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치유할 수 있다

얼마나 썼다고 그만둔다는 것인가

by 다두



가을이 밤새 차이콥스키와 함께 스멀스멀 들어왔다

10월을 앞세운 가을은 노인의 발자국 마냥 소리조차 없었다

까만 건반 위로 떨어진 가을은 하얀 바닥으로 흘러 구르다

피아니스트의 검은 옷소매를 타고 내려와

가볍지 않은 쓸쓸함의 덩어리로 커가고 있었다


쓸쓸함을 바늘처럼 밟았다

마취에서 풀린 속된 의식이 흐물거리며 일어나고

슬럼프에 지친 피아니스트가 무음 속을 헤매듯

가을은 살아보지 않은 세상처럼 그렇게 무섭게 깨어났다


창틀에서 자란 쉴레의 앙상한 가을 나무가 10월을 막아 세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가지를 피한 쓸쓸함은 화가의 가는 목선을 타고 쓰리게 흘러내렸다

10월의 가을은 지병이 되어 천재의 요절을 앞장서 걸었다


가을을 치유하기에는 재즈만 한 것이 없다

재즈가 아침에만 있다는 것은 오진일뿐이다

밤에는 월광을 부르면 그만이다

녹턴이라고 불러도 좋다

재즈가 됐든 월광이 됐든 아주 천천히 천천히 부르면 그만이다


소리를 내서도 안된다 - 아다지오로 내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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