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출산 그 눈꽃에 묻히다!
▶ 국토종단 전반부 이야기 (Main Story 1) 중,
○ `01년 12월 31일 (서울 - 광주 – 땅끝마을)
- 800km 국토종주 대장정 그 서막이 피어오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아침으로 가락국수, 광주터미널에서 돌솥비빔밥. 그래 많이 먹고 힘내자고!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도깨비굴에 텐트를 후딱 치고 여기 땅끝마을에서 해넘이, 해맞이 축제가 있다고? 우∼하하하. 막걸리랑 돼지고기고 공짜로 준다고? 우∼하하하!
오후 10시가 조금 넘어... 간단히 텐트를 정리하고 해안가를 따라 산책. 역시 아래쪽은 날씨가 참 따뜻하다. 소원도 빌고 바다를 보며 힘껏 소리도 질러보고... 어? 근데 이게 뭐야? 한겨울(?)에 웬 비? 하지만 금방 그쳐서 당행이다. 바닷소리도 너무 좋고, 사진에서만 보던 토말(土末) 탑, 그리고 새로 생긴 땅끝 전망대는... 오늘이 첫 개장이란다. 사진 찰칵! 참 우리는 운이 좋은 것 같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신년 첫 종주를 위해 이제 텐트로 돌아가야겠다.
○ `02년 1월 1일 (전남 땅끝마을 - 영전 - 남창 - 신월) 34Km
- 그래도 폐가가 있어서 다행이야...
오늘은 새해 첫날, 그리고 우리 종주의 본격적인 시작일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땅끝을 출발. 이차선 도로를 쭉 따라 오른편에는 바다가 왼편에는 산이 보이는 멋진 길이 연속된다. 가끔 도로에서 벗어나 해안선도 따라 걸어보고... 폐교된 초등학교에서는 점심으로 라면을... 참 운치 있는 국토종단의 시작 풍경이다.
오후 종주 시작. 와... 가슴에 "국토종단"이라는 문구를 달고 걷고 있는 또 다른 국토종단 팀을 만났다. 간단히 인사를 건네고 다시 운행시작. 생각과 달리 배낭 무게로 몸이 많이 무겁다. 거기다 바닷바람은 왜 그리 강한지. 휘청 위청... 끝없이 구불구불 이어지는 언덕! 와... 헉... 힘든 와중에도 왼쪽으로 보이는 두륜산 경치가 일품이다. 우리 저기 같다 갈까? 덕규(산악부 중 동기 1인이다) 왈 "우린 여기서 기다릴 테니 혼자 갔다 와." 말투와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그래 지친 모습들. 두륜산은 나중에 가는 걸로^^;;;
오전엔 다소 덥다는 느낌에 파일재킷까지 벗어놓고 종주할 때완 달리, 이번엔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재킷에 귀돌이(귀마개)까지! 으... 추워라. 쉬고 싶지만 산악부 하계나 동계 장기 산행 때처럼 50분 운행에 10분간 휴식하며 드디어 오후 5시쯤... 목적지인 신월에 도착이다. 폐가속(정말 다행이다. 이런 게 있다는 게)에 텐트를 치니, 으... 노곤, 으... 피곤... 그러나 이정표의 거리가 계속 줄어들고,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뿌듯함! 발에 물집이 2개나 잡혔다고 투덜대는 일철이(산악부 중 후배 1인이다). "내일은 더 빡세. 아마 더 잡힐지도 몰라." 나 선배 맞아? 배낭 무게로 하루에 종주거리를 30Km 이하로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1월 2일 (신월 - 향촌 - 호산 - 성전) 32Km
- 덕규 부상, 일철이 퍼지다.
폐가에서 아침으로 떡국을 먹은 후 출발! 폐가는 귀신들이 나올법한 무시무시한 곳만이 아니라, 추운 바람과 들짐승 등을 막아주는 아늑한 보금자리가 될 수도 있음을 느끼고, 그 느낌에 감사하다. 원효대사가 해골물에서 얻은 깨달음만큼은 아니지만, ㅋㅋ 그 발바닥 정도의 느낌일지라도 새삼 집 나와서 낯선 곳에서의 그 느낌은 참으로 신선하다.
