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2005년 어느 여름날, 진우와 함께 밤새 동네를 돌다, 우리 집 놀이터 앞 정자에 앉았다.
아빠가 일어나시기 전에는 들어가야 한다.
안 그랬다간 지금 몇 신데 기어들어오는 거냐고 불호령이 떨어질것이다.
해가 서서히 뜨고 여명이 밝아온다.
어둑어둑한 아침.
우리는 곧 헤어짐을 앞두고,
"진우야, 빨리 서른 살이 되면 좋겠다
그러면 모든 게 흔들리지 않을 거 같아."
그때는 모든 게 자리 잡혀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승무원의 꿈은 포기했다.
그때에는 그 정도 했으면, 포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서른 살이 넘어서까지 외국계 항공사 문을 두드리다 결국 승무원이 된 친구들을 보며, 꿈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걸 배웠다.
나는 짧은 영어실력으로 무역회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부산에서 일을 시작한 나는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지만, 타지에서의 외로움과 부모님의 이혼으로 방황을 하게 돼, 마음의 병을 얻게 되었다.
내가 너무 존경하는 사장님께,
부산에서의 삶이 행복하지 않아서 퇴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엉엉 울어댔다.
사장님은 그런 나를 붙잡을 수 없었다고 하셨다.
정해놓은 것도 없이 부산회사를 뛰쳐나와 다시 서울로 왔다.
사람일이 신기한 게, 부산에서의 일이 또 도움이 되어 을지로에 위치한 외국계 철강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난 이후라, 서울에서의 모든 삶이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처음으로 이렇게 내가 행복해도 될까?라는 생각도 했었다.
너무 행복했다. 모든 것이 나의 것 같던 29살이었다.
그렇게 여자나이 서른 살을 앞두고 마음이 멜랑꼴리해 질 때 즈음, 일본에서 매니저가 한국으로 날아왔다.
나를 L호텔 로비에 있는 카페로 불렀다.
"미안한데, 난 오늘 너를 자르러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