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동이고 싶은 K장녀

'가족보다는 혼자가 좋아져 버린'

by xohee

부모가 되면 정말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까?

나는 잘 모르겠다. '내가 부모였으면 어린 나에게 그렇게 안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점이 많기에


물론 좋은 부모님들도 많겠지만, 그 시절 결혼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기에 부모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이 낳기만 하면 되는 줄 알고 아이들의 정서를 챙기지 않은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너무 챙겨서 문제가 되어버렸지만. (뭐든지 중도가 어려운 법)


어린 시절에 외동은 버릇이 없다는 소문이 있었다. 실제로 내 주변이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다수의 외동들이 그런 느낌이 있었다. 혼자 부모의 사랑을 받고 형제간의 질서를 배우지 못해서였을까?

자유로워 좋아 보이던 외동 친구들은 형제자매를 부러워했다. 나는 반대로 그들을 부러워했다.

사실 지금도 부럽다. 혼자서 부모님의 사랑과 지원을 받다니 너무 좋잖아?


뭐 친구들은 내 상황이 특수 케이스라며, 성인이 되고 시간이 흐른 지금 형제자매가 최고의 친구라지만

나에게는 와닿지 않고 가끔은 부럽지만 바꿀 수 없는 일






지금은 딸이 최고라지만(난 솔직히 이 말도 조금은 별로다, 아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딸한테만 케어를 바라는 거 같아서) 왜 그 시절에 아들을 더 좋아했을까? 대를 이을 수 있어서?

어린 시절부터 집안에서 보이던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남녀차별이 이해되지 않았고 싫었다.


친가에서 제사를 지내면 우리 가족과 작은 아빠네 가족이 주로 모였는데, 음식 준비는 할머니와 작은엄마가 다 하셨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작은 엄마 너무 고생 많으셨다.)

작은 엄마네는 딸만 둘이었는데, 쌍둥이 오빠 둘이 있던 큰아빠네가 이혼하면서 제사 때 실질적으로 남자는 내 동생만 남게 되었다. 그래서 여자들이 만들고 여자아이들도 도와 만든 제사상에, 내 동생이 여자들보다 먼저 차례를 지냈다. 밥은 남자들 먼저 큰 상에 내어주고, 열심히 음식을 만든 여자들은 작은 상에서 따로 나중에 먹는 것도 이해되지 않았다.


여자 아이면 어린데도 설거지하고 도와드리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이런 가부장제 문화가 매우 싫었다.

남자들은 TV 보고 놀고 자고 먹고, 여자들은 하루 종일 제사 음식 만들고, 과일 깎고 후식 만들고 설거지하고 다시 저녁 준비. 물론 아닌 집도 있었을 테고, 지금은 많이 변화해서 다행이지만

나의 친척들은 아니었어서(외가 친척들은 더 심했다.)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자라났다.


K장녀라는 말은 왜 생겼을까? 장녀라는 이유와 첫째 '딸'이라는 이유로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동생의 보호자 역할을 하며, 밥을 만들어 챙기는 등 유독 집안일을 당연하게 시키는 것에 대해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사실 이해하고 싶지 않을 걸지도)


초등학생 남매를 키우는 주변 지인에게 들으니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부모가 되니 첫째에게 시키게 된다는데, 첫째가 그렇게 태어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비슷한 나이의 어린아이일 뿐인데. '책임'이라는 이름의 부담이 생기고, 비슷한 나이의 동생은 예뻐하고 나에게는 엄격해지는 부모를 보며 억울함이 올라오기도 한다. (물론 둘째, 셋째만의 서러움도 있겠지만)


웃기게도 내가 K장녀의 성격을 가져서 그런가 친구들도 공교롭게 대부분이 장녀들이다.

그녀들과 있으면 서로 가만히 있지 않고, 뭐 할 거 없는지 항상 둘러보고 먼저 나서서 돕고 같이 쉬려고 한다. (주관적 K장녀 특)


어쨌든 이런 이유들도 있지만, '남동생'이어서를 떠나서 유독 '내 동생' 이어서 더욱더 외동이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하였다. 이유는 금쪽이들 보면서 느낀 건데 내 동생과 매우 닮았다는 점.


특히 특정 연예인의 남매가 나왔을 때는 내 동생과 엄마의 관계를 보는 거 같았고, 장녀에 이입해서 안타까웠다. 본인 속이 썩어가는지 모르고 그래도 엄마가 속으로는 자신을 많이 사랑한다며, 애써 합리화하며 스스로를 달래는 모습. 딸은 엄마를 짝사랑하고, 엄마는 아들을 짝사랑한다.


후에 나올 이야기지만 우리 엄마의 아들 사랑은 지독하다. 나는 정말 엄마 자식이 맞나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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