/Elle va

Nous allons

Vous allez

Ils/Elles vont


하하... 이쯤 되면 독자들도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나" 하고 동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동사 변화를 한번 맛보면, 프랑스어 공부에 대한 동기가 약했던 사람들은 슬슬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다. "그냥 영어 하나만 열심히 해서 확실히 잘하는 게 낫지, 굳이 이런... 뭐 같은 프랑스어까지? 게다가 영주권 따려면 중급까지 해야 한다고? 아...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접을 거면 빨리 여기서 접자!" 이런 판단을 하게 되는 거다. 그래도 다행인건 단어의 80% 이상이 aimer 동사처럼 일반적인 규칙을 따른다. 물론 예외적인 것들을 열심히 외워야 하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감당할 수준은 된다고 느끼게 된다.


동사 변화를 공부하면서 내가 썼던 꼼수는 1~3인칭 단수 위주로 암기하는 것이었다. 막상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인칭을 보니 주로 1인칭(나), 2인칭(너), 3인칭 단수 (그/그녀) 이 세 개가 대부분이었다. 1인칭 복수도 있지만, on이라는 단어를 쓰면 3인칭 단수 규칙을 따른다. 그래서 나는 1~3인칭 단수 변화 위주로 외우고, 나머지 변화는 읽었을 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만 알고 넘어갔다. 그러니까 그나마 부담스러운 동사 변화가 조금은 수월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외울 게 많을 때마다 꼼수를 써서 최대한 부담을 덜어가며 공부했다. 왜냐하면 동사 변화의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사변화는 동사 시제(현재/과거/미래) 마다 또 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건... 시제를 다룰 때 다시 언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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