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라는 이름의 함정 ep.2

by xohee

언니와 드디어 연락이 닿았는데, 소름 끼치게도 나와 카톡 한 사람은 언니가 아닌 형부였다고 한다.

뭔가 촉이 이상함을 느꼈던 나는 무서워졌다. 사람 좋은 척 서글서글하게 웃던 사람이, 굳이 언니인척 나에게 연락을 했다고?


알고 보니 형부에게 폭행당한 언니가 애들을 데리고 쉼터로 갔으며, 언니는 형부에게 폰이 빼앗긴 상태여서 연락을 못했다고 했다. 언니의 행방을 찾으려던 형부가 '나와 함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연락을 했다는 거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부부싸움으로 살인이 일어난다던지, 전 부인을 살해한다던지 사건들이 있었기에 정상적이지 않은 형부의 모습에 언니의 신변이 걱정되었다. 이런 사건에 민감하여서 더 그랬을지도.


그래서 내 일처럼 나서서 언니를 돕기로 하였다. 나의 직장과 집에서 언니의 집까지는 거리가 왕복 2시간이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내 지인이 뉴스 속 사건에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


'형부가 연락도 안되고 사라졌다'며 집에 와도 된다는 언니의 말을 들은 후, 평소 같이 만나던 다른 언니와 함께 모이게 되었다. 그렇게 듣게 된 사건의 전말은 경악스러웠다. 형부가 언니의 어머니를 홍두깨로 때렸다는 것과 언니를 죽이기 직전까지 폭행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언니에게 흉기들로 위협해서, 출동한 경찰이 '가위와 칼 등' 위협적인 것들은 다 가져갔다고 하였다.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언니도 잘못을 해서 조금 난감했다. 그저 그동안 형부가 해온 잘못이 있고, 우리는 언니의 지인이기에 '언니가 그동안 얼마나 참았으면 그랬겠나' 하며 편 들어주려 했을 뿐.


그럼에도 양파 같은 언니였다.






처음은 이웃들과 모여 알고 지내다가 나이트를 가서 몇 번 놀았고, 거기서 만난 남자와 연락을 하였는데 그게 들켜서 형부가 화를 낸 것이라고 하였다.


정당화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과거 둘째 임신 중에다가 첫째를 등에 업고 있던 언니의 배를 발로 찬 것을 시작으로 폭력이 지속되었던 것을 들었고, 형부가 당구장에 자주 가서 집에 늦게 들어오니

홀로 살림과 육아를 하느라 힘들어하던 언니를 두고, 유흥주점에 간 것도 들었기에 작게나마 '언니가 오죽했으면' 하고 이해해보려 했다.


형부가 왜 화가 났는지도 이해가 가지만, 과도한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기에 언니를 위로해 주었다. 언니의 얼굴은 여기저기 피멍이 들어있었고, 그로 인하여 직장을 나가지 못하여 잘린 언니는 당장 나갈 집세 등을 걱정하였는데 형부는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고, 갑자기 교통사고가 났다며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래서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거 사고 난 척 시간 끌어서, 이혼소송 하려는 거 같은데?'

언니의 신변과 아이들을 위하여, 고심하다 이혼을 권하였고 언니는 조금은 망설이는 듯 보였다.

그렇게 이혼에 대하여 검색하던 중, 이혼 소송을 먼저 접수한 사람이 임시 양육권을 가지고 임시 양육비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방비 상태에서 소장이 날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일단 언니의 진단서를 떼기 위하여 병원으로 같이 가자 하였다. 언니는 돈을 이유로 미루려고 하였고, 내가 내주겠다며 언니를 설득하였지만 답답할 정도로 병원에 가지 않으려 하였다.


나는 이때 멈췄어야 했다.

그렇게 검색을 하던 중 나는 형부가 쓴 듯한 지식인을 보았고, 언니와의 관계와 사건을 대략적으로 적은 뒤 이혼 소송을 준비하려는 내용이었다. 언니에게 보여주니 형부가 맞는 거 같다고 했다. 그래서 다급해진 나는 '돈 빌려줄 테니 변호사 쓰자'라고 하니, 반차를 써가며 찾아간 나를 바보로 만드는 말을 듣게 되었다.


"나는 공감을 바란거지, 해결을 원한게 아니야"


둘째 임신만 아니었으면 진작 이혼했을 거라며, 성질내며 욕하던 언니에게 말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에 인간관계의 허무함을 느끼고 '잘해줘 봤자 소용없구나'를 느꼈다. 같이 집으로 향하던 다른 언니는 나를 위로해 주었다.


여기서 연을 끊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며칠 후에 온 전화를 고민 끝에 받아버렸다. 수화기 너머 오열하는 언니의 목소리를 듣고, 쓸데없이 정이 많아 생겨난 연민이 문제가 될지 그때는 몰랐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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