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강, 대한민국 대표기업 L부장
「인자강(人自強)- "인간 자체가 강하다"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출처 나무위키」
L부장을 처음 봤을 때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팝업 된 단어이다.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한눈에 봐도 100kg은 족히 돼 보이는 근육질의 상체, 만약 자기소개 없이 만났다면 나는 분명 L부장을 격투선수나 프로 럭비선수 또는 윤성빈 같은 동계 스포츠 선수 정도로 생각했을 거 같다. 한눈에 봐도 근육의 질이 일반 헬스장에서 키운 느낌보다는 왠지 프로의 냄새가 나는 그런 거침이 느껴졌다. 심플하게 크고 거대하고 강렬했다.
반면 대화를 시작하자, 얼굴에는 6살짜리의 천진하고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드러났다. 너무 압도적 피지컬이라 작은 인상이라도 쓰게 되면 자칫 사람들이 큰 공포를 같게 될까 배려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반전된 편안한 표정을 시종일관 유지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혹시 그를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후 몇 번 더 만나게 되면서 L부장의 그런 아이 같은 표정은 꾸며낸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격임을 알게 되었다. 다만 아이 같은 표정을 지녔다고 성격이 아이 같거나 소심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강한 에너지가 있었고, 일에 대한 대단한 열정이 있었으며, 삶이 만약 액체적 형태를 가지고 있다면 문자 그대로 한 방울까지 짜서 쓰는 극한성이 있었다. 어떤 일을 같이 일을 진행할 때면 굉장히 압도적으로 추진하는 힘이 절로 느껴졌다.
그가 마음을 먹고 진행하고자 하는 일이라면 왠지 될 거 같은 신뢰가 있었고, 매 순간 그는 어김없이 증명해 냈다. 그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절대 그에게 농담으로 라도 제안을 하거나 의뢰하지 않는다. 입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는 이미 추진하고 있고, 한번 추진된 일은 돌이키기가 힘들었다. 정말 대단한 에너지였고, 그의 에너지의 크기를 산으로 표현된다면 나는 그를 히말라야 산 사촌 동생쯤으로 표현하고 싶다.
육체에 가지고 있는 근육의 양만큼 그는 건강한 음식을 많이 먹고 또 그만큼 많이 움직였다. 하루 3~4시간만 잠을 자도 유지되는 회복력은 인간계가 아닐 정도로 놀라웠고, 유튜브 운동 동기부여 영상에서나 볼 법한 무게의 바벨이나 역기를 헬스장에 아침저녁으로 들어댔다. 운동에 있어서는 운동 마니아들도 L부장 앞에서는 갓난아기 수준으로 레벨로 전락해 버렸고, 헬스장에서 방아 찍는 육중한 "쿵~쿵" 소리가 나면, 굳이 얼굴을 확인하지 않아도 다들 'L부장 출근했구나' 생각했다.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지만 그는 예전에는 오히려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고 하고, 사진으로도 확인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기는 했으나 전문적으로 할 마음은 없었고, 농구를 하다 부상을 당해 십자인대가 끊어지면서 재활을 하고 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십자인대가 없어 근육으로 십자인대를 대신한다고 하고 지금은 전혀 문제없이 활동적으로 농구뿐 아니라 다른 스포츠도 문제없이 즐길 수 있다.
지금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대한 기업의 부장으로 일하고 있지만, 당연히 처음부터 보장된 삶을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지방에서 엔지니어로 출발해서 본사 핵심부서의 부장으로 오기까지 십자 인대가 끊어지는 고통의 수십 배의 난관이 있었다고 하고, 그때마다 차근차근 극복해왔다고 한다.
그는 운이 좋았다고 손사래 치며 겸손해 하지만 내가 가까이에서 관찰한 바에 따르면 그의 리더십의 원동력은 경청의 힘인 것 같다. 그는 참 남의 이야기를 맛있게 듣는다. 외모만 보면 정말 포식자 같은 고집이나 뚝심이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귀가 얇은 정도로 남의 얘기를 잘 들어준다. 단순이 들어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같이 울고 웃으며 맞장구 쳐주고 연결되어 있는 느낌을 갖게 해 준다.
이런 경청의 능력 때문인지 50살을 코 앞에 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주위에 나이차가 적지 않은 어린 친구들이 유독 많이 따른다. 아이같이 맑고, 황소처럼 강한 에너지가 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사람을 끌어당기는데, 그의 마지막 화룡점정이 바로 경청이다. 그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장 순수하게 타인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심지어 내 딸아이 또래 십 대 청소년과도 아이돌 춤을 같이 추며 어울리는데 어색하지 않다. 근데 또 잘 춘다. 그의 힘은 그런 공감으로 타인을 자신의 배에 태워 강한 육체로 싫어 나르는 강함이다. 그래서 한번 타면 내릴 수가 없다. 앞에서 끄는 배라면 줄을 끊으면 멈출수 있는데 그는 그 자체가 거대 함선이라 절대 내릴 수가 없다.
나는 그와 교류하면서 육체의 단련이 중요한 것이라는 것과 음식은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연료임을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나는 매일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이라는 연료를 연소함으로써 출력 강한 에너지를 갖게 되었고, 삶의 많은 것들이 변했다. 늘 피곤했던 육체와 정신은 이제 또렷해졌고, 일의 효율성은 높아졌으며, 무엇보다 기분 좋은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야 왜 그가 아이 같은 미소를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잠은 죽은 후 관에서 자는 것이고 나태하지 않도록 몸을 계속 움직이라고 등을 떠미는 L부장의 에너지가 가끔 부담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 언제나 에너지가 충만해진다. 니체가 말한 '지금 당신과 교류하고 있는 5명의 평균이 당신을 말한다'라는 관점에서 L부장은 내가 5명 중 한 명으로 죽을 때까지 교류하고 싶은 한 사람이다. 나는 나태해지고 싶을 때면 L부장의 얼굴을 머리 위에 가상의 달처럼 띄워놓고 나를 쫓아와 닦달하게 하는 이미지를 만든다.
"멈추면 죽는 거야. 빨리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