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벽에 부딪혀 되돌아온다.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희미해진다.

by 이브 Eve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저 나를 지나간다.


벽시계의 초침이 움직인다.

그러나 그 소리가 너무 규칙적이라

오히려 멈춘 것처럼 느껴진다.


아침이 와도 어제와 다르지 않고,

저녁이 되어도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날짜는 바뀌지만, 나는 그대로다.

시간이 쌓인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창밖의 나무는 같은 방향으로 흔들리고,

바람은 같은 냄새를 가지고 지난다.


나는 늙어가고 있을까.

그조차 확신할 수 없다.


시간은 벽에 부딪혀 되돌아온다.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희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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