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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일하는 이유

퇴사준비생의 변명

by 꽃피랑

회사에 대한 내 글을 보면 도무지 믿을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인정도 못 받는 상황에서 뭣하러 버티고 있나.. 의아할 수도 있다.

돈을 벌려고 일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하고

내가 왜 여기서 그만두지 않고 일하고 있는지 스스로 정리해 보았다.


1. 지방의회에 대한 희망 하나

일 자체도 그렇고 의원이나 같은 팀 동료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여전히 의회는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외유성 연수를 가고 갑질을 하는 등 부족해 보이는 의원들이지만

그래도 표를 주는 시민들 앞에서는 의견을 듣는 시늉이라도 한다.

시민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단체장 하나만 있는 것보다는

단체장과 의원. 이렇게 어느 정도 나눠져 있어야

서로 견제도 하면서 건강한 권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인간은 혼자 권력을 독차지하면 금세 변질되기 마련이니까.


2. 팀장님과 동료들

내 글을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내가 의원님 때문에 궁지에 몰렸을 때

팀장님이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거다.

팀장님께서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팀장님이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동료들 중에서도 어느 정도 흉금을 터놓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겨서

힘든 상황에서도 그만두지 않을 수 있다.


3. 미래에 대한 준비

솔직히 여기서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나. 현타가 오기도 한다.

별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사실 의원들도, 나도, 집행부도 알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서로 피곤해지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조례도 만들고 간담회도 하고 보도자료도 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여기를 나가게 되었을 때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글로 밥을 벌어먹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확히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명확하지 않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안정적인 급여가 나오는 동안,

블로그나 브런치도 하고 책을 읽으며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탐색하고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거부터 하다 보면

언젠가 날아오를 날이 오겠지.

그렇게 믿고 있다.


의회 직원 중 여기 있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여기 외에는 갈 곳이 없고 두려워서 남아있을 뿐.

하지만 나에게는 언젠가 내 책을 쓰고 싶다는 꿈이 있으니까 그걸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여기서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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