일어날 때 온몸이 쑤시던 거완 달리 어택(80L 산행용 배낭이다)을 메고 출발하니 몸이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역시... 조금씩 몸이 적응을 하고 있나 보다. 1시간쯤 가다 휴식을 취하는데 혼자서 국토 종단을 하는 사람이 있다. 한양대 96학번(우리는 숭실대 98학번, 01학번)으로. 잠시나마 의기투합...! 이런 곳에서 만나니 더 금방 친해지는 것 같다. 그 형은 임진각으로 간다고... 서로 격려도 하며 같이 사진도 찍고. 도로를 따라 계속 이어지는 농촌 풍경과 그 뒤로 눈 덮인 경치가 하~ 일품이다.
히— 버스승강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잠시나마 피해서 점심을 먹고 다산초당을 지나니 어느덧 오후 종주의 시작이다. 바람과 눈발이 장난이 아닌데? 몸이 꽁꽁... 갈대밭이 우거진 마을길을 지나며 멋진(?) 포즈... 역시 밥을 먹은 후 오후 종주는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덕규는 발이 안 좋다고... 후배인 일철이도 시간이 지날수록 걸음이 많이 느려진다.
오후 3시쯤. 강진과 성전으로 가는 분기점에서 한양대 형과 헤어지고 2번 국도를 타고 성전으로... 눈발과 더 거센 바람, 그리고 떨어진 체력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화전마을에서 폐가를 찾아 텐트를 치고 간단한 다음날 브리핑 후... 이어지는 기나긴 취침(정말 곰이 겨울잠을 자는 기분을 왠지 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그나저나 폐가가 없는 곳에서는 말 그대로 비박(야영)을 해야 하나??? 이 한 겨울에??? 아니다! 우리에겐 동계용 텐트가 있다. 그 텐트를 폐가 안에서 치고 자는데도 춥다... 많이...! 종주 중 취침장소에 대해서 고민이 필요할 듯하다.
○ 1월 3일 (성전 - 월남사 - 월출산 - 천황사) 27Km
- 월출산 그 눈꽃 속에 묻히다!
폐가에서 산뜻하게 출발. 오늘은 30분쯤 늦게 자는 관계로 출발이 조금 늦었다. 송월로 가는 이차선 도로에 차가 많이 다니는 관계로 새로 공사 중인 중앙도로를 따라서... 탁 트인 넓은 공간에 오직 우리 셋! 바로 앞에 눈이 쌓인 월출산이 계속 바라보인다. 종주 중 소아암을 극복하고 아빠와 국토종단을 하고 있는 초등학생을 발견. 첫날의 그 팀이다. "파이팅!, 힘내서 꼭 완주해!!!'
이어서 2번 국도에서 13번 국도로 바꾸어 역시 마을길을 택했다. 갈대숲! 오늘은 날씨도 무지 좋아 힘이 막 난다. 마을 냇가에서 일철이와 나는 세수도 하고 양치도 하는데 덕규는 오늘도 그냉 쉬고만 있다. 절대 안 씻는(?) 덕규 ^^ 오후는 13번 국도를 타고 월출산으로!
월남사를 시작으로 월출산 초입... 매표소 아저씨가 아이젠이 있더라도 입산이 금지란다. 이빨도 안 통하고... 무위사로 살짝 빠지는 척하면서 바로 가시덤불을 넘어, 그리고 긴(?) 내리막을 통과하고 살짝 샛길로. 여기서 포기라면 말이 안 되잖아? 비록 엉덩이에 가시가 박히긴 했지만 어쨌든 월출산 관문 무사통과... "헤헤헤 아저씨 죄송해요. 그러게 진작 보내 줬으면 저희도 이 고생 안 하잖아요!"
초입부터 계속 아름다운 오솔길을 따라 대나무 숲을 지나고 "헉" 완전 눈의 세계다. 나무가 줄기부터 가지 끝까지 전부 하얀색 눈으로 덮여있다. 그것도 수천 그루가... 경사가 있긴 했지만 드디어 천황봉 정상! 새하얀 눈의 세계가 너무나 멋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산길, 눈, 결빙 구간이 많아 발은 푹푹 빠지고, 자꾸 넘어지고... 다리, 엉덩이, 파일까지 완전히 젖은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생쥐꼴이...
그래... 날은 어두워지고 젖은 옷과 신발이 내일 운행에 지장을 줄 거 같아 7시까지 걸은 후 잡은 민박집. "아저씨, 불 좀 많이 때 주세요. 네?" 오랜만에 몸도 씻고 빨래도 하고... "얘들아! 오늘 우리 고기 먹어야 돼..." 고생한 만큼 보람 있는 하루하루의 연속이다. 따뜻한 방에 고기 먹으며... 그래 내일은 더 잘...!
- To be conuti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