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야기 3
-
지난주
미용실에 갔을 때
담당샘이
반가운 얼굴로 맞이한다
머리카락이 너무 길어
죄송스러운 마음에
제 머리가 너무 길죠,, 했을 때
또 버티실 때까지 버티시다 오셨네요? 하고
옅은 미소로 대답을 해준다.
빗질을 하고
가르마 방향을 물어보곤
가위를 들어 자를 때
휴무인데 여태 일하시고 오셨나 봐요 하길래
네 어제까지 일하고
오늘부터 좀 쉬어요 했을 때
월요일은 쉬세요 그런다
아뇨 저는 일할 거 같아요
직원들은 쉬고요?
네-.
요번에 다시 시골로 사무실을 옮겨서요
새로 들 온 친구들도 있고
저는 아마 못 쉴 거 같네요라고 답했다.
미용실에서 나는 말수가 별로 없어
조용히 머리를 자른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고
앞 테이블에서 서로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정말.. 재밌어서 웃는 걸까
영업상 웃는 걸까,
짧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긴 머리가 가위에 눌려
아래로 떨어진다..
중간쯤 보고 있다 눈을 감는다.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거울을 보지 못하고
시선을 아래로 떨구다가
담당샘이 앞으로 올 때
눈을 다시 감았다.
피곤하신가 봐요 하고 묻는다
사실. 눈을 뜨고 있자니
샘이 앞으로 오면 시선이 이상해서 란 말을 하지 못하고
네. 좀 피곤하네요 로 답한다
-
눈을 감고 있으면
가위소리가 들리고
눈을 뜨면
머리카락이 많이 잘린 게 보인다.
-
어릴 적에 엄마는
누나와 내가 아빠한테 맞고
방 안에서 울고 있으면 엄마는
작은방에 와서 이불하나로 모두 덮이고는
무동 타는 아이들 이란 책을 읽어주었다
저녁때 엄마가 읽어주던 책.
누나는 엄마 등 쪽으로 가까이 붙고
나는 아직 어린 애라
엄마가 자기 품 안에 끌어안고 책을 읽어주었는데
엄마 품에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조금도 못 가 졸음이 오곤 했다.
다시 깼을 때
엄마가 없어 울면 옆에 있던 누나는
자기도 깨서 나한테 와서 안고 달래주다가
내가 엄마 엄마 하면서 더 크게 울면
누나도 같이 엉엉하고 울곤 했다
동생 달래다가 엄마 보고 싶다 우는 동생보고
동생을 안은채 자기도 따라 울었다
우는 소리에 엄마가
다시 온다
엄마는 그 모습이 웃겼는지
옅은 미소로 한 손은
누나 손을 잡고
나를 안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어릴 때 나는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뻤다
유치원 샘이 울 아들은 누가 젤 좋아하면
엄마라 그랬다
세상에서 누가 젤 예뻐하고 물으면
나는 엄마라 그랬다.
나는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이쁘고 가장 좋았다
엄마가 없으면 보고 싶다 울만큼
나는 엄마가 전부였고
엄마에겐 그 아들이 전부였다.
품 안에 자식 같은 아들..
성장하고 대학 갈 때
엄마는 내가 대학 갈 때..
내가 군대 갈 때.
나는 엄마를 잊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내가 더 중요했고
엄마는 언제나 내가 더 중요했다.
-
다 됐어요 하고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길었던 내 머리카락이
단정하게 정리가 되었다
이제 샴푸 하러 가세요 한다
샴푸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뒷마무리까지 되었을 때
고생하셨어요 하길래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옷을 챙겨 입고 계산을 하고
나갈 때 깔끔해진 머리를 보며
국민? 초등학교 때
엄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아들은 머리에 손만 대면
잠드는 아들인데
어느새 다 커서 혼자 머리도 자르고 온다고
-
품 안에 아들은
아직도 머리에 손길을 느끼면
잠이 그대로 오는데..
엄마는 점점
내 삶과 멀어져 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