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8 [미시령 ~ 닭목령]

-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by 김기병

▶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Main Story 2) 중,


○ 백두대간 16 [미시령 - 황철봉 - 저항령 - 마등령 - 나한봉 - 소청 - 끝청 – 한계령]


9/7일 23시. 백두대간의 백미라 불리는 설악구간을 위해 평소보다 일찍 구청에서 출발이다. 평소보다 많아진 준비물이 혹 빠질세라 꼼꼼히 챙겨보고 또 챙겨본다. 장기산행이라 준비할 것도 많지만, 산에서의 야영을 생각하니 사뭇 기대가 된다.


9/8일 02시. 백담휴게소에 도착하여 일행이 준비한 김치찌개로 장기 산행에 대비한다. 먹은 만큼 걷는다고 그 누가 그랬던가? 잠에서 갓 깨어났지만, 김치찌개 맛이 기가 막히게 좋다.


03시 15분. 미시령에 안개가 자욱하니, 바람도 많이 불어 으슬으슬 한기가 느껴진다. 우리의 산행을 가로막은 철조망이 어두운 밤이라 유난히도 높아 보인다. 철조망 아래는 낭떠러지라 조심조심 산행 초입으로! 보존지구답게 출발부터 무성한 원시림이 산행을 어렵게 만든다. 이른 새벽 나뭇잎에 맺힌 물방울이 유난히 차게 느껴지고, 미끄러운 진흙길에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05시 30분. 너덜지대 정상 도착. 이번 구간 주의사항답게 너덜지대 통과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다. 물기를 머금은 바위라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럽고, 발이 자주 미끄러져 유난히 신경이 쓰인다. 어쩜 바위들이 이렇게 개성 있게 모여있을까? 중간중간에 다른 백두팀들이 꽤 지나간다. 어둠을 밝히는 랜턴 불빛과 새벽 산행 동지가 있어 든든하다.


06시 55분. 황철봉(1,381m)에 오르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강한 바람에 안개가 걷히니 서서히 드러나는 설악의 산세가 장관이다. 너덜지대라 길을 잃을 우려가 있어 모든 대원들을 점검하고 다시 출발! 너덜지대 오르막을 두 손, 두발 모두 써서 올라왔더니, 급경사 너덜지대 내리막이 한없이 이어진다.


07시 30분. 저항령에 이르니 눈앞의 바위들의 저항이 왠지 만만치 않을 듯하다. 간단히 소주 한잔과 가벼운 안주로 바위들의 저항에 대비해 본다. 이제 웬만큼 적응이 된 너덜지대에 바위들이 말라 이전보다 오름이 많이 수월하다.

08시 30분. 바위들의 저항이 끝나고 1,250봉에 이르니 눈부신 햇빛에 주변이 더욱 싱그럽다. 오전 비소식과 달리 산행하기에 참 좋은 날씨라 힘이 절로 실린다.


11시. 질 좋은 너덜바위를 지나 1,327봉에 이르니, 울산바위와 공룡능선,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람은 시원하고, 웅장하게 펼쳐진 주위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니 왠지 이곳에서 발걸음이 쉬~ 떨어지지 않는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면 마등령 정상이고, 잘 정비되어 있는 돌계단을 따라 왼쪽에 펼쳐지는 공룡능선의 웅장함에 넋을 잃을 때쯤...

11시 20분. 드디어 마등령 도착! 본격적인 공룡능선에 대비해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이른 새벽 산행으로 충분하지 못한 잠도 이곳에서 보충한다. 대장님의 오침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12시... 오침! 이제 자야지~ 하는데 벌써 기상 소리가 들린다^^; 눈 감고 눈 뜨는데 딱 50분이 걸렸지만, 그 오침 시간은 그렇게나 달콤했다.


13시에 출발하니 곧 나한봉을 지나고, 돌계단과 돌길이 잘 나있고 웅장한 산세에 걷기에 지루한 줄 모른다. 밧줄을 이용해야 하는 급경사가 몇 곳이 있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쉬 통과할 수 있어,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15시. 1,275봉에 이르니 바위산들이 뿜어내는 위용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정상에 오르니 몸을 날려버리는 듯한 바람이 무척이나 시원하다. 선두팀과 차이가 많이나 서둘러 출발!


