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7 [진고개 ~ 단목령]

-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by 김기병

▶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Main Story 2) 중,


○ 백두대간 14 [진고개 - 동대산(1,433m) - 응복산 1,360m) - 약수산(1,306m) - 구룡령]


이번 산행은 통제 구간이 있어 무박 산행으로 결정. 21시에 모여, 최종 집결지에서 21시 15분에 진고개로 출발이다. 더운 여름이지만 차창 사이로 들어오는 저녁 공기는 사뭇 시원하다. 0시 30분. 진고개에 도착. 라면으로 요기를 한 후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물 구하기가 마땅치 않다. 왔던 길을 조금 내려가니 작은 폭포를 사이에 끼고 있는 맑은 계곡물 발견. 맑은 계곡물로 끓인 라면이라 유난히도 맛이 좋아, 반주로 먹는 소주 한잔도 그렇게 잘 넘어갈 수 없다.


01시 30분. 진고개에서 출발. 서울은 폭염에 열대야로 난리라지만, 이곳은 그런 말이 무색할 만큼 바람도 많고 서늘하다. 출입 통제구간이라 초입에 우거진 수풀이 발목을 잡지만 조금만 지나면 점점 나아지며 지속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02시 30분. 동대산(1,433m)에 오르니 큰 비석과 함께 바람이 절정이다. 그간 나무들이 막아주던 바람을 한 몸에 받으니 상쾌하기 그지없다. 야간이 아니었다면 멋있었을 주변의 풍경을 상상하며 길을 재촉한다. 이곳까지는 통제구간이며, 앞으로 가야 할 두로봉까지는 자연보호 구역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야간산행이라 시간 개념과 거리 개념이 무뎌져 피로가 쉽게 쌓인다. 살짝 물기를 머금은 흙길은 참 부드럽고도 미끌거려 발걸음에 신경이 쓰이지만, 렌턴에 비치는 아름드리 나무들과 차돌박이를 지나 흰빛을 내는 돌들은 참 인상적이다. 05시를 넘어가며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자, 그동안 잠에서 깬 산새들의 노랫소리가 참 정겹게 들린다. 기가 막힌 자연의 법칙을 다시금 느끼며 두로봉으로.


05시 40분. 두로봉이라고 생각한 곳에 도착하니 진짜 두로봉이 맞는지 의심이 든다. 이정표 현 위치에는 분명 두로봉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작은 돌탑 외에는 그 어떤 표식도 없다. 20여분 더 산길을 가니,


06시. 진짜 두로봉(1,421m) 도착. 넓은 공터에 큰 비석이 이곳이 진짜 두로봉임을 말해준다. 아마 다른 대간꾼들도 많이들 헷갈렸으리라... 어느새 밝아진 주위 경치에 감탄하며 선두 출발. 길을 잘못 든 거 같아 후미에서 대장님이 독도를 해보니, 역시 길을 벗어나 있다. 선두 Back! 작은 소로에 표식기들이 하나도 없어 유난히도 주의를 요하는 구간이다. 06시 40분. 응복산으로...


07시 10분. 아침으로 준비해 온 음식을 먹고, 반주로 소주 한잔을 하니 졸음이 쏟아진다. 항상 느끼는 산에서의 맛난 밥상에, 20여분의 오침이 그렇게 달콤할 수가 없다. 08시. 다시 응복산으로!

울창한 수풀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웅장한 산세와, 숲은 짙고 건강한 원시림이라 산길 주변의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참 예쁘게도 우리들을 반긴다. 주변의 경치에 취하고, 한잔 술에 취하고, 눈꺼풀이 무거운 게 잠에도 취하는가 보다. 눈은 점점 감기는데 발을 제 갈길을 찾아 걷고 있다는 게 참 신기하다. 나무에 부딪치고, 발도 헛디디고... 잠에서 깨려고 갖은 노력을 해보는 게 스스로도 안쓰럽다^^;;;


10시 10분. 응복산(1,360m)에 오르니 음복이 빠질 수 없다. 대간꾼들에게 음복(飮福)은 산행에서의 한잔 소주라... 꼬뿌 삼인방이 권하는 한잔 술과 한바탕 웃음에 다시금 힘을 보충하고, 약수산으로!


