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전부였을 때, 우리는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을까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땐
충격 그 자체였다.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이 책이 떠올라 일상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사랑이 과연 뭐길래.”
이 질문 하나만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았다.
담이와 구의 관계는
과연 사랑이라고 정의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서로를 향한 사랑이라기보다는,
서로에게서만 숨 쉴 수 있었던
맹목적인 집착의 산물은 아니었을까.
“너는 좀 더 일찍 왔어야 했다.
내가 본 마지막 세상은 너여야 했다.”
구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담이를 떠올리며
그 말을 머릿속으로 곱씹는다.
그리고 담이는
그의 말에 응답하듯,
그가 죽은 뒤
그의 시체를 뜯어먹는다.
“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이 장면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혹은 이것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도착할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끝일까.
그를 아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자신 뿐이기에
그를 평생 기억하고 싶었던 담이의 사랑.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
그의 몸을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몸 안으로 밀어 넣었던 담이의 사랑.
그 사랑은
내가 지금껏 생각해 왔던
어떤 사랑의 형태와도 닮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을 덮은 뒤에도
계속해서 질문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담이와 구가 어린 시절
어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둘은 조금은 덜 위험한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은
애착 결핍에서 비롯된 사랑이
어디까지 사람을 데려갈 수 있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이 사랑을
그로테스크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지나치게 집착적이며
한심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나는 이 사랑이,
희생에서 비롯된 부모의 사랑을
한 번도 충분히 받아보지 못한 이들이
서로에게
그 모든 사랑을
단 한 사람에게만
온전히 퍼붓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상에는
사랑을 나누는 법을
배워본 적 없는 사람들이 있다.
담이와 구는
그저 서툴렀고,
사랑을 다른 방식으로
할 줄 몰랐을 뿐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사랑은
아름답지 않지만,
슬프도록 진실하게 느껴졌다.
“기억이 나의 미래.
기억은 너.
너는 나의 미래.”
이 문장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소설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사랑의 정당성이 아니라,
사랑이 전부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위태로운 초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도
이와 아주 멀지 않은 결핍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