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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버라이닝 May 23. 2024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매일 쓴다.

1일차 기록

'왜 쓰는가'는 나에게 던져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왜 쓰려고 할까?

새삼스레 물어봐도 딱히 떠오르는 말은 없다. 그럼에도 '왜 쓰는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것이 바로 이 글의 출발점이므로. 쓰다 보면 '왜'가 밝혀질 것이다.


자기계발을 위해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미칠 거 같아서?

내 이야기가 세상에 나와야

지구 평화에 이바지하니까?

작가나 강연자로서의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어서?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내가 왜 쓰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왜 쓰는지, 왜 써야 하는지, 그 질문은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또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살면서 '요즘 뭔 일 있어?' '가고 싶은 데 없어?' '저녁 뭐 해줄까?' 등 주변인들에게 다양한 안부를 끊임없이 물어본다. 그러면서 정작 나 스스로에게는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어본 적은?  



시인 이성복은 이렇게 말했다.


글을 대하는 태도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같다.
짙은 화장은 내 얼굴의 주름을
살짝 숨길 순 있어도, 그것은 순간뿐이다.
계속 나이는 내 안으로 들어와 용해될 것이고,
나는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 자연스럽게
밖으로 우려낼 수 있을 뿐이다.
가장 솔직한 태도로,
가장 마음 깊은 속까지 다녀왔다는
마음가짐으로 글과 삶을 대하며 살고 싶다.


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지 돌이켜보자. 그저 드러내느라 바쁘다. sns에 이쁜 것, 맛있는 것,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하다. sns속 사람들은 각자의 행복을 전시하느라 정작 현재 내가 뭘 원하는지, 마음이 어떤지 모른다.


글쓰기는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또한 삶을 견디는 방식, 삶을 애도하는 방식이다.  나를 더 사랑하기 위해 매일 써보자. 어떻게든 삶은 이어지고, 또 이어진다.


1인사업자로 망해가기 일보 직전인 지금, 매일 아침 글쓰기를 시작하려 한다. 인생폭망하기 전에 내가 뭘 원하는지, 지금 삶을 어떻게 이어가고 싶은지 알기 위해서다.


귀가길, 의도치 않게 앞자리 한 남자분의 수신자 이름이 '벵갈 호랑이'라고 뜬 것을 보게 되었다. 그 키워드 하나에서 시작해 뭐하는 사람일까부터 시작해, 둘은 어디서 만나 무엇을 할까를 떠올리며 사는 게 조금 더 흥미진진해졌다. 이제 눈을 크게 뜨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기록해나가기로 한다. 일상이 모여 내가 된다. 하루하루 놓치지 않기 위해 몰입하는 것, 그것이 매일 글쓰기의 목표이기도 하다.  


중년, 자꾸만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져간다. 출판사 경력 20년, 잡지기자 5년, 방송작가 5년. 징그럽게 사람을 많이 만났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건 그들 하나하나가 이룬 세계다. 그 이야기들과 내 삶의 기록들을 고쳐 쓰기 위해 오늘부터 나를 기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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