약수산까지 가는 길은 고도차가 심한 급경사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끝이 없다. 산행 후반부라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오르내림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습기와 땀으로 끈적끈적해진 피부에 한줄기 바람이 유난히도 시원하다. 군데군데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파헤쳐놓은 대간길을 보며, 대간길에 사람을 통제하는 게 아니라, 멧돼지들을 통제해야 한다는 농담 같은 말이 사뭇 실감이 난다.


12시 55분. 약수산(1,306m)에 도착. 약수산에서 구룡령까지는 금방이라 벌써부터 아래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알탕과 동해의 오징어회가 아른거린다. 산에서의 약수는 역시 소주라... 약수 한잔하고 발걸음을 재촉하니 멀리 구룡령이 보인다.


13시 50분. 구룡령 도착으로 이번 산행도 잘 마무리된다. 무박, 야간 산행이라 평소보다 조금 피로한 산행이었지만, 그만큼 기억에 남는 산행이었다. 애마가 태워다 준 멋진 계곡에서의 한바탕 알탕으로 피로를 날리고, 역시나 빠질 수 없는 매운탕을 곁들인 오징어회에 소주 한잔! 산행도 하산주도 너무나 잘 어우러진 이 맛에 다음 대간이 다시금 기다려진다.


○ 백두대간 15 [구룡령(1,010m) - 갈전곡봉(1,204m) - 쇠나드리 - 조침령(750m) - 단목령(855m)]


8월 24일. 24시 무박 및 일박 산행이라 평소보다 준비할 게 많다. 구간이 길어 다소 걱정이 되지만, 산에서의 야영을 생각하며 짐을 꾸리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24시가 조금 넘어, 우리의 애마가 보인다. 긴 산행을 떠나는 우리를 위해 아주 힘차게 달려오는 애마를 보니 반갑기 그지없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03시 30분. 구룡령(1,010m) 도착. 야간 산행에 대비하여 밥과 김치찌개로 힘을 비축한다. 갓 잠에서 깨어 정신이 없지만, 구룡령의 시원한 바람에 기가 막힌 김치찌개와 더불어 먹는 밥맛은 꿀맛이다. 정신없이 밥을 하다 보니 밥에다 소주를 부은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밥이 달았나 보다^^;;;


8월 25일. 04시 40분. 야간산행의 시작이다. 야간산행이라 평소보다 힘이 더 많이 들지만, 나무 계단길과 이어져있는 산죽길을 지나니 새벽 산내음과 신선한 바람이 참 상쾌하다. 여명을 밝히는 붉은 태양의 일출과 밝아지는 풍경에 발걸음에 좀 더 힘을 실어본다.


06시 20분. 갈전곡봉(1,204m)에 오르니 나무 의자와 둥근 식탁이 우리를 반긴다. 산행 시작 후 이번 구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오르니 벌써 산행이 끝난듯하다. 아직 갈길이 너무나 많이 남았지만... 완만한 소로가 이어져 오르내림이 원만하고, 간간이 보이는 주변 산세가 산행의 운치를 더한다.


07시 10분. 현리 426이라고 쓰여있는 표석을 지나니 나무 사이로 비치는 아침 햇살에 너무나 눈이 부시다. 사람 키만 한 죽순길을 포함해 길이 잘 나있고, 중간중간 쉴 곳이 잘되어 있어 산행의 피로를 많이 잊을 수 있다. 일정 관계로 술을 많이 자제하는 분위기라 우리 꼬뿌들의 아쉬워하는 표정에 덩달아 마음이 에리다. 하지만 긴 산행을 앞두고 있어, 산행 후의 거나한 하산주를 기대하면 마음을 달래며 다시 출발!


