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의 지도
몸이 예민해지면 후각도 예민해진다. 출근길 옷을 입으며 내 냄새에 멈칫. 향수를 뿌릴까? 그러다 짙은 향수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고 후회하며 출근한다.
버스를 타기까지 자동차 매연과 어디선가 날아오는 담배 연기에 숨을 참아본다. 마스크를 찾아 쓴다.
지하철에 올라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냄새에 또 한 번 숨을 참는다. 이래서 사람들이 자가용을 끄는 걸까. 차를 사야 하나. 열심히 집을 알아보는 시기에 차는 시기상조 같다.
드디어 퇴근, 좋아하는 향으로 씻어내고, 좋아하는 아로마 오일 가습기를 켠다. 살 것 같다. 왜 밖에선 이게 안 될까? 알면서도 습관처럼 질문한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마스크에 익숙해졌고 장점도 알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입장에서 마스크는 굉장히 유용하다. 방금 먹고 온 음식냄새, 담배냄새, 술냄새, 땀냄새, 향수냄새 그 밖에 다양한 냄새들.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냄새다. 문제는 내 코가 그것을 너무 잘 맡는다는 거. 내게서도 날 냄새이다. 마스크는 이 모든 것들을 한결 옅게 해 준다. KF 94는 특히 좋다. K-만세. 여름철은 덥기도 답답하기도 해 가벼운 마스크를 끼면 냄새를 막아주는 역할은 잘 못한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아로마 오일을 마스크 안쪽에 살짝 묻혀봤다. 너무 좋다. 예민한 몸이다 보니 화학적 합성 물질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방향제, 디퓨져, 섬유유연제 모두 잘 사용하지 않는다. 믿을 수 있는 곳에서 나온 아로마오일이 반갑다.
음식의 맛은 의외로 미각만 가지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쉽게 '맛'이라고 표현하지만 이 맛은 냄새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할 때, 코를 부여잡고 먹는 행동을 하곤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냄새를 맡지 않으면 음식의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정확히는 입 안의 미각기관이 느낄 수 있는 다섯 가지 맛을 빼고 느끼지 못한다. '고소하다'가 맛으로 잘 혼동하는 대표적인 느낌 중에 하나이다. 우리는 고소한 향을 맡는다.
지하철역에서 내리거나 환승을 할 때 자주 속는 냄새가 있다. 빵 굽는 향, 델리만쥬 향 같은 것들이다. 향만 맡고 내 멋대로 내가 가장 맛있게 먹은 음식을 떠올린다. 퇴근길 출출함에 한가득 사 와서는 후회한다. 내가 생각했던 맛이 아니다.
차도 그렇다. 차는 사실 다양한 맛이라기보다 다양한 향을 느끼려 마시는 음료이다. 쓰고 떫고-'떫다'도 맛은 아니다.-시고, 부드럽고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향이다. 가끔 달달함도 추가되긴 한다.
또 향은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우연히 맡은 향에서 떠오르는 그 사람. 우리 엄마 또는 할머니의 음식냄새. 가족과의 즐거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쓸쓸하고 서글펐던 이별을 떠올리게도 한다.
그래서 향은 내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나를 편안하게 하고 기분 좋게 하는 향. 그것으로 나의 하루를, 나의 공간을 채워보면 어떨까? 또는 무향이 취향이라면 무향으로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좋아하는 맛난 음식의 향으로 즐거워진다(배부를 때 하자). 햇볕에 잘 마른빨래 냄새를 담은 이불에 폭 묻히는 것도 좋다. 엄마 냄새 가득한 품에 안기면 안정과 행복이 찾아온다. 숲에서 청결한 공기를 듬뿍 들이마시는 것처럼 싱그러운 자연의 향은 편안함과 상쾌함을 준다.
오늘 당신을 행복하게 할 향은 무엇인가? 또는 무거워진 마음을 가볍게 할 향을 곁에 둬보자. 오늘도 힘차게 살아낸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