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고마워!

헬스 일기 23

by EAST

곁에 항상 있어서 당연하다고 느끼는 게 있다. 사람, 사물 다 그렇다. 사람으로 치면 우선 아내다. 30년 넘게 붙어 있었으니 자석이나 다름없다. 철썩 붙어서 떨어질 줄 모른다. 물론 내가 더 강하게 붙어 있는 편이다. 요즘 아내는 나를 떨어트리려고 한다. 자꾸 성가시게 하지 말라고 으름장 놓는다. 안 하던 잔소리도 잦아진다. 나이 드니 슬쩍 위기감을 느낀다. 앞서 겪은 선배들의 명언이 생각난다. 여자 말을 잘 듣자. 마음에 새기고 있다.


두 번째, 친구 녀석들. 이팔청춘에 만났으니 40년 지기들이다. 낼모레 60인데, 만나면 그저 키득키득 세상 편하다. 우르르 몰려다니는 모습이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누구 하나 싫다 말이 없다. 술 먹다, 당구 치다, 히히덕거리다 헤어진다. 내 다마수는 여전히 50이다. 한결같다. 구력만 쌓여가는 중.


사물로는 먼저, 집이 있다. 애들이 나고 자란 곳이다. 온갖 추억이 함께 한 곳. 매년, 매 계절이 다 달랐다. 구석구석 추억이 차곡차곡 쌓인 곳이다. 둘째로 자동차. 매일 나와 함께 달린 녀석. 주인 잘못 만나 여기저기 상처 투성이지만, 든든한 내 두 발이다. 중고로 가져온 지 5년째. 연식이 도합 10년 되더니 여기저기 잔고장이 많다. 셋째, 직장. 입사 3년 차. 전 직장과 비교하면 월급 차이가 많지만, 심신이 평화로운 값이려니 한다. 넷째, 돈. 항상 곁에 있었다. 적었지만. 대략 이 정도.


이번에는 항상 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없다고 상상해 본다. 아내, 친구, 집, 자동차, 직장, 돈. 오 마이 갓! 영화 그래비티의 여주인공 산드라 블록처럼 컴컴한 우주 공간에 덩그마니 혼자 놓인 모습이 바로 떠오른다. 얼마나 암담하고, 외롭고, 무서울까 싶다. 그런 상상만으로 세상 모든 게 그저 고맙다.


말없이 30년을 옆에서 있어 준 아내가 눈물 나게 고맙고, 친구 녀석들도 고맙다. 고장 자주 난다고 눈치 준 자동차, 미안하다. 월급 적다고 투덜대던 직장이여, 나 받아줘서 고맙다. 잠깐이라도 곁에 있다 가버린 돈, 너 역시 땡큐, 하지만 다음에는 조금 더 오래 있다 가도 돼. 그러니 이즈음 나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헬스장이여, 그대 역시 아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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