연가리골 샘터에 이르니 벌써 지고 온 물이 바닥을 드러낸다. 빈 물통에 시원한 계곡물을 담는데 주위 풍경이 기가 막히다. 나무로 지어진 탁자와 넓은 텐트사이트. 사이트 아래로 불을 때는 아궁이도 있어 겨울에 불을 지피면서 야영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을듯하다. 맑은 계곡물을 보충하니 어느새 시간이 9시를 훌쩍 넘기고 있다.


09시 40분. 나무그늘과 시원한 바람이 간간히 더위를 씻어주지만, 아직 여름임을 실감 나게 할 정도로 날씨가 점점 더워진다. 군데군데 멧돼지들의 먹이를 구하기 위한 흔적이 역력하니, 애매한 야생화와 초목들만 곤욕을 치르는 꼴이다. 안 그래도 오늘 비박을 하는데 한놈 걸리면 그~냥 멧돼지 통구이를 만들 생각 하니 슬몃 웃음이 나온다. 지속적인 오르막에 땀을 쫙 빼니 허기가 진다.


10시 35분. 이른 점심으로 집에서 간단하게 준비해 온 음식이 풍성하게 차려진다. 그간 자제했던 소주라 밥과 함께하는 소주 한잔이 그렇게 달콤하다.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우니,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다. 왜 그리 이 구간에는 파리들이 많은지... 녀석들이 도무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기고만장이다. 산에서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없다고 하지만 녀석들은 역시나 성가시다...


11시 25분. 쇠나드리를 향해 출발. 백두대간 구간이라 어디한곳 울창하지 않은 길이 별로 없어, 종종 길을 막은 나무들이 머리를 때린다. 울퉁불퉁 산길에 발아래와 눈앞을 모두 신경 쓰지 못하니 어쩔 수 없지만 일행이 외치는 "헤드!"에 정신이 번쩍번쩍 든다. 웬만한 잔가지에도 "헤드!"를 남발하는 경향이 조금 있었지만(?) 덕분에 뒤에 따라가는 대원들의 혹이 많이 줄어들었다. ㅋㅋㅋ


12시 40분. 드디어 쇠나드리에 도착! 우거진 수풀을 지나니 멀리 도로와 계곡이 보여 다시금 힘을 내어 본다. 눈에 보이면 금방이라는 말과 달리 걸으면 걸을수록 눈앞에 크고 작은 봉우리가 가로막는다. 일행 중 "우리는 눈앞에 꺼먼 게 보이면 막~ 짜증(?)이 밀려온다"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는 순간이다.


13시 40분. 한 시간여 전에 지났던 쇠나드리가 여기에도 있다. 지도를 보니 이곳이 진짜 쇠나드리. 대간꾼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곳이 여기 또 하나가 있다. 하계휴가 및 장마관계로 오래간만에 산행을 하니 몸에 조금씩 무리가 온다. 14시. 일행 중 한 명이 근육이 뭉쳐 걱정이 앞선다. 충분한 휴식 후 비포장 도로를 내려가니,

15시 05분. 드디어 오늘의 목적지인 조침령(750m)에 이른다. 조침령이라고 쓰여있는 비석이 너무도 반갑다. 야간산행을 포함 10시간여 넘은 산행으로 많이 지쳐있는데 서사장님이 특별히 준비해 둔 시원한 맥주 한잔에 피로가 싹 풀린다. 산행 내내 머릿속에 시원한 맥주가 아른거리더니 이곳에서 만날 줄이야~! 시원한 계곡물이 샤워기처럼 흘러내리는 곳에서의 알탕으로 오늘 흐른 땀을 깨끗이 씻고, 그 비싸다는 다금바리와 일행이 준비한 목항정, 동해구간에서 빠질 수 없는 오징어회가 오늘 하산주의 백미다. 빡빡한 산행으로 산에서 못다 한 꼬뿌라 술~술 잘도 넘어간다.

대장님의 된장으로 저녁을 먹고, 내일 산행을 대비한 주먹밥을 준비하니 벌써 취침 시간이다. 매트리스와 침낭 속에서의 비박이 얼마만이던가... 상쾌한 산내음에 잠을 재촉하는데, 모기들이 극성이다. 같은 고향이라고 봐준(?) 몇 명을 제외하고는 거의 잠을 설쳤다는...


