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포기를 모르는 선도부장

태권도 체육관 CEO J관장, 끈기와 집념의 리더십

by 미스터Bit

요즈음 인기 있는 콘텐츠 장르 중 하나는 바로 학원물이다. 웹툰, 영화, 드라마에서 다뤄지는 학원물의 폭력성 수위는 이미 성인들의 레벨을 넘은 지가 오래며, 잔혹성이나 자극성이 높아질수록 돈이 되기에 점점 더 엽기적인 내용들이 미디어에서 창조되고 있고 촉법소년, 학폭 등 익숙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이를 둘 키우는 입장에서 뉴스에서 보도되는 청소년 관련 사회이슈들이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을뿐더러, 혹여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 균열이 없는지 시시때때로 점검하느라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내가 학생이던 90년대를 생각해 보면, 30년 전 그때도 학교폭력, 비행청소년, 일진 등 지금과 같은 청소년 문제들이 그대로 존재했었다. 다만 그때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다룰 수 있는 영역 안에서 문제였다는 것이 지금 아이들의 문제와는 다른 점이다. 그 당시의 청소년 학원물이라고 해야 고작 정우성 주연의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그리고 류승범 주연의 ' 품행제로' 등이었고, 비행의 척도는 담배 피우고, 돈과 신발을 뺐고, 알루미늄 배트로 폼나게 학교 복도 창문을 차례로 깨며 교문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었기에 지금의 문제와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오래된 기억이라 내가 과거를 낭만 있게 왜곡해서 간직할 수도 있으나, 최소한 그때는 같은 반 친구를 괴롭혀 자살하게 만드는 문제는 없었다고 자신한다.


이렇듯 심각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다뤄져야 하는 것이 청소년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자신들의 아이들이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스스로 단속하는 것 외 에는 공공측면에서 사회청소년문제를 개선하는 일에 참여할 방법이 없다. 학교 안 공간에서조차 선생님들이 제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는 현실에서 어떤 어른이 우리 아이들에게 회초리를 들 수 있을까? 나 역시도 교복 입고 무리 지어 담배 피우는 청소년들은 피해서 돌아가기에 누구도 비난하기는 사실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내가 아는 태권도학원 J관장은 용감한 어른이다. 태권도 사범시절부터 도장을 운영하는 지금까지 근 25년간 홍대일대 불량 청소년들의 선도부장을 자처하며 청소년문제 한가운데 직접 뛰어들어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계도하는데 여념이 없다. 아마 그는 나의 이런 평가에 멋쩍어할 것 같지만, 나는 그가 사회청소년 문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J관장의 학창 시절은 원래 축구선수였다고 한다. 삼 형제 중 막내로, 누나와 형은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한 엘리트 체육인의 집안에서 성장했고,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했으나 빛은 보지 못했다고 했다. 집안 내력 덕분에 어린 시절 자연스레 태권도 유단자 스펙을 쌓았고, 국가대표급 무력을 지닌 무서운 누나 소개덕에 강제로 태권사범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시절 운동선수 출신들이 많이 그랬듯이 J관장 친구들 중 프로가 되지 못한 많은 이들이 다소 비뚤어진 삶의 레일 위에 올려졌으나, J관장은 다행히도 무공 높은 누나와 형덕분에 지금처럼 자리 잡았다고 한다.


J관장은 철없던 시절, 누나와 형에게 문자 그대로 죽도록 맞았다고 한다. 본인도 20년간 운동만 한 사람이고, 대단히 혈기왕성한 청년임에도 불구하고, 어긋난 방향으로 튕겨나가려고 하면 실신하도록 맞았고, 가출도 해보고 별수를 다 써보았으나 누나와 형의 네트워크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냥 일탈을 포기하고 가족들 요구대로 살아보니 적성에도 잘 맞는것 같고, 제자 아이들의 성장을 도우는 일도 보람이 있어 지금까지 업으로 삼아서 잘 해오고 있고, 현재가 만족스러우며 앞으로도 할수 있을때 까지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고 한다.


내가 J관장의 체육관을 처음 드나들 무렵, 이제 막 미성년을 지난 앳된 얼굴의 미소년 사범이 있었다. 그는 미소년 사범은 초등학생 때부터 가르친 제자였고, 운동을 잘해서 훌륭한 선수로 키워보려 했으나, 아쉽게도 거친 사춘기를 보내는 바람에 지금은 사범으로 같이 일한다고 했다. 미소년 사범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그 일대 일진대장이었고 주먹으로는 꽤 유명했다고 했다. 미소년사범이 일탈할 무렵 소년의 어머니가 찾아와 바로잡게 도와달라는 부탁 했고, J관장은 자신이 누나와 형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것처럼 똑같이 그를 계도했다고 했다. 지금은 J관장이 새로 차린 태권도장에서 그 미소년사범은 어느덧 또 다른 리더가 되어 사업체를 책임지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이제는 건강하고 중요한 사회 구성원이 된 미소년사범을 비롯해 어쩌면 어른들의 방관과 무관심 속에 버려졌던 우리의 많은 청소년들이 J관장을 통해 선도되고 훈련되어 각자의 몫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 사회로 배출되었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그 아이들이 장하고 J관장이 고맙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국가가 책임지고 이행해야 할 막중한 일들을 J관장 대신해주고 있어 나는 그가 교육자이고 어른이고 우리 사회의 반드시 필요한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J관장의 리더십의 핵심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나의 오랜 관찰에 따르면 그의 리더십은 한마디로 끈기, 포기를 모르는 집념이다. 앞의 미소년사범 예에서 보듯 J관장은 본인이 세워놓은 목표치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내는 끈기가 있고 미소년사범을 통해 증명해 냈다. 일탈하는 청소년을 멱살 잡아 체육관 매트리스에 패대기치며 또 다른 CEO로 키워냈고, 지금도 그는 사회의 무관심 아래 거리에서 타인을 위협하는 한 명의 인간이 사회의 배출되지 않도록 그의 어린 제자들에게 교육자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으며, 그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교육자적 신념이 있다고 했다.


예전에 직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세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이자 직장 선배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조금은 넉넉하지 않은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사는 것을 지켜보며 질문했던 적이 있다. "선배님은 일하시면서 아이들 셋을 챙기시기도 빠듯하고, 또 건강도 별로 안 좋아 보이시는데 좀 쉬시지 주말에 왜 청소년을 위한 봉사까지 하세요?" 선배는 하던 일을 멈추고는, "대리님은 아직 아이들이 없어 모르실 텐데, 부모로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거예요"


사실 그때는 전혀 공감되지 않아 귀담아듣지 않았던 그 선배의 얘기가, 아이들을 키워보니 너무도 공감 가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전 지구적으로 예외 없이, 오로지 '나와 내 경계'만 목숨 걸고 사수하는 지금의 인류에게, 선배가 얘기했던 '우리 공동의 행복추구'가 사회적 갈등과 인류 안전의 위협을 궁극적으로 종식시키는 진리는 아닐까 생각해 보았고, J관장의 이런 가르침을 받은 우리 미래의 건강한 리더들이 이런 아름다운 가치를 실행하여 완성해 주길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