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유일한 의료인이 지켜가야 할 자리

수업이 아닌 교육으로, 교실이 아닌 보건실에서

by 평범한 보건교사

학교는 늘 소란스럽다.
복도 끝을 달려가는 발소리, 웃음소리, 그리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학생들의 숨소리.
그 모든 일상의 소리들 속에서, 보건실은 언제나 조금 다른 리듬으로 존재한다.

학교는 교육의 공간이다.
그러나 교육이란 단지 ‘지식을 가르치는 일’에 머물지 않는다. 삶을 배우고, 몸과 마음을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일. 그 모든 것이 교육의 본질이다.

‘수업’은 교실에서 지식이나 기술을 직접 가르치는 구체적인 행위이지만,
‘교육’은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모든 의도적인 활동과 과정으로 삶 전체를 품는 일이다.
보건교사의 일은 바로 그 ‘교육’의 영역에 있다.
학생의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고, 불안을 달래며, 건강한 습관을 가르치는 일. 그건 교과서 속 지식이 아니라, 삶 속에서 배우는 감각이자 태도다.

그 안에서 보건교사는 늘 조용히 ‘몸의 언어’를 가르쳐왔다.
머리가 아픈 학생의 표정을 읽고, 어지럽다고 말하는 목소리의 떨림을 듣고, 그 속에 숨어 있는 통증과 건강위험 신호를 찾아내는 일.
이건 교과서가 아닌 ‘몸의 신호’를 해석하는 일이며, 학교에서 단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다.

그래서 보건교사는 교실이 아닌 보건실에 있어야 한다.
그곳은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학생의 건강 상태를 연속적으로 관찰하고,
응급 상황에 즉시 대응하며,
필요할 때는 부모와 교사, 그리고 병원까지 연결하는
학교의 의료 허브이기 때문이다.

보건실은 아이의 건강을 관찰하고, 응급상황에 즉각 대응하며, 필요할 때는 의료체계로 안전하게 연결하는 학교 안의 가장 작은 의료기관이자, 가장 가까운 응급센터이기도 한 ‘특별한 교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보건교사도 교사이니 수업을 해야 한다’는 오래된 오해 속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그 말은 ‘학교의 의료 시스템을 비워도 괜찮다’는 말과 같다. 빈 보건실은 단순히 문이 닫힌 공간이 아니라, 학생의 건강권이 닫히는 순간이다.

법은 이미 그 답을 말하고 있다.
「학교보건법」은 보건교사에게 교실 수업을 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학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보건교육과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의료인으로서의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즉, 보건교사의 자리는 ‘교실’이 아니라 ‘보건실’이며,
그곳이 바로 학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이다.


나는 그 사실을, 수많은 응급상황과 학생들의 눈빛 속에서 배웠다.
그리고 이제는 확신한다.
보건교사의 자리를 되찾는 일은, 결국 학생의 건강권을 되찾는 일이다.

나는 그 법의 의미를,
매일 보건실에서 마주한 학생들의 얼굴에서 배웠다.
조용히 누워 있는 학생의 손을 잡고, 작게 떨리는 맥박 속에서 안심의 순간을 찾아줄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보건교사의 자리는 누군가 대신 채울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그 자리가 비는 순간, 학교는 가장 기본적인 최소한의 안전망을 잃는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보건실의 불빛 아래 선다.
의료인으로서, 교사로서, 그리고 누군가의 첫 번째 발견자로서.
내가 이 자리에서 하는 모든 일은, 결국 학생들의 건강한 하루를 위한 가장 작고도 단단한 약속이다.

학교의 유일한 의료인, 보건교사.
나는 오늘도 내 자리인 보건실에서 학생들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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