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이 꿈꾸는 색

일본에선 말을 잃고 살았던 재일교포가 한국에서 말을 찾았다

by 모모

빛은 언제나 색을 드러낸다.

하지만 나는 늘 내 색을 감추며 살아왔다.


나는 카멜레온이다.

일본에서는 늘 보호색을 두르고 살았다.
눈에 띄지 않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바뀌는 색.
때로는 더 옅어져 거의 투명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나를 보지 못하도록,

“역시 재일교포라서 그렇구나”라는 시선을 피하기 위해.


나는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다.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며 일본 사회 속에서 살아왔지만,

늘 마음 한편엔 보이지 않는 무게가 있었다.

한마디 말, 작은 행동조차

재일교포 전체를 대표하는 듯한 책임감 속에서

나는 목소리를 잃어갔다.


지금 나는 서울에 있다.

일본인 남편, 이중국적을 가진 아이들과 함께.

여기서는 조금 달라졌다.

투명해지지 않아도 된다.

숨지 않아도 된다.


서울에서 나는 새로운 색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 그게 내 진짜 색인지는 모른다.

오랫동안 변하는 것에만 익숙해져

내 원래 색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린 듯하다.


카멜레온도 혼자 있을 때는 어떤 색일까.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아무에게도 맞출 필요가 없을 때 말이다.


나는 지금 그 색을 찾고 있다.

나만의 목소리, 나만의 색을.


그리고 조심스레, 이렇게 글로 내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언젠가 카멜레온이 아니라,

그냥 나 자신으로 설 수 있기를 꿈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