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전설의 잔해 위로 피어오르는 검은 미소가온은 바닥에 떨어진 마리 선
가온은 바닥에 떨어진 마리 선배의 브로치를 줍다가 멈칫합니다. 브로치 뒷면에 묻은 것은 디저트 표면에 광택을 내는 Glaçage(글라사주) 재료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이 주방에 있어서는 안 될, 아주 생소하고 비릿한 액체였습니다.
가온: (브로치를 손에 쥔 채 낮게 읊조리며) "이건 단순한 오해의 흔적이 아니야. 마리 선배, 당신의 브로치에 묻은 이 액체... 이건 식재료가 아니라 기계의 발열을 막는 Huile de machine(기계유)잖아."
그 순간, 성인이 된 이후 줄곧 그들을 이끌어주던 선생님의 실루엣이 주방 한구석 어둠 속에서 천천히 드러납니다. 인자하던 평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차가운 눈빛만이 가온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파국은 공주희와 결탁한 선생님이 제자들을 시험하기 위해 판 정교한 함정이었습니다.
선생님: (낮게 읊조리며) "C'est la fin du chemin pour vous.(이것이 너희의 길의 끝이다.) 가온, 딸기. 레시피가 없는 너희의 기술이 과연 어디까지 통할 것 같나?"
선생님의 목소리가 환풍구 너머 공주희의 비웃음과 섞여 들 때쯤, 요정들의 나라 스위트 왕국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습니다. 바닐라, 초콜라, 카페, 그리고 허니가 선생님의 암시에 걸린 듯 서로를 공격하며 주방의 시스템을 마비시켰습니다.
딸기: "가온, 정말 레시피 없이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바닐라와 초콜라, 카페와 허니마저 우리를 등 돌렸는데..."
가온: (딸기의 손을 잡으며) "Regarde-moi(나를 봐). 레시피는 타버렸지만, 우리의 감각은 살아있어. 지금 이 혼란을 잠재울 유일한 방법은 제과인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케이크, **Saint-Honoré(생토노레)**뿐이야."
가온: "이 요리는 바닥에 깐 반죽 위에 작은 슈(Choux)를 왕관 모양으로 쌓아 올린 프랑스의 고전 디저트야. 파티시에들의 수호성인 이름을 딴 만큼, 지금 우리를 지켜줄 유일한 상징이지."
가온은 주방의 남은 재료들을 훑어보며 단호하게 명령했습니다.
가온: "지금부터 우리는 설탕을 끓여 만드는 Sucre cuit(숙레 퀴) 기술로 견고한 성벽을 쌓는다. 끓인 설탕 시럽을 이용해 슈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기술이지. 선생님의 함정이 깊다면, 우리는 그 함정 위에 새로운 전설을 세우면 돼. 딸기, 반죽을 준비해!"
가온의 외침과 함께, 깨진 유리 조각과 기계유가 뒤섞인 주방에서 레시피 없는 최후의 경연이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