8월 26일. 01시 기상.


라면으로 오늘 산행에 대비하는데 모두 정신이 없다. 간밤에 모기들과 씨름을 하느라 모두 지친 표정이다. 구간상 오늘 남은 거리가 어제보다 길어 걱정이 되는데, 상태를 봐서 한계령까지 힘들면 단목령에서 탈출을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02시 30분. 출발! 비포장 도로를 오르는데 산행 시작도 전에 숨이 턱에까지 찬다. 도중 일행의 비명소리(?)에 가슴이 철렁하다. 큰일을 치르는데 팔뚝만 한 짐승이 휙휙~ 지나갔다고... 나중에 청설모임에 밝혀졌지만 본인은 아직도 믿지를 못하는 해프닝에 다소 긴장이 풀린다.


03시 10분. 조침령에 도착하니 바람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모기로 대부분 잠을 자지 못해 이곳에서 잠시 이른 오침을 하기로 결정. 혹 조침령의 한자가 이른早, 잠잘寢 자가 맞다면 지명 이름 한번 기가 막힌 곳이다. 이른 새벽에 우리를 제외하고 이 구간을 지나는 대간꾼이 2팀이 더 있다.


04시. 한 팀을 보내고 우리도 출발. 시작은 완만한 경사에 적당한 관목으로 길이 무척 잘 나있다. 우측에 동해시의 야경이 보이고, 랜턴에 비치는 나무들과 이슬을 머금은 풀들이 한껏 푸르름을 뿜어낸다. 05시 30분이 지나니 서서히 어둠이 걷히고, 길들이 제자리를 찾아간다. 북암령까지의 심한 경사에 땀도 많이 나고, 어느새 허기가 져 발걸음에 힘이 없다.


06시 40분. 북암령(940m)에 오르니 상쾌한 바람이 땀을 씻어준다. 이번 구간은 곳곳에 쉴 곳이 마땅치 않아 유난히 힘이 든 구간이다. 한참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지도상으로 얼마 오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 야간산행의 후유증이 조금씩 나타나나 보다. 모기들과 씨름하느라 잠을 설쳤더니, 어느새 또 졸면서 걷고 있다.


사람이 졸면서도 걸을 수 있다는 건 지난 무박 산행 때 이미 경험했는데, 이번엔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조금 위안(?)이 된다. 모두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장기 산행이라 평소보다 속도도 더디고, 쉬~ 힘이 든다.


08시 05분. 단목령(855m)에 도착하니 백두대장군과 백두여장군이 우리를 반긴다. 점봉산을 지나 대관령까지가 오늘의 최종 목표지만, 대원들의 피로가 많이 누적되어 더 이상의 산행이 힘들어 이곳에서 탈출하기로 결정. 탈출하는 길도 만만하지가 않다. 길 찾기 놀이(?)와 술래 잡기 놀이(?)를 한참 해서 1시간여를 더 내려가야 한다.


도중 알탕하기에 기가 막힌 계곡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곳, 마치 수영장을 연상시키는 넓은 계곡은 바닥에 있는 돌까지 한눈에 보여 맑고, 깨끗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저곳에 몸을 한번 담가보는 것도 참 좋았을 텐데...


09시가 지나 드디어 우리의 애마가 있는 곳으로! 근처 계곡에서의 시원한 알탕으로 산행 피로를 풀고, 하조대 막국수를 먹으며 하산주! 근처 하조대 해수욕장이 있어 산을 찾는 대간팀이 오래간만에 바다를 즐긴다. 넓고 푸른 바다... 넘실대는 파도를 보니 가슴이 확 트인다. 그리고 폭탄~주! 이틀간의 장기 산행에 폭탄주가 들어가니 얼큰하게 기분이 좋다. 땀 흘리며 긴 시간 산행을 하니, 그만큼 뿌듯하고 보람이 있다. 한아름의 보람을 안고 서울로~ 서울로... 얼마 남지 않은 백두대간 다음 구간을 생각하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 To be conuti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