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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너의 언어가 되어

쉬어가는 짧은 시

by 아는개산책

커튼을 젖혀도

어둠뿐인 방이야

아무도 들어오지 마세요.


쉴 새 없이 킁킁대는

당신의 두드림은

나를 정돈되지 않은 파멸로 이끄는 손.


쉬운 눈인사와

다 안다던 말 한마디도

밤이 되면 시골녁 된서리보다

무겁게 무너뜨릴 거라는 걸 나는 알지.


한번 더

내어줘 보래


올려다보지 못할 하늘에도

자전거에서 공룡으로 바뀌는

구름이 있다고 써놓은 당신,


선명한 불꽃에 뛰어드는

불나방의 날갯짓이

무에서도 완성을 찾는 길이라 말하네.


더듬으며 걷다 보면 또다시 막다른 길,

서글펐던 눈물 위 로도

길목마다 가로등을 손 보아 놓았다고.


이젠

믿어도 될까


스쳐가는 옷깃마다

따갑게 따라붙은 바늘 끝 시선도

냉대가 아닌 온감이었다는데.


들여다보지 않아도

다 내어준 게 없어도

채워지고

보듬어지는 것은

우리 옆 시선 끝자락에.


향기 없는 꽃이 저물고 있어

피어보지 못했던 봉오리야

들어볼 수 있을까 이젠


붉게 피어 붉게 진 마음이

참으로 예뻤다고.


그리 말해줄 거라고.

이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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