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일기 22
비가 온다. 괜히 우울하다. 만사 성가시다. 소파에 누워 멀뚱멀뚱 빈둥거린다. 아! 운동 가야 하는데,를 벌써 30분도 넘게 종알거리고 있다. 동시에 속으로는 운동 빠질 좋은 핑곗거리 어디 없나 찾고 있다. 이런 모순덩어리 같으니라고.
리모컨을 켠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린다. 그때 홈쇼핑에서 스테퍼를 팔고 있다. 몸을 좌우로 뒤뚱 거리며 모델은 땀을 쏟고 있다. 쇼 호스트는 계절에 상관없이 집 안에서 언제라도 간편하게 운동할 수 있다고 유혹한다. 집에서도 계단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슬슬 구미가 당긴다. 헬스장 가기 귀찮으시죠? 걱정 마세요. 스테퍼만 있으면 해결됩니다. 90% 넘어갔다. 간지러운 등을 시원하게 북북 긁어주는 것 같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런 조건으로는 구입하기 어렵습니다. 기어이 일 저질렀다. 에이! 구매 버튼을 꾹 눌렀다.
스테퍼는 제법 큰 상자 안에 들었다. 꽤 묵직했다. 거실 소파 옆에 놓았다. 좌르르 윤기가 흐른다. 왔으니 한 번 올라타 본다. 오른발, 왼 발 힘줘가며 누른다. 15분 운동하고, 5분 쉬고. 그렇게 3세트 하라고 했다. 점점 땀이 난다. 오! 제법인데. 운동되겠는데. 기특한 녀석이군. 잘 샀구먼.
한 달 후. 스테퍼 위에는 먼지가 쌓여 있다. 스테퍼 한 번 해야 하는데, 그냥 말뿐이다. 다시 한 달 후. 스테퍼 놓느라 쫓겨났던 진공청소기가 어느새 제자리에 돌아왔다. 스테퍼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이유. 교훈 삼아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런 점에서 난 낙제생이다. 이미 두 번이나 홈쇼핑 통해 운동 기구를 산 적 있었다. 주인공은 실내 자전거. 열심히 탔다. 하지만 처음 한 달뿐이었다. 결국 빨래 걸이로 전락하더니 그마저도 어느새 사라졌다.
집에서의 운동,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이 사실을 까먹는다.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답은 한결같다. 스테퍼도 같은 처지. 이제 세 번째다. 스테퍼 덕이라고 해야 하나. 중고거래란 걸 처음 해봤다. 팔려간 곳에서 부디 사랑받기를 빌었다. 어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