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걸려도, 천천히 도착해도 되는 회복의 시간
보건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공기입니다.
약한 소독약을 포함한 약품 냄새, 침대 이불의 포근한 감촉, 학생들이 금세 흘리고 지나간 열기 같은 것들.
한때 나는 그 익숙한 공기만으로도 숨이 막히곤 했습니다.
회복이라는 말은 늘 멋지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휘청거리는 시기들이 있습니다.
조금만 피곤해도, 작은 말에도, 근거 없는 불안 앞에서도 마음은 금세 바닥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런 나를 늘 붙잡아준 건 ‘큰 사건’이 아니라 아주 작은 순간들이었습니다.
아침 조회 끝나고 급하게 찾아와 붕대를 감아달라는 아이,
칭찬 한마디에 얼굴이 환해지는 학생,
“선생님, 오늘은 덜 아픈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들.
그 순간들이 나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면서 정작 내 마음에게는 너무 인색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회복의 속도를 재촉하던 것도, 감정을 감추려 애쓰던 것도 모두 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힘들면 힘들다고 인정하는 일.
다른 사람을 위로하듯, 나에게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일.
그리고 가장 어려운 일.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보건실이라는 작은 공간이 학생들을 품어주듯 나도 나를 품어줄 수 있다는 걸.. 나는 그제야 알았습니다.
나는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오늘 내가 할 수 있다는 일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나의 다양한 생각과 감정, 내가 겪고 있는 하루의 일상들을 글로 적어보기도 하며, 평범한 보건교사로 나아가려고 노력합니다.
회복은 때로 느리고, 자주 흔들리는 길입니다.
하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다시 한번 배웁니다.
멀리 돌아가도, 오래 걸려도 결국 내 마음은 나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내가 오늘 엉망진창인 삶이었어도 그 또한 '괜찮다'는 사실을.
삶은 원래 완벽하지 않으며,
고통을 해결해 나가며 태도적 가치를 성숙시키는 과정 또한 인간이 겪어나가야 할 평범한 삶의 과정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하는 삶 또한 내가 만들어낸 내 기준이며 비합리적인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반복적으로 의식하려고 애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