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 2007년의 백두대간 이야기 (Main Story 2) 중,
○ 백두대간 12 [댓재 - 두타산(1,353m) - 청옥산(1,404m) - 이기령 - 상월산(970m) - 백봉령]
이번 두타, 청옥 구간은 백두대간에서도 소문나게 능선이 길게 이어지는 구간이다. 소구간으로 나누기엔 도로에서 접근거리가 너무 멀어, 비박과 무박 중 무박으로 이 구간을 가기로 결정. 출발 시간인 21시 30분을 조금 넘어 댓재로 출발. 날씨가 덥지만 밤공기는 사뭇 시원하다. 차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 캔 씩 마시고 긴 산행에 대비해 살짝 눈을 붙인다. 일부 대원들 중 알코올이 부족해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03시. 이른 아침을 먹고 댓재에 도착하니 역시 강원도라 셀 수 없이 쏟아질 것 같은 많은 별들과, 새벽의 시린 공기에 덜 깬 잠이 확 달아난다. 스트레칭으로 간단히 몸을 푼 후,
03시 05분. 드디어 이번 구간 산행이 시작된다. 산속이라 유난히 더 어두운 숲 속 길에 저마다 렌턴을 밝히니, 렌턴 사이로 솟아오르는 입김과 불빛에 깜짝 놀라 잠을 깬듯한 풀과 나무들의 풍경이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채 날이 밝지 않아, 기가 막히다는 주위 풍경을 보지 못한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멀리 여명이 밝아오는 동해와 그 위에 불을 밝히고 우리의 산행이 끝나고 먹을 오징어들을 잡아들이고 있는 배들, 아직 채 잠에서 깨지 않은 시내의 야경은 또한 야간 산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운치가 아닐지...
05시가 조금 지나자 일출이 시작된다. 서울이었다면 05시 20분이나 되어서야 얼굴을 내미는 해가 동해에서는 참 이르다. 두타산쯤 오르면 일출을 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르게 시작된 일출 풍경을 담느라 정신이 없다. 붉게 타오르며 주위를 밝히는 해님에 더 힘을 내어본다.
05시 30분. 두타산(1,352.7m) 정상 도착. 버리다, 씻다는 뜻을 가진 두타라는 명칭에 걸맞게 세속을 벗어나 정진의 길을 떠나는 두타행의 끝은 매봉산의 풍차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경치도 좋고, 시야도 좋다. 정상임을 나타내는 커다란 비석과 함께 이렇게 높은 산에 웬 무덤이? 누군지 모르지만 이렇게 경치가 좋고, 공기가 좋은 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는 사람은 아마 생전에 덕을 많이 쌓은 사람이리라...
07시 10분. 두타산에서 급경사를 내려갔다가 그리 험하지 않은 산길을 걸으면 이내, 청옥산(1,403.7m)이다. 해동삼봉 중의 하나로 청옥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유래된 청옥산은 이번 구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근처 샘터에서 물도 떠오고, 정상주 한잔에 긴장이 많이 풀린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 꼬뿌들의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고 서둘러 출발. 이정표 돌탑이 있는 연칠성령과 암릉구간인 망군대를 지나는 길의 우측은 동해바다가, 좌측은 산세가 수려해 절로 눈길을 붙잡고, 햇빛 사이로 바람에 흔들리는 진녹색의 나뭇잎이 참 여유롭다.
08시 40분. 고적대(1,353.9m)에 오르니 이른 산행으로 벌써부터 배가 출출하다. 자리가 좁아 좀 더 좋은 자리를 찾아 09시 10분. 드디어 기다리던 산에서의 밥상! 집에서 야채와 된장을 다 준비해 온 대장님의 정성이 깃들여진 산에서의 된장찌개는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준비해 온 맛난 음식들과 비어 가는 술병들. 대원들의 즐거운 이야기에 오늘의 백두대간도 역시나 즐겁다. 10시 15분. 6시간여나 왔지만, 아직 남은 구간이 그 이상이라 서둘러 이기령으로!
새벽부터 시작된 산행에 배까지 든든하니 슬슬 졸음이 쏟아진다. 캬~ 그 소주 한잔이 점점 눈꺼풀을 무겁게 만든다. 이런... 어느새 졸면서 걷고 있고, 좁은 나뭇길에 사람 키만 한 초목들이 잠을 깨워준다. 곳곳에 바람이 시원한 곳에서 선샤워, 그린샤워로 잠깐식 휴식을 취하고, 빽빽한 소로를 지나 아름드리 소나무 숲길을 지나,
12시 40분. 이기령 도착! 이기령과 상월산을 지나, 산행 시간이 10시간을 넘으니 모두들 많이 지친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후의 장기 산행이라 평소보다 체력 소모도 크고, 피로도 많이 느껴진다.
14시. 원방재에 도착하니 야영장 쪽으로 살짝 빠지는 길이 있다. 왠지 그쪽으로 가면 우리의 애마가 있을 거 같은데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떨어진 체력을 라면과 미숫가루로 보충하고 백봉령으로! 완만한 오르막 이후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오르막이 아주 압권이다. 쉽게 끝을 보여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두타, 청옥 구간의 마지막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이야... 지쳐있는 상태여서 얕은 오르막도 참 높아 보이는데 그런 오르막을 수십 번(?) 지나자 드디어...
