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안개가 걷히지 않는 당신에게

고백의 문장과 희망의 빛

by 아름이

​ 출처:아름 작가 직접 제공

안녕하세요, 아름 작가입니다.
​어제저녁 공지를 통해 미리 말씀드렸듯, 오늘 원고는 아침 9시 정시 오픈보다 조금 늦게 여러분을 찾아왔습니다. 어제 밤 9시경 귀가하여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한 뒤 원고를 꼼꼼하고 자세하게 살피다 보니, 이 깊은 이야기를 전하기엔 저의 사전 조사가 아직 부족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면, 독자분들 또한 제대로 이해시킬 수 없다'는 생각으로 원고를 붙잡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른 아침부터 다시 음성을 깨워 멈췄던 문장들을 정성껏 이어왔습니다. 약속을 조금 미루면서까지 작업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는, 오늘 우리가 함께 마주할 인물들이 가진 생명의 무게를 함부로 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가 담아낼 이야기는 조금 무겁고 아픈 서사가 섞여 있습니다. 이미 이 내용을 알고 계신 작가님들도, 혹은 처음 접하며 눈물을 흘리실 작가님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마주하는 것 또한 우리가 문장으로 연결되는 이유이기에, 조심스럽게 한 분의 삶을 먼저 꺼내어 봅니다.
​1. 백세희 작가: 진솔한 고백이 만든 치유의 문장
​오늘 우리가 함께 마주할 백세희 작가는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출판 편집자로 일한 전문가였습니다. 10년 넘게 앓아온 기분부전장애를 다스리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와 나눈 내밀한 상담 기록을 세상에 내놓았고, 이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습니다.
​그녀는 늘 강조했습니다. 우울은 완치가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고 말이죠. 타인의 고통과 비교하며 내 아픔을 지우지 말고, 내 감정에 정확한 이름을 붙여주라는 그녀의 조언은 많은 이들에게 살아갈 용기가 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고인은 2025년 10월 우리 곁을 떠났으나, 마지막 순간까지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난 그녀의 발자취는 그 자체로 숭고한 문장이 되었습니다.
​2. 기분부전장애: 마음의 안개가 걷히지 않는 상태
​이 장애는 경미한 우울감이 2년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상은 가능해 보이지만 마음 밑바닥에는 늘 무기력함이 깔려 있어, 가랑비에 옷 젖는 우울증이라 불립니다.
​이 병을 앓는 이들은 흔히 이런 기분을 느낀다고 합니다. 환하게 불 밝혀진 저녁 도시를 모두가 바쁘게 걷고 있는데, 오직 나만 그 흐름에 섞이지 못한 채 제자리에 멈춰 서 있는 듯한 기분 말입니다. 세상과 나 사이에 거대한 투명 유리벽이 처진 것처럼, 타인들의 활기와 웃음소리가 먼 곳의 이야기처럼 아득하게 들리는 지독한 소외감입니다.
​그 지독한 절망 속에서도 작가는 떡볶이를 참 좋아하셨다고 고백합니다. 죽고 싶다는 마음과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사소한 욕구가 공존하는 그 모순. 사실 그 사소한 욕구가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임을 작가는 담담히 보여줍니다.
​3.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인,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
​오늘 이 고요한 안개 속으로 한 분을 더 모셔오려 합니다. 저의 삶에 따뜻한 지표가 되어주신 시인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입니다.
​종종 그가 누구인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짧게 덧붙이자면, 선생님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찰나에 담아내는 사진작가이자, 절망에 빠진 이들의 마음을 뜨거운 언어로 어루만지는 시인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수많은 문장 중에서도 생명은 무엇보다도 고귀한 보배라는 울림은, 한 사람의 내면이 변할 때 비로소 세상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겨울은 반드시 봄이 된다는 선생님의 격려는, 기분부전장애라는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반드시 걷히지 않는 어둠은 없다는 확신을 줍니다.
​오늘 아침부터 쉼 없이 달려온 만큼, 지금 이 순간 가장 정직한 목소리로 녹여낸 원고를 올립니다. 비록 안개 낀 날씨일지라도, 여러분의 마음 한구석에 따뜻한 떡볶이 한 그릇과 이케다 다이사쿠 선생님의 밝은 햇살 같은 위로가 함께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모두 맛있는 점심 드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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