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유실수
본사 곳곳에는 감나무며 대추나무, 모과나무 등이 여럿 있다. 본사가 이곳에 터를 잡은 처음부터 심어져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무들은 꽤 둥치가 굵고 키가 크다. 처음부터 같이 했다면 수령 40년은 족히 넘었을 터, 가을이면 그 열매도 퍽 야무지다.
추석을 앞두고 대추나무에 달린 알토란 같은 대추 따느라 미화 여사님들 열심이다. 폭염이 어느새 물러나고 바람이 선선하다 못해 살짝 춥다 느껴지면, 여사님들이 비닐봉다리 들고 출동한다. 연례행사다. 그렇게 딴 대추는 가을 햇볕에 잘 말라 차례상에 올려지지라.
우리 경비원도 빠질 수 없다. 순찰 돌면서 점점 익어가는 대추며 감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기다리길 그 얼마던가. 미화 여사님들 다 따기 전에 서둘러 야간 작전을 감행한다. 야간 근무 때 돗자리 펼치고 타작하듯 훑는다. 우두두둑! 잘 익은 대추들이 마구마구 떨어진다. 그중 한 개 깨문다. 단맛이 쫘악 올라온다. 아따 고놈 잘 익었네, 잘 생긴 녀석 몇 개는 경비실 야참이 된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단연 인기는 감이다. 단감과 대봉 골고루 있다. 처음 조경수 심은 일면식 없는 사람의 넉넉한 인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감을 기가 막히게 잘 따는 직원이 있다. 기다란 장대를 손수 만들어서 밤만 되면 작업 나간다. 감 수확 작업은 대개 늦은 밤이나 휴일 때 한다. 아무래도 본사 직원들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한번 작업 나가면 많게는 서른 개 정도 따온다. 감은 해거리가 있어서 작황이 들쑥날쑥이다. 작년에는 감이 잘 열리지 않아 올해는 경비실의 기대가 높다. 안 그래도 주렁주렁 달리는 본새가 예사롭지 않다며 이제나 저제나 조바심 나던 터. 첫 수확이 풍성하다. 따 온 감은 각 조별로 분배한다. 출출할 때 한두 개 꺼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모과는 대추나 감에 비해 인기가 없다. 차에 두고 은은하게 풍기는 방향제 역할을 한다지만 요즘은 워낙 차량용 방향제가 좋은 게 많아 예전처럼 뒷 유리창에 두고 쓰는 경우가 드물다. 누군가 한두 개 주워 와서 경비실 한쪽에 놓아두지만 그마저도 얼마 되지 않아 슬쩍 사라진다. 모과차로 담가 먹는다는 사람도 없다. 땅바닥에 떨어져 뒹굴고 있는 모과를 보면 너도 한때는 사람들이 많이들 찾았는데, 이제는 찾는 이 없이 쓸쓸하구나 싶다. 모과한테 다행이다,라고 해야 하나 개미들한테 인기가 많기는 하다. 모과 주위로 개미떼가 꼬인다. 월동 준비하는 부지런한 개미들이다. 가을이 오면 대추, 감 따는 재미에 우리는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