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입초 근무
내가 근무하는 곳은 공기업 본사다. 우리는 모두 4개 조가 있고, 각 조는 3명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주간에만 근무하는 대장이 1명 있다. 그래서 총 13명이 근무한다. 하루를 조간, 석간, 야간, 3개 근무로 나눠서 일하고 나머지 1개 조가 쉬는 4조 3교대 시스템이다.
본사라서 아무래도 외부 손님들이 많이 방문한다. 하루에도 수백 대의 차가 드나든다. 특히, 출근 시간을 포함해서 오전이 바쁘다. 직원들 차량은 등록되어 있지만 외부 손님 차량은 방문 차량이라고 차단기 옆에 있는 출입 시스템 화면에 표시된다. 그러면 방문자 이름과 소속을 묻고, 방문하고자 하는 부서명과 담당자를 확인한 후 통과시킨다. 이렇게 경비실 밖에서 방문자 출입을 통제하는 업무를 입초 근무라고 부른다. 한 사람이 1시간씩 돌아가면서 입초 근무를 한다.
입초 근무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접한다. 대부분 절차를 잘 따라주지만 간혹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그러면 서로 얼굴 붉히는 일이 벌어지게 된다. 가령, 이미 약속하고 방문하는 것인데,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냐며 기분 나쁘다는 투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어르고 달래서 잘 넘기면 되는데, 사람 일이란 게 항상 순조롭게만 가는 일이 없는 법. 평소에 화를 잘 내지 않던 직원이 일이 잘 안 되려나 그런지 갑자기 소리 지르게 된다. 경비원을 무시하냐고, 내가 내 할 일 하는데 왜 짜증내서 얘기하냐고, 하며 맞받아치면 일이 커지게 된다. 대장과 반장이 뛰어 나가고, 심하면 방문객도 차에서 내려 한바탕 할 것 같은 험악한 상황으로 변해간다. 간신히 상황이 수습되면 그 직원은 부끄러운지 미안하다 말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수긍한다. 경비원도 일종의 서비스직이다. 전화 상담원 등을 보고 감정 노동자라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우리도 한쪽 발을 담그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은 또 이런 적이 있었다. 오전에 들어왔다가 다시 재입차 하는 거라며, OO부서 간다고 해서 통과시켰다. 알고 보니 이 사람 신용카드 영업 사원이었던 것이다. 본사에서 난리가 났다. 각 층 돌아다니면서 카드 발급 영업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장은 본사에서 경고를 받았다. 이 사건을 두고 우리끼리 참 허탈해했다. 1시간씩 번갈아 가면서 입초 근무를 하면 그전에 출입하던 사람이나 차량에 대한 정보를 일일이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이런 사건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조간, 석간 근무 교대 때 이런 문제점은 더욱 부각된다. 가령, 오전에 도보로 들어오는 방문객이 있다고 가정하자. 그 방문객이 오전에 일을 다 마치고, 본사 직원과 함께 차를 타고 나간다면 석간 근무자는 오리무중, 행방이 묘연한 방문객을 두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게 된다. 언제 회사 밖으로 나갔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정문 출입 일지에 들어온 시간은 적혀 있는데, 나간 기록이 없게 되는 것이다.
입초 근무가 어렵다고 느끼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근무 환경 때문이다. 한여름과 한겨울이 특히 그렇다. 나는 겨울보다 여름이 더 힘들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에는 1시간 입초 근무가 사막 한가운데 버려진 느낌처럼 막막하다.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는 외부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1시간만 서 있다 보면 온통 땀범벅이다. 땀으로 몽땅 배출되어서 그런지 입초 근무를 하면서 물을 벌컥벌컥 마셔도 소변을 볼 일이 없을 정도다. 반면에 한겨울 근무를 싫어하는 직원도 있다. 본사는 산 밑에 있기 때문에 한겨울 골바람이 무척 센 편이다. 내복 껴입고, 두꺼운 겨울 패딩 입어도 어찌나 바람이 센지 옷을 뚫고 바람이 송송 들어온다. 손과 발도 무척 시리다. 장갑을 껴도, 양말을 두 겹으로 신어도 동장군 앞에서는 아무 소용없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입초 근무만의 매력은 있다. 신록이 우거지는 4월이나 5월이면 눈부신 햇살의 바깥 풍경을 즐기기 아주 좋다. 또 가을이면 드높은 가을 하늘과 빛 좋은 단풍잎을 감상하기에 입초 근무 만큼 좋은 것은 없다. 이럴 때는 콧노래가 저절로 나온다. 콧노래를 흥얼대고 있으면 1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린다. 그렇지만 여름은 참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