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서른 살을 두 달 앞둔, 곧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았던 날이었다.
행복에 겨워했던 나날들이 갑자기 무너졌다.
세상은 이렇게 한 번씩 시련을 주나 보다.
다음에 올 행복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침착하게 매니저에게 말했다.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하게 해서 미안해. 너도 힘들겠다."
"아니 아니, 나한테 사과할 필요 없어. 내가 미안해"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물이 흘렀다.
지사에서의 문제가 아닌, 본사차원에서 행해진 인원 감축.
해고통지서를 날리러 이 나라, 저 나라를 돌아다니는 내 매니저가 나의 안부보다 안쓰럽게 느껴졌다.
카페에서 계속 울고 있자니, 매니저가 너무 난처해했지만 충분히 시간을 가지라고 위로해 주었다.
울음이 그쳐서, 사무실로 돌아가니 나 없는 사이에 소식을 들은 사무실 식구들은 함께 회사 욕을 마음껏 해주었다.
오늘은 HR에서 서류가 오지 않았다며, 나를 일찍 퇴근시켰다.
아직 화창한 점심이었다.
이렇게 사무실을 나오고 나니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사무실 바로 옆에 있는 옷가게로 흘러 들어가 오며 가며 보았던 옷들을 사기 시작했다.
그렇게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입은 옷 그대로 누워서 밤을 지새웠다.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 불안해졌을 뿐.
밤을 꼬박 지새웠다.
잠도 오지 않고, 먹고 싶지도 울고 싶지도 않았다.
새벽 5시가 되니 머리가 맑아졌다.
이렇게 받아들이는 인생이 싫어졌다.
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항상 상대가 원하는 대로 이끌려 가던 내 인생이 갑자기 지겨워졌다.
아침 9시,
본인의 약점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화려할 대로 화려하게 차려입고, 화장도 한 후 당당하게 사무실에 출근했다.
"지사장님, 저 노무사 좀 만나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