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답게 살고 싶어요

'나는 어른이 아니에요'

by xohee

아빠의 가정폭력은 시도 때도 없었다.

아직도 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건, 엄마가 아빠에게 전기포트로 머리를 맞아 장롱에 기대어

스르륵 쓰러지던 모습. 초점 없는 눈을 한 채로 축 쳐진 엄마를 보며 나와 내 동생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울면서 속으로 '엄마 어떡하지' 하며 떨며, 아빠가 제발 그만 멈춰주기를 바랄 뿐.


아마 나의 기억으로는 엄마가 집을 나간 게 그 사건 이후였을거다.

나중에 커서 들은 바로는 엄마는 외가에서 알게 되면 걱정하실까 봐 가정폭력 사실을 숨겨왔었고, 그날 처음으로 참다가 연락을 하였고 엄마는 병원으로 가서 입원을 했었다고 한다.


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는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임신부를 때리다니. 그래놓고 후에 큰고모가 비슷한 상황을 겪자 큰 고모부에게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이중성을 보며 인간이 맞나 싶었다.


수박을 먹고 싶어서 말했다는 이유로, 빨래 널러 옥상에 갔다가 다른 사람과 마주쳐 바람이 났다느니

이유는 다양했다. 엄마와 함께 살 때는 크게 실감하지 못했지만 아빠는 의처증이 있었다.

같은 잘못을 해도 동생을 더 미워하고 더 많이 때렸는데, 이유가 엄마가 바람 펴서 낳은 자식이라고 의심하고 있던 것이었다. 물증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고 이해도 안 가지만, 의처증이 확실하다고 느낀 건 아빠가 우리에게 협박을 했었다는 거다.


우리를 앞에 앉혀두고 시장 근처에 있는 소아과에 갈 때, 엄마가 우리를 놔두고 병원 밖에 나갔다가 다시 데리러 오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런 적 없다고 하니 다시 되물었다.

같은 대답을 하니 쇠젓가락이 날아와 내 옆 벽에 꽂혔다. 생명의 위협의 느낀 나와 동생은 흐느끼며, 그랬던 거 같다며 거짓 증언을 하였다. 그러자 아빠가 '그러면 그렇지'라며 '너희 엄마는 바람나서 나간 거다'라며 알겠냐고 묻고 응답을 듣고 난 뒤에야 더 이상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안도를 하면서도 거짓말로 엄마를 나쁜 사람을 만든 죄책감에 마음이 괴로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빠는 동네 사람들에게 엄마가 바람 나서 집을 나갔다며 소문을 내고 다녔다. 그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결과는 구타로 이어질 테니


후에 엄마가 우리를 데리러 왔고, 아빠는 동생만 데리고 가라며 욕을 했고 나를 못 나가게 온몸으로 문을 막아서서 무서웠다. 엄마도 나도 동생도 울었다. 그 이후의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나도 따라가게 되었던 것 같은데 외갓집에서 잠시 지냈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아빠가 후에 사과인가 과일 한 박스를 들고, 죄송하다며 외갓집에 찾아왔다. 그때 무서워서 부엌으로 숨었던 기억이 있다.


그날이었을까? 엄마가 울면서 꼭 다시 데리러 오겠다며 (당시 엄마는 전업주부로 오래 지냈기에)

우리의 장난감과 짐과 함께, 나와 남동생을 아빠에게 보냈다.

그렇게 이혼한 엄마를 두고두고 원망했다. 다 큰 성인인 본인도 못 버텨서 나갔으면서 이 지옥에 어린애들을 다시 넣다니. 차라리 길가나 고아원에 보내지 하며 초등학생 내내 치를 떨었다.


그 이후 아빠와의 삶은 매 순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어린아이가 모를 수 있는 공구의 이름을 대며 가져오라 해놓고 틀렸다고 때린다던지. 시답지 않은 이유로 맞기 일쑤였다. 그래서 나는 어린 나이에 눈치만 늘어갔고,

어린이집 선생님의 카드에도 눈치를 본다고 적혀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중 9살 때쯤이었을까? 집안일을 해본 적 없던 내가 설거지를 하였고 아빠가 칭찬해 주셔서 기분 좋던 것도 잠시. 곧 집안일은 내 일이 되었고, "집안일을 하면 공부 안 하냐"라고 혼이 났고, 공부를 하면 "집안일하기 싫어서 잔머리 쓴다"라고 하였다.


그리고 연년생 동생에 대해서 엄마도, 아빠도 나에게 자신이 없으면 내가 부모라며

부모역할을 해야 한다며 부담감을 주었다. 아직 감당하기 어린 나이였고 무엇보다 동생은 막무가내였다.

오은영 박사님이 나오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아이였고 그대로 커버렸다.


나도 애였는데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엄마는 계속해서 나에게 말했다.

"너는 알아서 잘하잖아, 네가 누나잖아." 누구는 첫째로 태어나고 싶었나?

사실 셋째를 임신했었지만 세상에 나오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을 무렵부터는, '차라리 나를 지우고 셋째를 낳지' 라며 내 생일을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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