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죽지 않아요

by 정자까야

여름씨 제가 어제 동물농장인가..세상에 이런일인가..기억이 안나는데 왜 그런프로 있잖아요. 특이한 동물 나오는 프로.


네네..몇 개 있죠. 저도 가끔 봐요.


네..저는 다른 일 하다 슬쩍 봤는데 요양병원에 계신 할아버지가 야생 개와 정이 들었나봐요. 그 개가 다쳐서 병원에 가야 하는데..너무 슬퍼하시고..자식 같이 대하시는 모습이라..


네..개든 고양이든 곁에 있으면 가족이죠.


맞아요. 제게 그 생각이 스치더라구요. 우리 다 늙어서 곁에 아무도 없으면..그 때 모아놓은 돈이며 그간 쌓느라 힘들었던 인맥이며..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한마리 백구만도 못한 것들일텐데..


대부분 그 운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결국엔 그렇게 되겠구나..아..이런 상상 정말 싫은데..


가족도 그래요. 소중하지만 각자의 삶이 있잖아요. 부모는 자식을 보내줘야하고 자식은 건강하게 독립해야죠. 알면서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가끔 겨울씨 보면..이런 얘기 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애늙은이 같기도 해요. (웃음) 우리 아직 결혼도 안한 사람들이라구요. 앞으로 인생이 어찌될지 모르지만 잘 헤쳐나갈 자신 있어요. 어려움은 있겠죠. 언젠가 겨울씨가 떠올린 외로움이 찾아오기도 할거구요. 그때는 그때대로..잘 적응해야겠죠..


애늙은이..이래도 되는 거에요? (웃음) 제가 여름씨보다 연상이라서 그런가..모르겠어요. 그 방송을 보면서..그냥..아마 그 할아버지는..혼자 계셨던 거 보면 할머니 먼저 보내신것 같고..그 할아버지에게 죽음이란건 뭘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보이지 않으면 죽은 게 아닐까..찾아오지 않는 가족, 연락이 없는 지인들..그 분들이 할아버지에겐 이미 죽은 사람들 아닐까..그런. 살아있어도 자신의 세계에 없다면 죽은 사람들과 다를 게 있을까..차라리 백구가 살아있는거죠..할아버지한테는..


그건..맞는거 같아요. 할아버지 입장에서는..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이 어딘가에 살아있건 그렇지 않건..같을 테니까..그래도요. 겨울씨. 가족이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 아니겠어요. 실제로 자기보다 먼저 죽고..이런건 너무 큰 마음의 상처일 것 같은데..


여름씨 말이 맞아요. 당연히 가족이든 지인이든 잘 살고 있어야죠. 그래야 할아버지도 행복하실테고. 전 그저 할아버지에겐 백구가 살아있는 사람이겠구나..그런 존재겠구나..싶었어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잘 살고 있다는 마음의 위안을 떠나..할아버지의 삶만을 생각한다면 그렇다는..그런 느낌이었어요.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요. 좀 거칠게 말하면 살아있으면 곁에 있어라...연락이 없는 건 죽은 존재다..뭐 그런? (웃음) 전 남친은 겨울씨 인생에선 죽은 존재..?


아하..네 네 (웃음) 네 어디에선가 잘 살고 계시겠지만 지금의 제겐 죽은 존재..나 다름 없죠. 그냥 단순해요. 죽은 사람은 연락이 없잖아요.


살면서 수많은 인연이 살았다가 죽었다가 하겠군요. 우리 각자의 인생만으로 판단하면요.


겨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겨울씨에게 살아있는 존재죠? (웃음)


여름씨는 한동안 죽은 존재였죠. (웃음)


전 부활한 거군요..(웃음)


그렇게 되는 거네요..신성모독은 아니지만..(웃음)


혹시 백한번째프로포즈라고 아세요? 진짜 옛날 영환데..겨울씨도 옛날 영화 마니아시니..알 거 같기도 하고..


아..알아요. 그거 원래 일드였을거에요. 우리나라에서 판권 사서 영화로 리메이크했죠. 누구더라..배우가 유명하신 분이었는데..


내용도 기억나시나 모르겠는데..여주가 죽은 남친을 못잊는데 남주가 여주한테 빠졌죠. 프로포즈하는데 여주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은 죽는다고..두려워서 연애를 못한다고 하자 남주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기억이 잘..(웃음)


도로에 뛰어들어요.


네?


차에 치일 뻔했죠. 차가 가까스로 남주 앞에 멈추죠. 욕을 한바가지 퍼붓고 차는 떠나고..남주는 놀라서 말문이 막힌 여주를 돌아보며 한마디 하죠.


....


저는 죽지 않아요..


...


겨울씨. 저도 겨울씨에게 똑같이 말하고 싶어요. 저도 죽지 않을거에요. 그 남주처럼..그 백구처럼..겨울씨의 시야에서 늘 얼쩡거리는 그런 사람이고 싶습니다..(웃음)


아..


아니..이게 프로포즈 이런건 아니고..그냥 제 현재 마음이 그렇다는..아이고..갑자기 이상한 얘기로 빠져서..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었네요..아..시킨 음식은 왜 이렇게 안나오는건지..여기가 좀 느려요..맛은 좋은데..


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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