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려고 핀 게 아니야

타인의 시선

by dropfairy

내가 피어난 이유는 살기 위해서였고 죽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다.


땅속의 어둠과 습기를 뚫고 올라와 낯선 바람과 쓸쓸한 공기를 견뎠다.


주어진 자리에 뿌리를 뻗어 잎을 펼치고 몸을 세워 얼굴을 선보였다.


햇볕의 노랑과 그늘의 푸름을 섞어 초록 잎을 만들고


파랑 하늘에 붉은 꿈을 띄워 보랏빛 낯으로 물들었다.





꽃밭에는 꽃만 많은 게 아니라 사람도 많다. 꽃을 바라보는 눈, 사진을 찍는 손, 더 예쁜 꽃을 찾는 분주한 움직임이 있다. 꽃의 색깔과 형체에 감탄하고 곁에서 찰나를 남기는 이들이 많다.


'예쁨'의 대명사인 꽃은 왜 피었을까?


꽃은 예쁘려고 피어나지 않았다. 살아가기 위해 피어났다. 연약한 씨앗으로 흙을 밀어 올리고 차가운 바람과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자기 몫의 계절을 완성했다.

사람의 눈에 닿는 순간 모든 과정은 지워지고 '예쁨'이라는 한 단어로 평가된다. 너무 예쁘다는 이유로 꺾이기도 하고 너무 빨리 사라진다는 이유로 아쉬움이 된다.

꽃은 말이 없다. 설명하지도 항변하지도 않는다. 당신이 보지 않는 순간에도 꽃은 피어 있고 당신이 잊은 뒤에도 생명을 키우고 치열한 순간을 이어 나의 때를 채워간다.


​당신의 시선이 머물든 망각에 쓸려가든 나로서 존재하고 나로서 소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