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제대로 된 요약을 못한다, 왜?

- 구조를 파악하라 ①

쉬운 요약, 어려운 요약

글이나 책을 요약하는 일은 ‘핵심’을 간추리는 작업이다. 문제는 ‘핵심’을 담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글의 종류(장르)에 맞는 방식으로 줄이기, 이것이 핵심을 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글의 구조와 관련 있다. 글의 구조란 글의 부분들이 협력하여 이루어내는 전체의 골격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글 요약은 쉽다고 ‘느낀다’. 어릴 때부터 이야기 책, 만화책, 영화, 드라마 등을 수없이 접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야기 구조’를 어느 정도 익혔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에서 우리는 자신의 경험을 말할 기회가 자주 있다. 이 과정에서 이야기 구조를 저절로 복습하게 된다. 그러나 사실, 제대로 된 이야기 글 요약을 위해서는 보다 의식적으로 ‘구조’를 활용해야 한다.

한편, 주장하는 글(논설문, 논술문, 칼럼 등)의 요약은 비교적 단순하다. 글에 담긴 주장과 이유를 찾으면 기본 요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문단을 잘 구성했고, 문단의 중심 문장을 분명히 썼다면 더욱 쉽다.

문제는 설명하는 글이다. 설명글은 구조가 다양한데, 우리가 그 다양한 구조들에 익숙해질 만큼 많은 설명 매체를 접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이라면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경험이 많지만, 구어는 문어만큼 구조가 명확하지 않게 마련이다.

알게 된 설명 구조가 있다 해도 복습할 기회는 거의 없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암기하고, 문제를 푸는 방식으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설명의 구조를 익힐 기회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어떤 설명글은 전형적 설명 구조들 가운데 어느 하나에 잘 들어맞지 않는다. 어떤 설명글은 구조를 넘어 내용을 깊이 파악해야 올바른 요약이 가능하다.

그런데 학교에서 다루는 교과의 대부분이 설명이다. 그러므로 설명글을 스스로 제대로 요약할 수 있다면, 암기한 내용을 보다 올바로 활용해 다양한 응용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발전하는 AI 기술 덕분에 평생학습이 불가피한 시대에 요약 능력은 강력한 학습 도구이다.

이번 화에서는 우선 이야기 글을 적절히 요약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이야기 글 요약의 핵심 : 문제와 욕망

대부분의 이야기에는 주요 인물(주인공)이 있다. 그리고 이 인물이 해결해야 할 문제나 실현하고 싶은 욕망(소망)이 있다. 이야기 요약의 출발은 바로 이 문제나 욕망을 파악하는 것이다.

▶ 문제가 있다면

주요 인물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이야기라면 대체로 문제, 해결 시도, 어려움 봉착과 대처, 최종 결과, 반응의 구조를 갖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요약 방법은 다음과 같다.

∙ 배경과 주요 인물 → 문제 → 해결을 위한 시도 → 어려움과 대처 → 최종 결과 → 결과에 대한 반응

▶ 욕망(소망)이 있다면

주요 인물이 실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이야기라면 대부분 욕망의 동기, 구체적 욕망, 욕망 실현을 위한 시도, 어려움 봉착과 대처, 욕망 실현과 동기 충족 여부, 만족 여부의 구조를 내재하고 있다. 이 경우 요약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 배경과 주요 인물 → 욕망의 동기 → 구체적 욕망 → 실현을 위한 시도 → 어려움과 대처 → 욕망 실현/동기 충족 여부 → 만족 여부

이때 욕망과 동기를 구분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싶은 인물이 있다.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것은 인물의 욕망이다. 금메달을 따고 싶은 이유, 이것이 동기이다. 운동선수로서 최고의 영예이기 때문에, 자신의 한계를 알고 싶기 때문에 등등……. 동기는 흔히 욕망에 앞선다.

이제 요약하기 좀 더 쉬운, ‘문제’가 있는 이야기 한 편을 요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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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는 이야기 요약 사례

용과 소년 (베트남 옛이야기, 참고 : 제미나이)

옛날 옛적, 작은 마을 근처에 오래된 연못이 하나 있었다. 사람들은 그 연못에 용이 살고 있는데, 용이 심술을 부리면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든다고 믿었다.

이 마을에 ‘람’이라는 소년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었다. 람은 생각이 깊고 언제나 자연을 존중하는 소년이었다.

어느 해, 마을에 여섯 달이 넘도록 비가 오지 않는 심한 가뭄이 들었다. 논밭은 말라 갈라졌고, 연못의 물도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용이 노해서 벌을 내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용의 화를 풀기 위해 연못에 값비싼 제물을 바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자 람은 생각했습니다.

‘용이 노한 이유가 우리가 자연을 더럽혔기 때문은 아닐까.’

람은 혼자서 연못 주변을 청소하고, 말라붙은 연못 바닥에 뒹구는 쓰레기도 치웠습니다. 그리고 매일 새벽마다 먼 산에서 깨끗한 샘물을 길어와 연못에 조금씩 부었다.

7일 동안 람이 연못을 보살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람은 그래도 단념하지 않고 더 열심히 연못을 보살폈다. 그렇게 다시 7일이 지난밤, 연못에서 환한 빛이 솟아오르더니, 거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인간이여, 너희의 제물이 부족해 노한 것이 아니다. 너희가 연못을 더럽혀 내 살 곳을 망가뜨렸기 때문에 괴로웠을 뿐이다. 그런데 람이 정성껏 연못을 돌보아 내 괴로움을 풀어 주었다. 그러니 이제 너희를 용서하겠다."

용은 람에게 감사하며 연못에 맑고 깨끗한 물을 채워주더니 하늘로 올라가 비를 내렸다. 그 뒤로 람과 마을 사람들은 용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자연을 깨끗이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요약 사례

어느 마을에 용이 산다고 여겨지는 연못이 있었다. 이 마을에는 자연을 존중하는 람이라는 소년이 살고 있었다. → 배경과 주요 인물 소개

그런데 어느 해, 람이 사는 마을에 심한 가뭄이 들어 논밭은 갈라지고 연못에는 물이 말랐다. → 인물의 문제

마을 사람들은 연못의 용이 노했다고 생각해서 제물을 바쳤지만 소용없었다. 람은 사람들이 자연을 더럽혀서 용이 노했다고 생각해서 연못과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깨끗한 샘물을 구해와 연못에 부었다. → 해결 시도

처음 7일은 아무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람은 계속해서 청소를 하고 깨끗한 샘물을 부었다. → 어려움

다시 7일이 지나자 연못에서 용이 나타났다. 용은 람의 정성에 괴로움이 풀렸다며 연못에 맑은 물을 채워주고 비를 내려 주었다. → 최종 결과

그 뒤로 람과 마을 사람들은 항상 자연을 깨끗이 보존했다. → 반응

이처럼 이야기의 내용 구조를 반영한 요약에서는 불필요한 내용이 저절로 제거되고 핵심 내용이 또렷이 드러난다. 요약은 결국, 문장 의미 이해 능력을 넘어 글 전반의 구조를 보는 능력을 요청하는 작업인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설명글 요약에 대해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