15시 45분. 셈터에서 야영에 대비해 물을 채우고, 시원한 계곡물에 땀을 씻으니, 떨어진 체력이 많이 보충되는 느낌이다. 10시간 이상의 장기 산행으로 발걸음이 무겁지만 기암괴석과 바위틈에 자라는 이름 모를 야생화, 깊은 산에서 느끼는 싱그러운 산내음에 산행 재미가 쏠쏠하다.


17시 30분. 드디어 비박지 도착! 이미 만실이 된 희운각 대피소를 10여분 앞두고,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우리들만의 보금자리를 꾸민다. 한쪽에서는 밥 하느라, 한쪽에서는 바람을 막아줄 비닐을 치며 비박 사이트를 구축하느라 정신이 없다. 긴긴밤을 채워줄 소주가 부족한 게 흠이라, 급히 부족한 술을 공수하기 위해 일행이 길을 나선다. 술을 구해오면 다음 산행 회비를 면제해 줄 정도로... 산해서 구하기 어려운 귀한 술을... 정말 구해 왔으니(그것도 삼지구엽주를!) 정말 대간팀에서 상이라도 하나 수여해야 하지 않을까?^^ 대장님의 된장찌개와 양주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 오가피주, 삼지구엽주와 일행의 특제 모둠비빔밥이 절묘하게 산에서의 운치를 더한다. 그리고 취침... 초가을 설악에서 겨울을 느꼈다는...^^;


9/9일 03시. 무섭게 몰아치는 설악의 바람으로... 추위와, 쏟아지는 졸음과 번갈아 싸우니 어느새 기상 시간이다. 살포시 겨울을 느낄 정도의 추위에 비닐 밖으로 나오는 게 고역이다. 서둘러 짐을 챙기고, 자리를 정리하여 03시 35분 출발!


03시 45분. 희운각 대피소에서 라면으로 새로운 산행에 대비한다. 맑은 계곡물로 끓인 라면이라 맛도 좋고, 추위로 굳어 있는 몸에 따뜻한 국물이 들어가니 몸이 조금씩 풀린다. 오늘 산행은 술이 없어 꼬뿌 삼인방이 제공하는 맥주 11캔이 유일한 희망이다. 아껴먹어야지... 저마다 소중히 하나씩 품고 05시. 소청으로!!!


희운각 다리를 지나면 무수한 철계단이 끝없이 이어져 있다. 소청으로 가는 길은 지속적인 오르막이라 평소보다 숨도 많이 차고, 흘러내리는 땀에 어느새 추위는 저 뒷전으로 밀려났다. 새벽에 그렇게 차게만 느껴지는 바람이 시원한 게 참 상쾌하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동해바다와 울산바위가 한눈에 들어오고, 육산과 바위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설악의 경치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06시 35분. 소청에 이르니 이제야 한숨을 돌린다. 조금만 더 가면 중청이, 그리고 조금만 더 가면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이다. 백두대간에 중청과 대청이 빠져 아쉽지만 바로 끝청으로! 소청에서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니 태양이 바로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멀리 동해에 비치는 황금빛 물비늘이 무척이나 신비롭다. 강한 바람에 몸이 휘청 휘청~ 균형 잡느라 진땀을 뺀다.


07시 30분. 끝청(1,604m)에 이르니 멀리 귀때기청 봉우리에 걸린 구름이 인상적이다. 과연 설악이라 산이 깊고, 넓어 주위 풍경이 온통 바위색과 나무색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풍경이 끝없이 펼쳐진다. 능선상 시야가 좋아 멋진 경치를 담느라, 나뭇가지와 바닥의 돌들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다.


09시를 지나자 울퉁불퉁 돌길과 찢어진 너덜지대가 다시 등장. 계속되는 산행으로 몸이 많이 지쳐있어 길을 막고 있는 바위들이 참 높아도 보인다.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데 평소보다 힘이 많이 든다. 오르 내림을 몇 번을 하고 마지막 깔딱 고개를 넘으면 잘 닦여진 하산길에 멀리 한계령이 보인다.

11시 20분. 몸이 한계에 이를 때쯤 드디어 이번 산행의 최종 목적지인 한계령 도착!!!

