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는 도둑고양이?

검은 고양이에 대한 오해

by 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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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검은 고양이는 어딘가 신비로운 존재로 그려졌다. 소설이나 옛이야기 속에서도 검은 고양이는 늘 불길하거나, 마녀의 동반자처럼 등장하곤 했다. 하지만 함께 살아보면, 그건 정말 오해라는 걸 알게 된다.


나는 두 번째로 검은 고양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둘 다 참 조용하고 섬세하다는 것. 평소에는 늘 어두운 구석을 찾아가고, 낯선 사람 앞에서는 살짝 몸을 웅크린다. 가끔씩 활발하게 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조용하고 점잖다.


특히 루시는 온몸이 새까맣다 보니 눈을 감으면 정말 안 보인다. 밤에 불을 끄고 돌아다니다가 “루시 어디 갔지?” 하면, 어딘가에서 작은 “야옹—”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꼭 숨바꼭질에서 이긴 아이처럼 꼬리를 흔든다.


그런데 며칠 전, 장난을 치려고 했는데 무심코 열어놓은 싱크대 서랍장으로 들어갔다 나온 루시의 상태가 이상했다. 머리부터 목덜미, 등까지 하얀 가루가 잔뜩 묻어 있었다. 가만 보니 싱크대 어딘가에 두었던 밀가루 봉지를 건드리고 옴팡 뒤집어쓴 것이었다. 그걸 보고 웃음이 나왔다.


검은 고양이가 온통 하얗게 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현장에서 잡힌 듯 티가 너무 나는 거다. 뭘 하든 흔적이 남는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 어두운 색이라 숨기 좋은 줄 알았는데, 루시는 오히려 뭐든 묻으면 가장 잘 드러나는 고양이다. 마치 검은 옷을 입었을 때 먼지 한 톨만 붙어도 유난히 티가 나는 것처럼 말이다.


세상 사람들은 검은 고양이를 ‘숨는 존재’라 부르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루시는 자신이 다녀간 자리를 늘 남긴다. 흰 밀가루 자국이든, 장판 위의 발자국이든, 그 안에는 늘 호기심과 장난기가 섞여 있다.


어쩌면 검은 고양이는 어둠 속에서 세상을 더 잘 보는지도 모른다. 조용히 숨어 있다가, 꼭 웃음을 남기고 지나간다. 루시도 그렇다. 오늘도 어디선가 작은 발소리를 내며,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방식으로 하루를 훔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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