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역겨운 기억을 추억 삼아

by Quasar


봉준호 감독의 범죄 스릴러 영화. 내용은 연쇄강간살인마가 나타났고 그걸 잡으러 가는 내용이다.

두만과 태윤 이 두 형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범인을 쫒으며 사건이 진행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둘의 특징은 서로 장단점이 다르고 진행방식이 다르단 것이다. 두만은 감은 정말 좋지만 수사방식이 너무 구식이고 태윤은 수사방식은 과학수사에 기반하고 있지만 보기 좋으란 듯이 그 서류증거는 모두 빗나고 만다.

때문에 이 둘은 자신의 방법으로 문제가 안 풀리자 점점 서로의 방법을 차용하기 시작했는데, 두만은 자신의 감으로 만든 용의 선상 노트를 찢어버리고 실증인 서류에 집착하게 되었고, 태윤은 점차 용의자를 압박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건이 말 그대로 오리무중인지라 이들의 추리와 감은 이렇게 방법을 바꿔도 빗나가고 결국 가장 유력한 용의자인 현규조차 증거가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결국 범인은 잡지 못한 채 영화가 끝이 난다.



이렇게 영화는 의도적으로 증거들을 오묘하게 던져주고, 그것을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여 제 갈길을 가는 형사들을 보여주며 사건의 방향과 속도를 지속적으로 변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계속 반전의 반전을 선사하기도 하고, 동시에 끝없는 물음표를 던지기도 한다.

과연 이 피해자들을 1명이 살해한 게 맞을까? 모방범죄의 가능성은? 범인은 남자일까 여자일까? 어디가 함정 증거이지? 결정적으로 진범은 누구지?

이 끝없는 물음표들과 함께 앤딩에서 정면을 응시하던 두만의 표정이 이 영화의 완성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내가 생각한 봉준호 감독의 특징은 언제나 사회비판 & 이상주의였다. 설국열차, 기생충, 미키 17 모두 차가운 사회를 대변하지만 늘 그곳엔 봉준호가 바라보는 이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끝없는 물음표는 작품의 수명을 대폭 늘려줬고 지저분한 반전, 의도적인 찝찝함, 범인의 역겨운 수법은 추리물로써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그러나, 적어도 이곳엔 그가 바라보는 이상은 없다.



앤딩에서 두만이 쳐다보던 정면은 사실 카메라가 아니라 우리 아니었을까.

그 얘기를 들은 적 있는데, 봉준호가 말하길 앤딩에서 두만이 쳐다보던 정면샷의 의미는 '너희 중 범인이 있지?'라는 의도로 찍었다는 얘길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영화 전반적으로 다시 짚어봐야 할 씬이 있는대 바로 정면 클로즈업이다.

이 영화는 유독 형사들과 용의자의 정면샷이 많이 나오는데, 이때 자세히 보면 대부분의 샷들은 눈동자가 카메라를 정면으로 쳐다보진 않는다.

전부 너머의 용의자, 형사, 인물, 사물 등을 보고 있지 카메라를 정면으로 대놓고 응시하지는 않는대 딱 한번, 화면을 응시하는 장면이 있다.

그것이 바로 앤딩씬이다. 이때 두만은 카메라 너머 우리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때 두만의 표정에선 다양한 것이 보였다. 허탈감, 허무함, 그와 동시에 약간의 분노.


이것이 모두 봉준호가 말하고자 하는 '이상'을 대신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아주 지독한 '현실'말이다.



이 현실은 당시 경찰로 나타난다. 작 중 배경은 군사정권 시대인지라, 형사들이 폭행을 휘둘러 가짜 범인을 만드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중에서도 용구는 폭력적인 성향에 행동대장 경향이 강해 일단 맘에 안 들면 다 때려 패고 보는 성향의 캐릭터이다. 그리고 그와 제일 부딪히는 것은 광호이다.

자폐 때문에 지능이 낮은 광호는 진술을 할 때 늘 문제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용구는 광호를 폭행했다.


뭐 용구는 이미 다른 이들에게도 폭력적이다만.. 광호는 비중도 많고 중반부에 광호가 용구 때문에 죽었으니 사실상 이 둘의 구도로 이야기를 푸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광호는 특이한 캐릭터이다. 용의자 중 유일하게 수상한 점이 나중에 풀렸으니깐. 중반부엔 신분이 목격자로 전환되기도 하고. 장애를 가졌기에 통상적으로 말하는 '약자'에 속하는 사람이다.

이렇듯 광호는 사실상 '사건에 휘말린 선량한 시민'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용구는 전형적인 군사정권 당시 형사의 모습으로 폭력적인 당시 정권을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둘 사이에 생긴 문제로 인해 광호는 용구에게 목숨을 잃고, 용구는 그 대가로 폭력에 주로 사용한 오른 다리를 잃는 사고를 당한다.


선량한 시민을 죽게 만든, 폭력적 정권의 말로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메시지라면,

이 영화에서 봉준호는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잡히지 않은 범인, 고의적으로 찝찝하게 낸 엔딩 등, 이런 것이 당시 사회상을 거울처럼 보여주고 싶었던 같았다.

이를 통해 일종의 ‘덧없음’ 느꼈다. 이 온갖 사건의 끝은 결국 허무했고 범인을 잡으려던 형사들의 행동은 모두 헛짓거리였으니.




확신에 찬 메시지보단 끝없이 치는 파도에서 모래성을 쌓는 느낌의 영화.


살인의 추억이다.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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