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환상부터 깨부수기
YOU ONLY LIVE ONCE : 인생은 한 번 뿐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이 문구는 2017년의 대한민국을 강타했습니다. 매일 역대 최고를 갱신하는 실업률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우주까지 치솟는 부동산 등의 이유로 암담했던 사회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투자하자'는 YOLO(이하 욜로)에 열광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욜로와 비슷한 시기에 디지털 노마드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퇴사 #워라밸 #해외여행 등의 키워드 덕분이었을까요? 디지털 노마드들의 얼핏 화려해 보이는 라이프 스타일은 마치 '인생은 한 번뿐이니 답답하고 피곤한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전 세계를 여행하며 자유롭게 살자!'고 모두에게 외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욜로 정신에 반하는 것이며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의 본질과는 더욱 다릅니다. 어느 순간부터 욜로가 기업들의 마케팅 키워드로 쓰이기 시작하고 본 개념과 다르게 소비적인 이미지로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그 차이는 더욱 커졌습니다.
욜로족은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들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내 집 마련이나 노후 대비를 위한 저축보다 당장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소비 패턴이나 라이프 스타일은 전혀 소모적이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스스로의 상황을 분석하고 미래의 안정과 행복이라는 기회비용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지금 당장의 행복을 선택하고 좇을 뿐입니다.
디지털 노마드도 욜로처럼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 중 하나입니다. 욜로가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라면 디지털 노마드는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들은 회사 부적응자도 아니며 치열하게 자신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을 살아가는 여행자이자 비즈니스맨입니다.
The Dark Side of the Digital Nomad
많은 사람들에게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에 대해 환상을 갖도록 만든 것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에서 썬베드에 앉아 노트북을 펴놓고 일하는 누군가의 모습이 담겨 있는 이미지였습니다. 물론 그 이미지는 디지털 노마드와 노마드 라이프의 긍정적인 면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실제 노마드 라이프는 이미지처럼 항상 환상적이지만은 않은데요.
(실제로는 어떤가 싶어 저도 해변에서 노트북을 펴고 글을 써봤는데 배터리 충전도 번거롭고, 눈이 자꾸만 어딘가로 돌아가고, 일이고 뭐고 당장 바다에 뛰어 들고도 싶고... 이것저것 통제하기 힘들고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바다가 보인다면 다 제쳐두고 놀아야죠!)
앞선 글에서 욜로와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가 같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제 흔히 상상하고 기대하는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의 모습(bright side)과 실제 디지털 노마드들이 겪는 힘듦과 고단함(dark side)을 살펴 비교해보는 것으로 디지털 노마드라는 여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마음을 더 단단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디지털 노마드는 자유로운 사람들?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사는 것’은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는 일인 동시에 또 다른 통제와 직면하는 일입니다. 회사 생활에서 통제의 주체가 회사였다면 이제는 온전히 내가 나 스스로를 통제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늦잠과 싸워 이길 자신이 있나요? 저는 아직도 늦잠이 가장 이기기 힘든 상대입니다. 만약 시간을 정확히 지키며 살아갈 자신이 있다면 절반은 성공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시간과 삶을 즐기는(여행하고 휴식하는) 시간을 나누어 관리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제가 이 문장을 쓰고 있는 지금 시각은 23시 45분인데요. 계획대로라면 분명 22시까지 모든 원고를 마감하고 잠자리에 들었어야 하는데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작가의 숙명이란 그런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를 건네도 쏟아지는 졸음과 하품을 막을 수 없네요.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의 경우라면 얘기가 더 복잡해집니다. 끊임없이 클라이언트들에게 보낼 포트폴리오와 제안서를 업데이트하고 왠지 모르게 계속 줄어들기만 하는 것 같은 통장 잔고도 스스로, 회사가 대신 해주던 세무 처리도 이제는 혼자 힘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자유를 얻기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대가는 생각보다 큽니다.
- 디지털 노마드는 미래의 라이프 스타일?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잘 알려진 트리비아 중 하나는 가까운 미래에는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온다!라는 것입니다. 대관절 누가 이런 이야기를 했느냐고요? 네, 사실 이것은 앞으로의 삶을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고 싶은 제 개인적인 바람입니다.
분명 휴대하기 간편하게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전자기기, 발달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환경, 여러 가지 협업 툴, 원격 근무에 대한 인식 변화와 같은 최근의 변화들은 지구가 디지털 노마드들이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를 추구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 하느냐?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삶의 방식이 지속될 수 있도록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며 돈을 버는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안정적으로 노마드 라이프를 추구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해외의 경우는 사정이 더 낫다고 하지만 그 또한 외국어를 어느 수준 이상 구사해야 한다는 허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는 사람들의 미래를 밝혀줄 수 있는 것은 과학 기술이나 전자 기기의 발전보다 근로 문화가 유연하게 바뀌고 원격 근무를 시행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문화의 변화가 더디다면 전국, 혹은 세계 어디에서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스킬을 먼저 갖춰야만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는 분명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밝고 행복해 보이는 이면에는 험난하고 어려운 일들도 가득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미리, 그리고 충분히 알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앞으로 펼쳐질 디지털 노마드 가이드북의 남아 있는 페이지를 모두 넘겨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