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전설, 그리고 차가운 그림자

[주방의 비명, 레시피가 사라진 순간]

by 아름이

박살 난 전설의 보관함 앞에서 사장님의 비명 같은 외침이 주방을 가득 채운다.)
​사장님: (머리를 감싸 쥐며) "C'est une catastrophe! (이건 대재앙이야!) 우리 가문의 Secret de famille (가문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가... 이 한 장뿐인 기록이 가루가 되다니!"
​도화: (사장님을 부축하며) "사장님, Calmez-vous, s'il vous plaît. (제발 진정하세요.) 지금은 사고 수습이 먼저예요. 가온아!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가온: (깨진 유리 조각 사이에서 타버린 종이 끝을 발견하며 한국어로 낮게 읊조린다) "이미 늦었어. 누군가 의도적으로 불을 붙인 흔적이 있어. 이건 사고가 아니라 Sabotage (의도적인 방해)야."
​마리: (몸을 떨며) "내가 아니야... 난 그저 Glaçage (글라사주, 표면 광택 작업) 재료를 찾으러 왔을 뿐이라고! 가온 너, 설마 나를 의심하는 거야?"
​딸기: (가온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가온아, 그럼 이제 어떡해? 내일 열릴 Concours de pâtisserie (제과 경연 대회)는 어쩌고? 레시피 없이는 그 맛을 낼 수 없잖아!"
​가온: (딸기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국어로 단호하게) "아니, 낼 수 있어. 아니, 더 뛰어난 맛을 만들어야만 해. Regarde-moi. (나를 봐.) 레시피가 타버렸다면, 우리가 새로운 전설을 쓰면 돼. 딸기 너의 감각과 나의 Technique (기술)을 믿어."
​가온: (주방 전체를 휘어잡는 목소리로) "전원, 각자의 Poste de travail (작업대)로 돌아가! 도화는 깨진 조각들 공단에 보고할 준비 하고, 마리 선배는 억울하면 실력으로 증명하세요. 지금부터 우리는 Créativité (창의성)로 승부한다!"
​(모두가 가온의 기세에 눌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때, 주방 환풍구 너머로 들리는 비릿한 웃음소리.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마리 선배의 브로치가 가온의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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