시원한 계곡에서 알탕과 소나무 그늘 아래에서의 맥주 한잔! 캬~~! 그리고 동해로~~! 구청 등반대장님이 대간팀 고생한다고 물회도 사주시고, 긴장이 풀리면서 들어가는 소주 한잔에 언제 그렇게 고생했던가? 장기 산행이었던 만큼 뿌듯함에 기분이 좋다. 산행하신 모든 분들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 백두대간 17 [대관령 - 능경봉(1,123m) - 고루포기(1,238m) - 왕산제1,2 쉼터 – 닭목령]


얼마 남지 않은 백두대간의 보충구간! 강풍, 번개를 동반한다는 비소식에도 불구하고, 04시. 집결지는 어제 내린 비의 흔적만 있을 뿐... 고요하다. 보충 구간이라 평소보다 부담은 적지만, 기상청 일기예보에 조금 걱정이 된다.


산행 시 비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출발지인 대관령으로! 황태해장국으로 이른 아침을 먹고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하니 8시가 다되어 간다. 거대한 풍력발전기 2대가 이곳이 대관령임을 말해주고... 잘 우거진 침엽수림을 건너 계단을 오르니 거대한 돌거북이 우리를 반긴다.


08시 10분. 대관령에서 본격적인 산행 시작. 평평한 소로에 자욱한 안개가 산행의 운치를 더하고, 초입에 있는 제왕 약수 한 모금이 그렇게 시원하다. 완만한 오르막은 조금씩 내리는 비로 인해 작은 내를 이루어 발걸음 디딤이 쉽지 않다. 윈드재킷과 판초우의가 비는 막아주지만, 오르막 경사에 몸이 점점 더워진다. 땀과 비가 어우러져, 시야를 많이 가린다.


08시 45분. 능경봉(1,123m)에 오르니 작은 공터에 돌비석이 보인다.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에 마땅히 쉴 곳이 없지만, 그래도 오늘 구간의 주봉우리 중 하나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소주 한잔에 간단한 안주가 들어가니 비로 인해 떨어진 체온이 다소 회복되는 기분이다. 능경봉에서 바라보는 동해 및 주변의 경치가 일품이라는데 자욱한 안개에 가려진 그 경치를 담지 못해 조금 아쉽다.


제비 떼들의 전송을 받으며 내려가는 작은 산길은 소나무 잎들이 수북이 덮여 있어 정말 푹신푹신하다. 행운의 돌탑에 우리 대간팀 백두대간 완주를 위한 그날까지 몸 건강히 잘 산에 다닐 수 있도록 소원을 담은 돌도 하나 쌓아두니 마음이 다 뿌듯하다. 돌탑을 지나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산길 중간중간에 고인 물들로 인해 몸이 점점 젖어든다.


10시 30분. 전망대 도착. 비로 인해 마땅히 쉴 곳이 여의치 않아 임시적으로 천막을 치고 그 아래 오손도손 모인 자리에 맛 좋은 안주들이 줄줄이 나온다. 일행의 모래내 닭발과 배추쌈이 내리는 비에 술맛을 기가 막히게 돋운다. 쉬지 않고 걸어온 뒤라, 기왕 천막까지 친 전망대에서 준비해 온 술을 대부분 동내고~~ 고루포기를 향해 출발!

11시 40분. 고루포기(1,238m)에 이르니 얼마 남지 않은 남은 구간의 부담이 많이 줄어든다. 때마침 부대장님의 아들이 장학금을 탔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리고, 대장님의 말씀대로 100살 먹은 노인이 두 살 난 갓난아기를 데리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편하게 이어지는 산길이라 비가 내림에도 그렇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

12시 20분. 왕산 제2쉼터(952m)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고 40여분쯤 더 가니 왕산 제1쉼터(855m)가 보인다. 너무나 포근한 산길과 한아름씩 떨어져 있는 도토리들, 곧게 뻗어 있는 적송과 비를 머금은 초목들이 한껏 뿜어내는 신선한 산내음이 유난히 푸르르다. 이런 경치에 빠져서일까? 목장길이 새로 생기면서 옛날 백두대간길과 새로운 대간길이 많이 헷갈린다. 군데군데 갈림길에 자칫 잘못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다. 길을 잘못 접어들어 back도 해보고, 대장님의 독도로 맞는 길을 찾아가니,


14시 20분.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닭목령이 보인다. 푹푹 빠지는 진흙길에 등산화도 다 젖었고, 내리는 비에 몸도 젖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빗속의 산행이라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의 뿌듯함이 다른 산행보다 훨씬 크다. 맥주 한잔으로 산행을 마무리 짓고, 비가 오지만 빠질 수 없는 알탕과, 하산주!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찾아간 물회집 아주머니의 정이 넘치는 상차림에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신다. 그리고 서울로~! 이렇게 또 한 번 백두대간의 산행이 잘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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