17시 45분.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백봉령 도착!!! 거의 15시간여의 장기 산행 후의 도착이라 백봉령이 그렇게 반갑다. 산행 후 일행이 준비한 시원한 맥주 한잔은 백두대간에서 더 기가 막히다. 날씨가 더워 유난히 땀이 많이나 서둘러 근처 계곡으로~! 오늘따라 우리의 애마가 더욱 빨리 느껴진다. 계곡에서 간단하게 알탕도 하고, 동해 구간에서 빠질 수 없는 회와 매운탕, 소주 한잔으로 무박 2일의 산행이 잘 마무리된다. 길~었던 만큼, 오래도록 기억될 두타, 청옥이여 안녕!
○ 백두대간 13 [진고개 - 노인봉(1,338m) - 매봉(1,173m) - 동해전망대(1,140m) - 선자령(1157m) - 대관령]
새벽 3시. 평소보다 한 시간여 이른 출발이다. 2차 집결지에서 03시 20분 출발. 한 달여 만의 산행에 비소식이 있어 조금 걱정이 앞선다. 05시 20분. 평창 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을 먹는데 영 맛이 별로다. 다음 산행 때는 맛난 음식을 기대하며 진고개로!
06시 20분. 진고개 도착. 우천 관계로 역종주라 진고개에서부터 출발! 하늘이 흐리지만, 간만의 산행이라 몸은 가볍다. 간단히 기념촬영을 마치고, 까마귀들의 배웅을 받으며 이번 구간 시작! 선선한 날씨에 완만한 소로를 지나, 이어지는 계단에 어느새 숨이 차다.
07시 45분. 백두대간 길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노인봉(1,338m)에 오르니 눈아래 펼쳐지는 운해가 일품이다. 대간 가는 길에 이곳을 들리지 않는다면 대간이 끝난 후 평생 아쉬움이 남는다는 노인봉은, 정상에 기묘하게 우뚝 솟은 봉우리가 멀리서 보면 백발노인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답게 구름바다와 함께 주위경치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다람쥐와 더불어 자연의 풍요로움을 다시 한번 느끼며 다음 목적지로!
09시 05분. 소황병산 도착. 소황병산에 이르는 길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역답게 관목으로 우거진 곳이 많다. 완만한 경사에 힘들지 않은 산길이지만 유난히도 땀이 흐른고, 그 땀을 식혀주는 시원한 산바람에 또 다른 힘을 얻는다. 넓은 초원에 멀리 선자령과 풍차들이 앞으로 우리가 넘어야 할 길.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조금 더 재촉해 본다. 힘껏 올랐으니, 한숨 돌리는 내리막길에 좋은 계곡이 보인다. 땀도 식히고, 계곡물을 안주삼아 한꼬뿌가 빠질 수 없다. 꼬뿌 삼인방 중 2명이 빠지니 남은 꼬뿌가 몹시도 외로워(?) 보인다^^; 간단히 소주 한잔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계곡을 벗어나니, 확 트인 초원들. 그 풀밭사이로 한그루 소나무는 정말 운치가 있다. 날씨만 좋았으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을 소들도 볼 수 있었을 텐데... 넓은 풀밭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이 좋은 경치에 식욕도 동하니,
10시 45분. 이른 점심을 먹는다. 대장님의 산에서의 된장찌개는 언제 먹어도 그 맛이 기가 막히다. 이른 새벽 출발에 소주잔을 자제(?)했던 대원들도 맛난 찌개와 풍성한 식탁 앞에 술 한잔 생각이 어떻게 빠지랴? 소주병이 동이 나는 걸 보니, 언제나처럼 오늘도 산행이 끝날 때까지 혹시 소주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11시 40분. 맛난 점심을 먹고 자리를 정돈하는데 산림 감시원이 보인다. 통제구간에 입산 시 과태료가 50만 원! 우리가 지난 노인봉 구간은 원래 보호구역으로 입산이 통제되는 곳인데 큰일이다. 앞으로 갈길을 우리가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가는 것처럼 위기탈출^^* 마침 취사가 끝났고, 노인봉에서 왔다는 말이 묻혀버려 정말 다행인 순간이다.
11시 50분. 매봉(1,173m)에 오르니 비가 조금씩 내린다. 빗물을 머금은 넓은 초원은 더욱 싱그러움을 뿜내며, 여기저기 풍차가 우뚝 솟은 풍경이 참 이국적이다.
12시 25분. 동해전망대(1,140m)에 오르니 일반 관광객들이 많이 보인다. 구름바다 사이로 수십대의 거대한 풍차들과 넓은 초원. 간간이 내리는 비에 자욱하게 안개를 머금은 봉우리들이 참 신비로움을 뽐낸다. 안개에 묻혀 멀리 동해바다를 보지 못해 조금 아쉽지만, 산길도 험하지 않고 고저차도 심하지 않아 휘파람이 절로 나오는 편한 길에 마음이 참 가볍다.
14시 15분. 곤신봉(1,127m)을 지나 선자령(1,157m)에 이르니 우뚝 솟은 큰 비석이 인상적이다.
백두대간을 표시한 큰 산경표에 우리가 지났던 길들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 총 1,400Km의 백두대간에 조금씩 우리들의 발자국을 남겨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에 참 뿌듯하다.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려 원래의 목적지인 닭목재에서 최종 목적지를 대관령으로 수정, 넓은 대로를 따라 1시간여 더 걸어,
15시 20분. 대관령 도착! 9시간여 산행이 잘 마무리된다. 비록 비가 오지만, 산행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줄 계곡물을 찾아 알탕도 하고, 빠질 수 없는 하산주! 일행이 미리 준비해 둔 오징어회에 소주 한잔이 비 오는 날이라, 즐거운 산행의 뒤풀이라 더욱 잘 넘어간다. 간단히 앞으로의 계획도 세우고 한 번씩 건배제의도 하며 서울로! 다음 대간길을 기약해 본다.
- To be conuti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