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에 병이 난 걸까

평생 술을 드시지 않던 엄마가 술을 찾으셨다

by 빛의 틈

가장 강해 보였던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깊이 아팠는지를 깨닫는다.

그날, 나는 엄마의 슬픔을 처음으로 보았다.



외숙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무슨 일 있으시니?"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얘기를 들어보니, 엄마가 외숙모에게 술을 마시자며

전화를 하셨다는 것이다.

그 말이 나는 믿기지 않았다.

평생 술 한 모금 입에 대지도 않으시던 분이

직접 술을 찾으셨다니.


며칠 전의 엄마 모습이 겹쳐졌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라고 하시면서

방에 누워만 계셨던 엄마.

늘 부지런하고 활기차던 평소의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엄마의 마음에 병이 난 걸까.

첫째 오빠의 이혼이 그렇게 아팠던 걸까.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엄마는 상처받고, 가슴 아파하고 계셨다는 것을.


그래, 엄마의 기둥이었던 장남.

어릴 적부터 똑똑했고, 전교회장까지 하며

엄마의 자랑이자 기대와 무게를 감당해 온 큰아들.

그 아들이 이혼을 한다니.


엄마에게 오빠의 이혼 소식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 충격이 엄마의 가슴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가 이렇게 무너진 모습을 보았다.

내 나이 이십 대 중반.

그 장면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엄마도 한 사람의 여린 인간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가장 강해 보이는 사람도,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 앞에서는

조용히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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