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스키, 세 번째 시즌 이야기
# 세 번째 시즌, 두 번째 스키!
날씨가 춥다.
서울이 영하 12도까지 떨어졌으니,
강원도 홍천에 있는 산속 스키장은
이보다 훨씬 더 추우리라...
이런 날은 설질, 즉 눈 상태가 좋다.
하늘은 참 공평하다.
몸은 춥지만, 스키 타기에는 제격이다!
함께 가기로 한 동기형의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스키를 혼자 탈지... 잠시 고민해 본다.
같이 가면 좀 더 재미있겠지만,
혼자라도 스키를 타고 싶은 마음이 훨씬 크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마침 우리 부서 희망근로 사업이 끝나는 날이고,
그냥 던져본 말에 어린 친구 한 명이 흔쾌히 동의를 한다.
서수인. 나이는 스물하나!
격투기 선수인 이 친구는
초등학교 때 스키를 딱 한번 타봤단다.
헉~ 그런데 운동신경이 있어서 그런지,
나와 함께 초급-중급-중상급에 이어...
상급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낸다.
"스키는... 딱 한번 타봤다며??"
스키 플레이트가 날아가면서까지 넘어진 적이 두 번,
활강 중 뽈대의 반동력으로 자기 이마를 찍히기도 하고...
부딪힌 얼굴이 시뻘겋게 부으면서도~
스키가 너무 재미있단다^^;
담에 갈 때도 꼭 불러달라며,
썩은 미소(?)를 씩~하고 날리는 녀석은...
하여간 특이한 녀석이었다.
늘 그렇듯,
신촌에서 21시에 수인이를 만나 홍천 비발디로!
요즘 신경 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에 빠진다.
두 시간여 깜박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도착!
날씨는 춥지만 눈을 밟아보니 눈상태가 아주 좋다.
'뽀드득뽀드득' 그 정겨운 소리!
슬로프에는 모든 제설기가 풀 가동되었고,
추운 날씨와 반대로~
스키장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이 매우 활기차 보인다.
리프트와 렌탈을 모두 50%씩 할인을 받으니
새벽 스키가 35,500원!!!
정말 저렴하다.
이 가격에 함께 온 수인이도 감동한 눈치다.
ㅋㅋ 녀석... 초등학교 때 딱 한번 스키 타보고,
흔쾌히 따라나서는 녀석이~
잘 탈 수 있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23시 30분에 모든 장비를 착용하고
먼저 초급 코스부터 데리고 간다.
의외다.
격투기 선수라 운동신경이 좋은 줄은 알았지만...
헉? 상상을 초월한다.
간단히 턴 하는 법과 제동 하는 법,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고,
바로 중급으로!
중급까지 잘 따라오니 바로 중상급으로!!!
이제 녀석 아주 속도 내는데 재미를 붙였다.
턴도 좋고 무엇보다 넘어졌을 때의 두려움도 없는,
열혈 젊은 청춘은... 이미 청출어람이시다.
하지만 한번 탈 때마다 온몸은...
눈이, 얼굴이 이상하리만치 붓는다.
ㅋㅋ 멋모르고 활강을 즐기니
한 번 넘어지면 아주 가관이다.
스키 플레이트가 튕겨져 나갈 정도로 넘어지다니^^;;;
"근데 너 진짜... 안 아프냐?"
과연 격투기 선수는 넘어져도 아프지 않을까?^^;
속도를 줄이고, 자세를 신경 써 안전 스키를 타라고~
누차 이야기 하지만,
젊은 나이에 혈기가 앞서니 어쩔 수 없다.
아직 개장하지 않은 "힙합"과
새벽 스키에는 열지 않은 "락" 슬로프를 제외하고,
상급을 포함 비발디의 8개 슬로프를 모두 마스터한다.
오늘은 눈 상태가 너무 좋아
항상 긴장됐던 상급 "테크노2"에서도 넘어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녀석이 와서 부딪힌다TT
"형~ 죄송해요!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왜 하필 형이랑 부딪혔을까요?^^;"
할 말이 없다. 그저 웃을 수밖에...^^;
초등학교 때 단 한번 스키를 탔다면서,
오늘 상급까지 소화하는...
진정 괴물(?) 같은 녀석이라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든 참 대단하다.
이런 녀석이라면 하루에 100명도 가르치겠다!
보통 한번 스키장을 찾으면
열 번 정도 타면 많이 탔다고 생각했는데,
녀석 성화에 두 번을 더 탔다.
열두 번을 타니 온몸이 다 뻐근하다.
바람을 가르는 경쾌한 소리와 경주하 듯,
스키플레이트가 눈 위를 내달린다.
보드라운 눈이 전해주는 정겨운 소리!
눈을 쓰다듬는 소리와 그 느낌이 너무 좋다.
마지막 리프트를 딸 때는,
언제나처럼 청량한 산속의 공기를 폐 속 깊이 음미해 본다.
은은한 조명아래의 나무들과
밝은 조명 속에 더욱 현란해 보이는,
스키어 및 보더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절로 찬사가 나온다.
새벽 3시 30분.
스키도 탈만큼 탔고,
목도 마르니 셔틀을 기다리면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
옆 테이블에 떡볶이가 맛있어 보인다는 말에,
녀석이 냉큼 달려 나간다.
어디서 파는지도 모를 떡볶이를,
두 손 가득 들고 오는 녀석이 귀엽다.
스키를 이렇게 잘 탔다고 생각하는 때가,
시즌마다 그렇게 흔하지 않은데 오늘이 그날이다.
신나는 스키 후의 맥주 한잔에,
이제야 긴장이 풀린다.
담에 갈 때 꼭 불러달라는 녀석의 말을 곱씹으며,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창밖에는...
새날의 어스름이 조금씩 밝아온다.
- To be continued -
[부록] 그해... 스키장, 슬로프 맵!
[브런치북] 그해 겨울... 스키에 대한 열정이 절정에 달했던 '세번의 시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