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읽는 엄마_'담을 넘은 아이'

김정민 글, 이영환 그림 | 비룡소

초등학생 딸아이는 도서관에서 매일 책을 빌려온다.

매일 써야 하는 독후감 숙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다'지만 대충 독후감 쓰는 시늉을 했던 1학기 때와는 사뭇 다르다.

자기가 볼 책을 고르고 읽으며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아이의 모습이 대견하다.


아이가 다 읽고 내게 건네는 책도 있지만, 흥미가 없는지 읽다 만 책을 내가 주워 읽기도 한다.

이 책 또한 그러하다.


《담을 넘은 아이》


조선시대 흉년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한 가족과 아이의 이야기다.


이 책은 지난 추석에 읽었던 《서찰을 전하는 아이》와 닮아 있다.

또 예전에 읽었던 《책과 노니는 집》과도 결이 비슷하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역사서가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어린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그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창'과 같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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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집안의 맏딸 푸실이.

먹을 것이 없어 풀뿌리나 나무껍질로 죽을 쑤어 끼니를 이어가고, 그 마저도 집안의 남자인 아버지와 남동생 귀손이가 먼저다.

갓난아기인 막내가 있지만 오빠인 귀손이와 어미젖을 나누어 먹는 신세다.

아들이 귀했고, 귀했던 아들이 아팠고, 먹지도 못했던 아들이 그나마 먹었던 어미젖.

병이 나았지만 여전히 어미젖을 찾는 일곱 살 아들 귀손이다.

풀밭에서 태어나 푸실이, 귀해서 귀손이, 태어난 지 여섯 달이 된 막내는 계집이고 언제 죽을지 모르니 아직도 이름이 없어 '아기'라 부른다.

생활은 처참(?)했지만 각자의 마음에는 가족애가 있어 보인다.

그게 더 안타까웠지만...


푸실이는 산에서 우연히 책을 줍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선비와 효진아가씨.


"글을 배워서 읽을 것입니다."

"그 약속 꼭 지키거라."


상복을 입은 선비의 말엔 사연과 당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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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모르던 푸실이는 글자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고, 마을에 글자를 아는 아이에게 배워 책을 읽고 또 읽어 나중엔 책을 통째로 외운다.

언문으로 적힌 그 책의 제목은 '여군자전'


귀손이 병을 고치기 위해 대감집에서 약값을 빌리고 어머니는 그 대감집의 젖어미로 팔려가듯 떠난다.

푸실이네 '아기'와 비슷한 대감집 손자는 젖을 물릴 어미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푸실이는 어머니 대신 집안일을 하고 아버지를 모시며 동생들도 보살핀다.

젖먹이 아기에게 어미가 없다는 건 이미 사형선고나 다름이 없었다.

푸실이가 젖동냥도 다니고 암죽도 먹여 보았지만 녹록지 않다.

푸실이는 말 그대로 아기 동생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책의 가르침을 머리와 마음에 담으며 자신의 삶을 나아가고 있었다.


다시 만난 효진아가씨.

어미를 잃었고 여식으로 살아가는 삶을 힘들어하는 아가씨에게 푸실이는 말한다.


"문이 막히면 담을 넘으면 되지 않습니까? 저라면 담을 넘겠습니다."


그렇다.

푸실이는 자신의 처지를 이겨낼 줄 아는 아이였다.

죽을 뻔 한 아기 동생을 살리고, 이름도 없던 동생에게 '해님'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여군자전'을 통해 스스로 나아가는 법을 깨닫는 푸실이.


'여군자전'을 누가 썼는지, 선비는 왜 처음 본 푸실이에게 꼭 글을 배워 책을 읽으라 했는지는 동화책에서 보면 더욱 재미있다.


이 동화책에 등장하는 여인은 두 부류로 나뉜다.

시대가 '그러해서' 계집으로 살아가는 여인.

신사임당, 허난설헌, 김만덕 등과 같이 '그럼에도' 능동적인 삶을 사는 여인.


나는 삼 남매 중 첫째이다.

어릴 때 '첫 딸은 살림밑천'이라는 얘길 종종 들었다.

그렇다고 집안일을 맡아하던 시절을 보내진 않았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푸실이를 통해 지금의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무기력했고, 막막해했고, 안분지족 하며 나약했던 나의 여름과 지금 가을을...


그리고, 책 속의 물음처럼 나와 딸에게도 묻는다.

"너는 어찌 살 것이냐."



딸아이에게 추천받은 동화책을 읽고 있습니다. "엄마, 재밌지?" 물음을 시작으로 아이와 생각과 느낌을 나누며, 문득 이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혹시 이 기록이 책의 출판사 또는 작가님께 누가 된다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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