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2007년의 전주.
한없이 설레었던 2년 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친구와 몇 개의 영화를 예매하고 우연이라도 진우를 마주치길 기도했다.
영화를 보러 이동 중에도 레이더를 돌려보았지만 진우는 없었다.
우린 1박을 하기 때문에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전주의 밤을 걸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다른 일행들과 함께 있는 진우와 마주쳤다.
가벼운 눈인사뿐으로 진우는 냉정했다.
내가 알던 그 소년이 아닌 것 같다.
우린 이렇게 어긋나는 건가.
그렇게 진우와 시작도 없던 헤어짐을 맞았다.
믿기지 않았다.
지금도 그 해는 나에게 또렷하게 기억된다.
그 해, 부모님이 헤어졌고
그 해, 집에 도둑이 두 번 들었고
그 해, 임원면접에서 두 번 떨어졌고
그 해, 내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15.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난 참지 못하고 진우에게 다시 연락했다.
진우에게 단답으로 답장이 왔다.
우린 만나기로 했다.
못난 마음은 또 설레기 시작했다.
우린 자주 가던 극장옆 공원에서 만나 벤치에 앉았다.
많은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
나의 고백에 대한 대답도 없었다.
그저 곧 군대에 간다는 소식을 전했다.
타이밍이란,
면회를 가겠노라 약속했다.
우리의 서막이 끝나간다.
진우의 훈련이 끝나고 재대배치를 받은 후,
휴가 나온 (군) 동생과 함께 진우의 면회를 갔다.
까무잡잡했던 얼굴이 더 까매지고
까까머리를 하고 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은 그대로다.
그런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조금 쑥스럽다.
시간은 화살과 같고
우리의 시간은 흘러
더 이상 서로를 향한 마음은 누그러지고
애틋한 마음만 남았다.
몽돌 해수욕장에서 만났던 둥글둥글 몽돌하나를
예쁜 포장지에 돌돌 말아서
마음속 깊은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