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새로운 사람이 오면 캐나다 회사도 한국처럼 회식을 한다. 물론 저녁 회식은 없다. 게임 출시를 기념하는 저녁 파티 이벤트 같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늘 점심 회식이다. 내가 속한 팀만 가는 것도 아니고, 다른 프로그래밍팀 중에 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 합류해도 좋다. 여기도 팀 런치를 하면 늘 식당 고르는 게 난관이라, 후보 여러 개를 넣고 랜덤 돌리기 프로그램을 쓴다. 그래도 새로운 사람이 왔을 때 가는 첫 회식만큼은 공식처럼 정해진 곳이 있으니, 바로 회사 직원들의 아지트로 불리는 수제맥주집이다.
그렇게 전설의 아지트로 첫 회식을 가게 됐다. 한국 사람답게 나는 출발 전부터 구글 평점과 리뷰를 정독하며 "무엇을 먹어야 후회가 없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기본 근로시간이 9 to 5다. 점심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12시쯤 되면 나가서 먹든 책상에서 먹든 카페테리아에 앉아 먹든 알아서 하면 된다. 먹고 적당히 돌아와서 일하면 그만. 한국의 칼같은 점심시간에 비하면 꽤 자유로운 편이다. 12시에 예약을 해두었으니 열한 시 반부터 슬슬 다 같이 출발했다.
아직 사람들과 그다지 친해지지 않아서 걸어가는 내내 약간 어색했다. 20분쯤 걸리는 길을 동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로 어색함을 녹이며 걸었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내게 돌아오는 질문은 거의 하나였다. "몬트리올 와보니 어때?" 뭘 제대로 알 리 없는 나는 "Oh, great so far!"라는 만능 답변으로 자연스럽게 넘겼다.
식당에 도착해 메뉴를 펼쳤다. 피시앤칩스가 유명하다길래 망설임 없이 낙점했다. 포케 메뉴도 인기가 많았는데, 놀랍게도 김치가 들어간 포케였다. 역시 몬트리올 곳곳에서 한국 문화의 흔적을 발견하는 건 이제 일상이 됐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으니, 회사 고인물들이 쿨하게 맥주를 시키는 것이 아닌가! 솔직히 나도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인 회사원의 눈치가 강하게 작동하는 바람에 얌전히 콜라를 선택했다.
한국이었다면 음식이 나오는 순간 음식 사진도 찍고 동료들과 셀카도 찍기 마련인데 여기는 그런 문화가 전혀 없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다른 팀 동료 제임스뿐이었다. 처음엔 그냥 사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임스의 여자친구가 한국인이라는 놀라운 사실이! (제임스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할 예정) 어쨌든 나에게 이 자리는 몬트리올에 와서 외국인 동료들과 갖는 첫 회식이라 의미가 남달랐다. 그래서 용기를 짜내어 눈치를 보면서도 셀카 한 장을 간신히 부탁해 찍을 수 있었다.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배불리 점심을 먹고 계산서를 받아 들었다. 그때 처음 알았다. 캐나다도 팁을 줘야 한다는 사실을. 보통 15% 정도라고 한다. 요즘 미국은 거의 20%가 기본값이 돼버렸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았다. 그런데 웃긴 건, 캐나다 식당 종업원들은 음식을 서빙하고 나면 그 이후로는 딱히 챙겨주는 거 없이 방치한다는 것이다. 추가 서비스 같은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마음 같아선 10%도 아깝다 싶지만 뭐, 여기 문화니까. 요즘 캐나다에서 미국 이미지가 그리 좋지 않은데, 어째 이런 좋지 않은 문화만큼은 충실히 따라가고 있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팁 15%에 퀘벡주 부가세 15%까지 얹히면, 메뉴판에서 봤던 가격과 실제 결제 금액 사이의 간극에 어이가 없어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캐나다 외식의 현실.
여하튼 그렇게 느긋하게 회식을 마치고 어슬렁어슬렁 걸어 사무실에 돌아오니 거의 두 시가 다 돼 있었다. 그 후 밀려오는 식곤증으로 졸음을 참느라 정신을 바짝 붙들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